[신나는 세계여행-11] 중국 내몽고 시린하오터

순수의 땅…초원에서의 추억 만들기

내몽고에서도 시린하오터(錫林浩特)는 광활한 초원과 드넓은 사막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드넓은 초원을 내달리는 수많은 말과 양 떼,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은 도시생활에 익숙한 우리들에겐 그 그림만으로도 설레는 풍경들이다.

내몽고 후허하오터(呼和浩特)나 시린하오터(錫林浩特) 등 내몽고의 어느 도시에서건 시가지에서 자동차로 불과 1시간정도만 벗어나면 광활한 초원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는 늦게 봄이 막 시작되었건만 내몽고의 초원에는 벌써 여름이 다가 왔다. 봄이 여름과 함께 시작되는 계절적인 특성 때문에 봄 기온을 찾기란 쉽지 않다.

6월의 초원, 6월이면 한낮엔 이글거리는 태양이 넓은 초원을 내리쬐고 초원 여기저기에는 들꽃들이 피어나 꽃 대궐을 이룬다. 그늘하나 없는 대지에 내려 쬐는 뜨거운 태양은 대지를 삼킬 듯 왕성하지만 해가 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어깨가 서늘할 정도로 기온이 쉽게 떨어진다.


자연에 순응해 사는 순박한 사람들

유목생활에 익숙해진 몽고인들에게 날씨는 큰 대수가 아닌 것 같다. 한낮 제법 뜨거운 햇볕에 힘이 들 것 같건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타고 양 떼를 몰아 초원으로 달려간다. 조금은 남루한 차림의 복장, 햇볕에 그을린 얼굴빛, 누렇게 물든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은 너무나 순박하다.

또 몽고인들은 유목 생활에 익숙해 복장이나 미용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침에 세수도 매우 간단하다. 파오 앞에 마련된 물주전자의 물에 수건을 적셔 얼굴을 닦는 것으로 세수는 끝이다. 다행인 것은 건조한 날씨 덕분에 씻지 않아도 더러운 것이 그리 기분 상하게 하지는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뜨거운 물을 찾고 샴푸로 머리를 감는 얌체족은 한국인뿐이다.

몽고인들은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자신의 집(파오)를 찾은 손님에게 따듯한 밀크 티(茶)를 내놓는 친절함이 있다. 순박함과 낯선 사람과의 술자리에서도 서슴지 않고 흥겹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민족, 얼굴 모양으로만 친다면 우리와 똑같다. 말이 통하지 않고 복장이 다르고 생활방식이 다를 뿐, 같은 혈통의 민족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오랜 세월 초원과 함께 해 온 그들의 삶. 그리 쉬운 삶은 아닌 듯 불편해 보이지만 그들의 생활을 불평하는 이들은 없다. 징기스칸의 후예답게 힘차게 초원을 달려볼 뿐이다.

내몽고의 초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내몽고가 중국의 신장 위그르 자치구, 티벳 자치구에 이어 3번째로 큰 자치구임을 감안하면 그 넓은 면적의 영토를 짐작할 수 있다. 인구 2천만 명. 지리적으로 북으로 러시아, 몽골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남으로는 중국 하북성과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내몽고를 향하면 내몽고와 하북성의 경계를 지나는 산해관에서 만리장성을 만난다. 바로 몽골, 만주, 카자흐 족 등 유목민족의 남하를 막기 위해 세운 만리장성을 지척에서 구경할 수 있다.

중국 내몽고 지도를 펴놓고 보면 기(旗)와 맹(盟)이라는 한자가 들어간 독특한 지명을 자주 볼 수 있다. 기는 중국 본토의 향(鄕) 또는 진(鎭), 맹은 현(縣)에 해당하는 구획 단위다.

즉 청대 한족들이 몽골 족이나 만주, 카자흐 족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획을 정하고 출입을 제한하면서 생겨난 지명들이다. 광활한 초원과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헤집고 다니던 유목민 북방민족에 대한 한족의 두려움은 만리장성으로도 부족했던 것이다.


맑은 공기, 밤하늘의 별자리 관광 압권

내몽고 초원관광은 우리나라보다 일본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도 많은 여행사를 통해 초원관광이라는 내몽고 상품이 소개되었지만 그다지 큰 반응은 없는 편이었다. 왜일까? 우리와 너무나 비슷한 현지 인들의 표정, 우리나라 60, 7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주민들의 삶, 아니면 생활수준 때문인가.

소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환경이 불편하고 승마 이외에는 크게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 불편사항으로 손꼽혔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초원에서 승마를 즐기고 들꽃 피어난 초원에서 맑은 공기를 들여 마시고 또 까만 밤하늘에 쏟아질 듯 반짝이는 별들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여행이 될 터인데 가라오케와 마사지에 익숙한 한국의 여행문화에는 아직 낯선 상품이었나 보다.

다만 최근 들어 다시 내몽고를 찾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넓은 대지에 대한 동경일까, 말과 유목생활에 대한 흥미 때문일까?


시골 간이역 연상시키는 국제공항

이번 여행의 시작점은 내몽고 시린하오터다. 내몽고의 성도인 후허하오터에서 비행기로 약 1시간 20분, 북경에서 간다면 약 50분 정도면 충분하다. 짐작했던 것처럼 시린하오터 공항은 어리어리한 국제공항과는 아주 딴 판이다.

공항은 몽고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파오를 형상화한 것으로 정감이 있다. 마치 거대한 파오를 옮겨다 놓은 것 같은 모습이 눈길을 끈다. 공항이라고는 하지만 세관과 화장실을 두기 위한 작은 건물일 뿐이다. 작은 토산품점이 없으면 전등도 달려 있지 않았을 법하다.

공항을 벗어나 도시까지는 약 20분, 도시의 관문을 알리는 아치를 지나자 잘 정돈된 도시가 나타난다.

시린하오터. 성도 후허하오터에 비하면 그 규모는 무척 작다. 잘 구획되어진 거리는 중국 내륙의 어는 도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반듯하고 깨끗하다. 낡은 건물도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는 최근 20 ∼30년 사이에 이곳 시린하오터에 정착을 원하는 유목민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 새로운 건물들이 많이 지어졌기 때문이다.

약 2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사는데 시민들의 휴식터가 되는 시린광장이며 거리가 그 규모에 비해 너무나 깔끔하다. 외국인이 머물만한 특급 호텔도 마련되어 있어 여행에 불편함이 없다.


풀의 바다에서 유목민의 생활을

몽고의 초원은 풀의 바다라고 불려진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은 바람이 불 때마다 파도의 소용돌이처럼 변해간다. 파도 치던 초록은 지평선에 닿아 잠잠해지고 다시 되돌아오곤 한다.

이처럼 파도치는 초록빛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달리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해방감을 갖게 한다.

멀쑥하게 생긴 몽고인 가이드를 따라 말을 세우고 모는 방법, 고삐를 쥐는 방법 등을 배우는데 1시간 정도, 말과 친해지는데 1시간, 이른 아침식사를 마치고 시작한 승마강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점심 시간이다.

유목생활을 해야 하는 몽고인들의 아침식사는 간단하다. 흰 쌀죽과 찐빵, 야채볶음이 모두다. 지금의 몽고인들은 대부분 도시에 정착해 살거나 아니면 도시와 가까운 곳에 모여 살면서도 그들의 식생활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보여온 자신들의 식생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기름진 중국 요리에 익숙하지 않는 한국인에겐 이 아침식사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 먹을 만하다.

말을 잘 타는 사람은 관계없겠지만 초보자라면 강습을 받는 것이 좋다.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금방 익숙해진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반나절정도의 강습을 받으면 누구나 승마를 즐길 수 있다. 다만 과속은 금물.

강습할 때 자신에게 배당된 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여행 내내 함께 다녀야 할 말이다. 틈날 때마다 쓰다듬어 주면 말도 애정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고 호흡이 맞으면 먼 거리도 피로 없이 잘 달려준다.

이제 앞으로, 뒤로 말 조련에 익숙해졌다면 넓은 초원으로 나가보자. 푸푸, 히잉 거리는 말의 동작에 고삐를 적당히 당기고 발로 배를 차면 조금씩 말이 나아간다. 넓은 초원, 아무리 멀리 시야를 두어도 모두 초원이다. 초록빛 초원으로 희고 노란 꽃들이 물결치고 그 가운데 양 떼들이 노닌다.

낮은 구릉으로 된 언덕을 넘어서면 다시 초록빛 초원. 그리고 앞을 내달리면 다시 초원, 그야말로 광활한 대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코스는 초원 관광의 전초 기지인 사르타라 캠프를 출발해 주변에서 승마에 적응하는 코스와 구룡, 바제산, 다라이호수를 돌아오는 비교적 장거리 코스 등 여러 개. 특히 구룡은 초원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호수가 아홉 마리 용이 초원을 헤집고 지나는 것처럼 패어 있는 곳을 가리키는데 인근을 지나는 유목민들에게 휴식을, 양떼와 말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소중한 오아시스가 된다.

또 바제산까지는 말을 타고 최소 5∼6시간 달려야 하는데 이것도 계산일 뿐, 말이 다니는 길이 정해진 것이 아닌 이상, 이리저리 달리다 보면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점심때까지 목적지에 도착해서 해질 때까지 베이스캠프로 돌아온다는 일정은 시간 계산이 정확한 버스투어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 다소 불안감을 가져 다 준다.

하지만 해가 지고 둥근 달이 떠오르면 독특한 체험이 기다린다. 횃불을 밝혀 들고 달빛과 별빛을 맞으며 달리는 승마는 내몽고가 아니고선 체험할 수 없는 여행이 된다.

실용정보
   
▲항공편-인천에서 베이징까지 간 다음, 베이징에서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해 시린하우터로 가면 된다. 베이징에서 시린하우터까지는 50분 소요된다. 내몽고의 성도 후허하우터에서는 약 1시간20분 소요된다.

▲준비물-쾌청한 날, 그늘이 없는 초원을 여행하려면 선글라스, 모자, 목수건, 선블록 크림이 필수다, 충분한 생수와 간식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좋다.

▲여행시기-내몽고를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6월부터 9월 사이다. 한낮에는 무덥고 저녁이면 적당히 서늘한 기온을 보여 적응하기가 한결 쉽기 때문이다. 서울의 날씨와 비슷한 북경보다 늘 5∼6도가 낮다.

▲여행상품-씨티항공에서 내몽고 시린하우터 초원여행 상품을 마련한다. 이 상품은 내몽고와 베이징을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상품으로 몽고 파오 2박, 시린 1박, 베이징 1박 등 4박5일 일정에 79만원이다. 왕복항공권, 전일정 식사, 숙박, 승마, 현지 교통 등이 포함된다. ☎02-778-7300 www.joinstour.com

 

 

글·사진 전기환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6/0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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