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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유럽 배낭여행…낯선 곳에서의 행복처럼

[여행] 유럽 배낭여행…낯선 곳에서의 행복처럼

더 넓은 세상을 향한 길목서 내 안의 나를 깨우는 여로

찰리 채플린 동상이 서 있는 레스터 스퀘어 광장에서 지켜보는 무언의 퍼포먼스, 어둠이 내린 파리의 야경을 감상하는 세느강 유람선 타기, 융프라우요흐에서 바라보는 알프스의 영봉들, 야간열차에서 만나는 외국인 여행자들, 장중한 멋이 느껴지는 프라하의 카를교, 로마의 어느 노천카페에서 마시는 한잔의 에스프레소….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앉아 있다면 하는 상상은 마냥 달콤하다.

여행이 매순간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준비하면서 들뜨고, 현장에서는 오만가지 경험을 하고, 돌아온 후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게되는 게 보통이다. 유럽배낭여행을 즐겁게 만들려면 준비부터 꼼꼼해야 할텐데. 준비의 노하우, 현지에서의 여행 팁을 알아본다.


런던에서는 뮤지컬, 파리에서는 유람선을

백패킹(backpacking)을 우리말로 바꾼 것이 배낭 여행 일진데, 영어로 풀이된 백패킹과 배낭여행이 갖는 의미는 좀 다르다. 아니, 전혀 다르다.

서양의 백패킹이 기계화, 물질화 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에 의지하지 않고 두발로 걸어다니면서 하는 도보여행의 성격이 강한데 반해, 우리의 배낭여행은 배낭(backpack)을 둘러메고 여행하는 것을 뜻한다. 그곳이 도시든, 시골이든 상관없으며 기차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백패킹을 시작한 서양인들이 도시를 떠나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과 반대로 우리는 그들이 떠난 그 자리로 배낭을 메고 들어간다는 점이 재미있다. 배낭여행지 1순위로 꼽히는 유럽지역에서 파리, 런던, 로마 등 대도시들에서 배낭족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것 또한 특이하다.

하지만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동양인들뿐만 아니라 캐나다, 미국, 남미 등지에서 찾아온 배낭족들을 숱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러니 배낭여행(혹은 백패킹)이란 낯선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문화를 체험하는 주체적인 그리고 자유로운 여행이라고 봐도 괜찮겠다.


런던에서는 뮤지컬, 파리에서는 유람선을

자기 맘대로 하고픈 것을 하고, 가보고 싶은 곳으로 가는 자유로운 배낭여행. 정해진 룰은 없다. 하지만 어디의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선배 배낭족의 노하우도 귀담아 듣는 게 좋다.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이나 캣츠 같은 뮤지컬을 감상하거나 마드리드에서 빠에야를 맛보고, 파리에서 센강 유람선을 타고, 비엔나에서 클래식공연을 감상하고, 뮌헨에서 맥주 한잔에 소시지를 즐긴다는 식으로 말이다. 마음의 문을 열고 그 나라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체험하다보면 좀더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여행의 개성을 가지기 위해 테마를 정하는 것도 좋다. 음식이나 미술, 건축, 문학 등 테마에 따라 여행지를 찾아가는 것이다.

물론 테마는 자신이 평소에 관심 있는 것으로 정해야 흥미 있다. 건축학도는 책으로 접하던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을 직접 찾아보고자 할 것이고, 명화의 진품을 보는 감동이나 영화 속의 장소에서 그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는 등 다채로운 테마를 선택할 수 있다. 벼룩시장, 꽃시장, 치즈, 자동차, 오페라 및 뮤지컬, 박물관, 소도시 등 테마는 무궁무진하다.


나이트 라이프도 문화다?

저녁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박물관이나 명소들은 저녁에 문을 닫으므로 거리를 거닐거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 전망대에 오르기도 하고, 유람선을 타거나 카페에서 술을 한잔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밤시간을 얌전(혹은 건전)하게 보내는 편이다. 유스호스텔의 경우 5∼6명이 한 방에 묵는데 한국인들은 저녁식사를 하면 바로 들어오거나 술집에 가더라도 그리 늦게까지 있진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특히 서양인들)들은 새벽에 들어오는 일이 잦다. 밤늦게까지 펍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머물기 때문이다. 나이트 라이프가 꼭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니다. 저녁에 시작하는 공연은 대개 10시 안팎으로 끝나고, 밤까지 이어지는 축제도 있다.

낮에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 저녁이면 지쳐 쓰러지는 것도 우리나라 배낭족이 얌전하게 보이는 데 일조 하는 지도 모르겠다. 낮에 봐야 할 것이 있다면 밤에 봐야 할 것도 있다.

영국의 펍문화, 파리의 야경이나 생 제르망 지역(대학가라서 저녁이면 학생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다)의 노천카페, 브뤼셀 그랑플라스의 불빛쇼, 비엔나 시청 앞의 야외 영화상영과 오페라 공연, 루체른의 불꽃놀이 등은 밤에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전문가가 추천하는 느낌 좋은 곳
   
여러 번 유럽을 오간 배낭족이자 배낭여행 전문여행사 직원이 좋아하는 추천여행지는 어딜까? 전문가가 알려주는 유럽의 숨은 그곳을 살짝 공개한다.

▲에오스여행사(02-514-7775, www.eostour.co.kr) 김성호 실장은 큰 도시에서 묵으면서 당일여행으로 다녀올 수 있는 소도시여행을 적극 추천한단다. 작지만 너무 예쁘고 사람들 인심도 훨씬 후하다는 것. 강추 1위로 꼽을 수 있는 소도시는 이탈리아의 산 지미냐노(San Gimignano). ‘토스카나의 맨하탄’이라는 인상적인 애칭을 가진 곳이다.

중세시대 지어진 13개의 탑이 연출하는 스카이라인이 환상적이다. 성곽에 올라가면 아담한 도시를 내려다보며 멋진 스카이라인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도시 외곽은 온통 포도밭인데 백포도주를 생산해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포도 저장고를 방문해서 시음도 하고, 맛있는 백포도주를 구입할 수도 있다. 중심인 두오모 광장 주변으로 탑과 궁전 등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이 몰려있다. 산 지미냐노는 피렌체와 시에나의 중간 즈음에 있는데 피렌체에서 75분, 시에나에서 50분 정도 걸린다.

이밖에 프라하에서 두세 시간 남짓 떨어진 체스키 크룸노프(Cesky Krumlov)는 보헤미아 지방의 가장 예쁜 마을로 생동감 넘치는 갤러리와 르네상스 시대의 건물들, 매력적인 카페와 펍이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항공여행사(02-755-1144, www.seoultravel.co.kr)에서 십년 남짓 배낭여행팀을 이끌어온 이창봉부장. 유레일패스의 한국총판이라는 여행사의 성격답게 패스를 이용한 유람선여행 무료로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유레일패스는 유럽여행에 있어 필수품 가운데 하나. 유럽 17개국의 국철뿐만 아니라 지역이나 구간에 따라서는 배나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이창봉부장이 추천하는 코스는 루체른에서 리기산으로 가는 루체른 호수 유람선. 루체른 기차역에서 나와 역광장으로 가면 바로 호수가 펼쳐지고 선착장이 앞에 보인다.

리기산 아래 피츠나우(Vitznau)까지 유람선을 타고 간다. 루체른 호수는 무척 넓고 물이 맑다. 호수 변에 자리잡은 크고 작은 마을들이 마치 동화책 속의 그림처럼 어여쁘다. 유람선 안에서 커피나 홍차, 핫초코 같은 간단한 음료를 주문할 수도 있다.

피츠나우에서 정상인 리기쿨름까지는 톱니바퀴전차와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고 오르는 흥미로운 시간이 기다린다. 돌아올 때는 베기스(Weiggis)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 베기스∼루체른 구간 유람선을 이용하면 된다.

루체른에서 필라투스산으로 가는 길에도 유람선을 탈 수 있다. 이 구간은 증기 유람선이라 좀더 운치 있다.

 

 

글 김숙현(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6/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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