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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한·일 월드컵] 더도덜도 말고 히딩크만 닮아라

[2002 한·일 월드컵] 더도덜도 말고 히딩크만 닮아라

대기업·경제연구소 '히딩크 학습' 열풍

거스 히딩크 한국 국가 축구 대표팀 감독의 리더십을 배우자는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 LG, SK등 국내 주요 대기업과 경제 연구소들은 이른바 ‘히딩크 효과’를 분석해 기업경영에 접목시키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감독은 지시자가 아니라 동료다

삼성경제연구소는 6월 10일 발간한 ‘히딩크 현상’ 분석 보고서에서 히딩크 감독을 ‘구조조정형 최고경영자(CEO)’로 규정했다. 히딩크는 과거의 명성이나 학맥, 지연 등을 떨쳐버리고 대폭적인 물갈이를 통해 한국축구 대표팀의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이뤄낸 CEO라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60여명을 테스트한 끝에 송종국·김남일·이을용 등 무명선수를 포함, 최종 엔트리 23명을 골라내는 인재발굴 능력도 갖춘 CEO라고 지적했다. 삼성 관계자는 "히딩크 감독 리더십의 요체는 시스템"이라며 "선수 선발부터 조직운영, 비전 제시 등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한 히딩크의 리더십은 분석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LG도 히딩크의 리더십을 기업경영은 물론 사원교육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특히 LG전자 김종은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6월 5일 ‘히딩크 경영학’에 관한 e메일을 임직원들에게 보냈다.

김사장은 “사업전략 및 업무수행에 있어 히딩크식 경영패턴을 적극 활용,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미래를 예측하고 능동적, 창의적 사고를 갖추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SK텔레콤은 최근 ‘히딩크 리더십과 한국축구’라는 세미나를 열어 히딩크의 리더십과 SK그룹이 추진해오고 있는 ‘슈펙스(SUPEX) 전략’을 비교·평가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삼성 에버랜드는 올해 승진한 간부 47명을 대상으로 히딩크 감독의 솔선수범 자세를 배운다는 차원에서 스스로 선택한 봉사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히딩크식 사회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삼성 에버랜드측은 "회사 간부는 ‘감독은 지시자가 아니다’는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권위적 리더가 아닌 솔선 수범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며 "앞으로 간부승진 때 필수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본 중시하는 운영은 경영의 기본

특히 히딩크의 대표팀 운영방식이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의 총수들이 강조하는 경영방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아 기업들은 히딩크의 리더십을 모범적인 경영 사례로도 받아들이고 있다.

과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한 그의 선수 선발 등 인사 및 훈련방식은 요즘 기업들의 화두인 능력 있는 핵심 우수인력의 확보 및 공정하고 철저한 평가를 통한 성과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업들이 바라는 이상형에 가깝다.

히딩크의 선수 선발과 평가, 퇴출의 기준은 옛 명성이나 감정적 친소관계를 완전히 떠나 철저하게 능력 위주의 우수 선수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첫 승의 밑바탕이 됐다. 히딩크가 대표팀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체력과 스피드는 기본을 중시하는 경영 자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강조하는 ‘기본에 충실한 정도(正道)경영’이나 LG 구본무 회장의 ‘기본에 충실해야 일등이 될 수 있고 기반이 단단하지 않은 기업은 사상누각과 같다’는 경영방침을 히딩크는 이미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잉글랜드 대표팀과의 평가전 등 세계적 강팀과 겨룰 것을 강조한 히딩크의 실전훈련 방식도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적 업체들과의 경쟁을 통해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우리 기업들의 참고사항이 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히딩크식 환경경영’이라는 보고서에서 단기간의 실적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있는 리더십, 전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장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는 시스템적 접근, 경쟁을 통한 실력위주의 선수선발 등을 기업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6/1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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