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12] 덴마크 코펜하겐

동화 속 세상에서 만나는 추억의 동심

수백 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 덴마크. 북유럽에 자리하고 있어 일반적인 배낭여행 루트에서는 제외되기 일쑤지만 많은 사람들이 발트해의 작은 나라에 대해 동경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만 덴마크는 '나라'라는 딱딱한 이미지보다는 평화로운 도시를 연상케 하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보행자 천국

코펜하겐 시내에 계단이나 육교가 없어 걷는 보행자를 위한 천국으로 통한다. 도시에 계단이 없다니? 이상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이나 다리가 아픈 노인을 우선으로 배려해 설계한 곳이다.

서울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육교나 지하도도 없다. 보행자는 거리 어디에서나 자신이 건너고 싶을 때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시내의 모든 건물 또한 시청보다는 낮게 지어야 하는 법에 따라 건물 높이를 6층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한 것도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덴마크 정부의 노력이다. 따라서 코펜하겐은 어디에서나 시청사의 멋진 종탑이 바라다 보이는 로맨틱한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다.

코펜하겐은 하루 정도면 충분히 둘러 볼 수 있는 작은 도시이다. 면적만 해도 서울 종로구의 3배 남짓이니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은 문제없다. 덴마크에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보행자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보행자를 위한 전용 도로인 '스트로이에(Stroget)'가 있다.

이는 덴마크어로 '산책'이라는 뜻이다. 시청 앞-콩겐스 뉴토우 광장까지 5개 보행자 전용도로를 일컫는 말이다. 보행자도로라고 해서 마냥 걷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길 양쪽으로 오래된 건물과 명품 가게,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자리하고 있는 덴마크 최고의 쇼핑 스트리트인 만큼 지루함을 느낄 사이가 없다.

원래 코펜하겐도 자동차 많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그로 인해 도시 전체가 극심한 교통 정체에 시달리자 그 해결책으로 도시 전체를 인간 중심으로 바꾸게 된 것. 많은 사람들의 반대를 극복하고 스트로이에 차량 통행 금지가 내려진 것도 이 때부터이다.


밤이 아름다운 운하의 도시

열차를 이용할 경우, 덴마크 여행은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시작된다. 걸어서 다니기 충분하지만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유레일패스를 이용해 전차를 무료로 이용할 수도 있다. 스트로이에가 시작되는 시청사는 1905년에 만들어진 붉은 벽돌 건물로 실내에는 옌스 올센이라는 유명 디자이너가 설계한 천체 시계가 있다.

시청사 앞 광장에는 도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데르센의 동상이 서 있는데. 인자한 얼굴에 평온한 웃음을 머금고 광장 전체를 환하게 비추는 것만 같다. 이 광장은 여행자와 시민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스트로이에가 끝나는 콩겐스 뉴토우 광장 역시 코펜하겐의 명소라고 할 수 있는데, 조명이 켜지는 저녁 무렵에 찾아가면 분위기가 그만이다. 광장 앞에서 시작되는 니하븐(Nyhavn)운하는 '새로운 항구'라는 뜻이다. 1673년에 만들어진 이 곳에는 레스토랑과 수채화톤의 집이 즐비해 로맨틱한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가까운 곳에 안데르센 기념관도 있다.

한편, 코펜하겐에서는 영국에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 매일 정오 무렵, 덴마크의 왕족이 살고 있는 아말리엔보어 궁전에는 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한 여행객들이 모여든다. 북슬북슬한 검은 털모자와 빨간 재킷, 흰 장갑을 낀 위병들이 군악대를 앞세워 행진하는 모습이 볼 만하다.


도심 속의 휴식처, 티볼리

시청사와 중앙역 사이에 자리한 티볼리 공원(Tivoli Garden)은 1843년에 개장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이다. 공원 내에 놀이시설과 콘서트장, 고급 레스토랑이 많기 때문이다.

4월말에서 9월 중순까지만 개장하는데 개장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2시까지이다.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이 야외 무대에서 열리는 음악회, 마임 등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 시민들을 위한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림에 관심 있다면 중세에서부터 현대의 덴마크 회화와 조각 작품을 다량 전시하고 있는 국립미술관(Staens Museum for Kunst)도 좋은 볼거리이다. 특히 렘브란트를 비롯한 네덜란드 작품이 많다. 그러나 컬렉션 수준으로 말하자면 국립미술관에 뒤지지 않는 루이지아나 미술관(Louisiana Museum)을 빼 놓을 수 없다.

코펜하겐에서 조금 멀기는 해도 충분히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해변에 자리한 루이지아나 미술관은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찾는 이가 많다. 한 사업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 미술관은 해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현대 작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다.

야외에는 공원과 같이 조각품이 간간이 배치되어 있다. 이 곳에 유명한 모빌 작가인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도 있다. 미술관은 본관과 신관 구분되는데, 유리복도가 있어 따사로운 햇살이 그대로 스며드는 것이 특징이다.

세자르와 앤디 워홀 등 유명한 현대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개인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큰 규모는 아니지만 해변의 경치와 어우러진 별장 같은 곳에서 만나는 거장들의 작품이 친근하게만 느껴진다.


인어공주와의 조우

흔히 덴마크를 이야기 할 때 동화 작가 안데르센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안데르센이 주로 집필 활동을 한 곳은 코펜하겐이지만 그가 태어난 곳은 이 곳에서 자동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오덴세(Odense)라는 곳이다. 몇십 년은 되었을 것 같은 예쁘장한 집이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어 시간을 거슬러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현재, 안데르센이 태어난 집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으로 쓰이고 있다. 구두직공이었던 아버지의 작업장과 함께 그의 유품, 인어공주의 원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안데르센의 고향이라는 단순한 이유로 오덴세를 찾는 관광객의 수가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그의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안데르센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안데르센은 오덴세에서 14살까지 살았고 이후에 코펜하겐으로 이사했다. 코펜하겐에 살면서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그의 작품의 많은 부분은 그림같은 마을 오덴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안데르센의 대표작 '인어공주'의 주인공을 형상화한 인어상은 코펜하겐의 링글리니 부둣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바닷가 바위 위에 앉아 있는 인어상을 보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생각보다 그 모습이 무척 초라하지만 그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으로 언제나 붐빈다. 링글리니 부둣가 역시 산책 코스로 인기가 높은데 해질 무렵 가로등이 켜지고, 수면 위로 불빛이 출렁이면 이보다 더 낭만적일 수 없는 여행이 된다.

*가는 방법 : 우리나라에서 덴마크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그러나 유럽 주요도시와 항공편이 개설되어 있어 프랑크푸르트, 암스텔담 등을 경유해 가는 방법이 있다. 또한 유럽 주요 도시에서 코펜하겐까지 인터시티(IC) 등의 국제열차가 운행되고 있다.

*코펜하겐 카드 : 코펜하겐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진 카드로 박물관이나 미술관 입장, 버스나 철도 이용 시 무료 또는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이나 여행사, 역 등에서 구입이 가능하며 1~3일권까지 다양하다. 가격은 140 Dkr ∼ 300 Dkr.

코펜하겐 재즈 페스티발 Copenhagen Jazz Festival
   
코펜하겐은 유럽에 재즈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정도로 재즈에 관한 역사가 깊은 곳이다. 미국 뉴올리언스와 함께 국제적인 재즈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매년 여름 재즈 축제가 열려 도시 전체를 한껏 들뜨게 한다.

찰리 파커 , 마일스 데이비스 등 재즈 거장들의 처음 활동 무대이기도 하였던 코펜하겐의 바에서는 평소에도 밤이면 아름다운 재즈 선율이 들려오곤 한다. 유럽의 각 도시에서 매년 재즈 축제를 열곤 하지만 코펜하겐을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1979년 처음 시작된 코펜하겐 재즈 페스티벌의 개최 시기는 매년 7월 초 첫 번째 금요일부터 열흘간이다. 올해는 7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주요 행사장은 스트로이에의 카페, 티볼리공원, 니하븐 운하 등이며 각국에서 몰려온 쟁쟁한 뮤지션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인다.

이 시기에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재즈 페스티벌에 맞추어 코펜하겐에 입성하는 것도 좋겠다. 매년 10만 명이 넘는 재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몇 달 전에 교통편과 숙소는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인터넷( http://festival.jazz.dk) 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

 

 

서태경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6/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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