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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삼성 결별 X파일

5년 만에 삼성과 계약 해지, 맥도널드 LPGA 우승으로 몸값 치솟을 듯

삼성전자와 결별한 박세리가 6월 10일(한국시간) 보란 듯이 메이저 대회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박세리의 몸값이 더 오를 것같다. 삼성이 꽤 아쉬워하는 눈치다.

사실 삼성과 세리의 결별설은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이 새 나왔지만 6월 3일 삼성전자가 공식 발표를 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설마’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1996년 말 박세리를 전격 발굴한 삼성측은 97년 1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이어지는 10년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당시 계약서에 계약기간이 절반 지나는 2002년 1월 이후 어느 한쪽의 제의로도 계약조건을 재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해 박세리 측의 제의로 재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지지부진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이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재 협의에 합의하지 못해도 2006년까지 계약기간은 유지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10년 계약이 5년으로 반 토막 난 채 끝나 버린 것이다.

삼성측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무런 조건이나 단서 조항이 없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독점 사용 키로 되어 있던 박세리 선수의 초상권, 광고권 등 삼성이 갖고 있던 모든 권리를 포기하며 선수 또한 삼성에 대한 의무가 없어졌다고 했다.

삼성측은 이처럼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데 대해 재협의에 임하는 양측의 입장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선수를 대신해 협상을 벌였던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IMG측은 이번 재협의를 향후 5년 동안 박 선수라는 세계적인 여자프로골퍼의 전속 광고스폰서가 될 삼성과의 협상으로 본 것이고, 삼성측은 박세리 선수를 육성하는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삼성은 “기존의 관계를 정리한 뒤 상호 발전적인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쉽게 풀어보면 ‘박세리’의 몸값에 대해 시각 차이가 너무 커서 아예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는 의미다.


“튕기다 잘렸다” 박세리에 화살

사실 몸 값에 대한 소문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무성했다.

박세리 측이 세금 빼고 150억원을 요구했다는 설에서 시작돼 700억원 이야기가 나오더니 계약해지 발표 직전에는 500억원으로 다소(?) 값이 떨어졌다. 이번 재협의 과정에서 IMG를 통해 계약금 인상을 비롯해 각종 용품 및 서브 스폰서 계약에 대한 양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삼성 쪽 입장에 대해서는 세금 포함해 90억원을 제시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금액은 어느 것 하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 아니다.

삼성은 이번 계약 해지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구체적인 금액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마치 박 선수 본인이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도된 후 홈페이지에 박 선수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매우 큰 상처를 받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팬들은 박세리가 거액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으며 이번 계약 해지에 대해 ‘튕기더니 잘렸다’라는 막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박세리가 화살 끝 앞에 서게 된 이유는 뭘까.

우선 수백 억원 요구설이 박세리의 측근을 자처하는 몇몇 인물들에 의해, 또 이 말을 기사로 만든 몇몇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받을 금액에 대한 비교 자료로 박세리 선수가 삼성측으로부터 97년부터 매년 평균 8억원을 받았고 98년 CF출연료의 명목으로 66억원의 거액 보너스를 받았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박세리가 너무 많이 바란다’는 이미지가 굳어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딱 그만큼의 금액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도를 달라고 했을 것’이라는 식의 추측이 이어졌다.

삼성 임원회의에서도 정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이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었고 ‘박세리가 삼성 스포츠 단의 전체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할 정도로 대단하냐’‘그만 두자’는 식의 중론이 형성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 시위성 행동, 등 돌린 삼성

골프 팬들은 물론 삼성 임원들까지 박세리에게 등을 돌린 데는 올 4월 오피스디포 대회에서 우승할 당시 삼성 로고 위에 선글라스를 걸쳐 쓴 모습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속사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애정이 식어버린 사람들이 늘었던 것이다.

하필 그 때 애니카 소렌스탐이 똑같이 모자 위에 선글라스를 걸쳤지만 소속사 로고가 잘 보이도록 위로 올려 놓아서 더 비교가 됐는지도 모른다.

당시 삼성 측을 향한 무언의 시위로 보는 사람이 많았고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깊이 생각하지 않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질책을 면하기 어려웠다.

일단 소문만 무성하던 재협의가 계약 해지로 결론이 나자 이번에는 과연 누가 손해인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치로 따지기 힘들지만 우선 양 쪽이 잃고 얻은 것을 살펴보자.

삼성은 앞으로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박세리를 활용한 각종 광고 권과 세계 정상급 골프 선수의 후원사라는 타이틀을 잃었다. 박세리 측은 계약금과 보너스 등 5년 동안 받을 각종 금전적인 혜택은 물론 컨디션을 체크하고 중요 대회 응원을 가는 등 가족적인 분위기의 배려 또한 받지 못하게 됐다. 국내 언론과의 통로도 잃어 자칫 오해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게 돼 버렸다.

반면 이번 일로 박세리는 보다 다양한 업체와 다양한 방법으로 스폰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삼성과 전속계약을 하면서 묶여 있던 의류와 신발, 모자 등에 대해 각각 다른 스폰서와 계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박세리는 이미 테일러메이드와 골프클럽 계약을 추진해 왔으며 곧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의류 및 신발 등 용품은 아디다스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과 결별한 직후 출전한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에서도 아디다스 로고가 선명한 상의를 입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욱 더 성적을 잘 내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처럼 10년 장기 계약을 체결할 스폰서는 없을 것이고, 대부분 성적에 따라 계약금과 보너스 비율을 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과도 별도의 계약을 통해 인연을 이어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테일러 메이드 등과 계약 추진

어찌 됐건 이제 한국 스포츠사에 전무후무한 파격 대우관계가 끝이 났고 삼성도, 박세리도 다시 시작하는 자리에 섰다.

물론 당분간 서로의 그림자가 크겠지만 삼성은 제2, 제3의 박세리를 발굴해 한국 골프계의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길 기대한다. 또 박세리는 프로 선수답게 자신의 몸값 관리는 물론 이미지 관리까지 철저히 해서 1998년 맨발투혼으로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때처럼 온 국민의 사랑을 받기 바란다.

김진영 서울경제 사회문화부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2002/06/1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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