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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상상력을 키워주는 사회

주말에 축구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아! 축구도 이렇게 해석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아는 것만큼 세상은 보이는 구나’라고 깨닫게 되었다.

김화성 씨가 쓴 ‘한국은 축구다’는 책에 이런 재미있는 내용이 나온다. “한국 축구는 단조롭고 거칠다. 대단히 투쟁적이다. 이렇다 할 작전도 없다. 잘할 때는 브라질도 이기고 못할 때는 8명이 뛴 태국 같은 3류 팀에게도 허무하게 무너진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생각 없이’ 너무 뛰기 때문이다.”

같은 책에서 포항 스틸러스의 최순호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을 충실히 이루어 나가는 것밖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독창성을 가지고 자신의 뜻대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선수가 적다.

좋은 예를 하나 들자면 올 내가 맡고 있는 구단에 입단한 신인 선수가 12명인데 이들에게 올 이루어야 할 목표를 써내게 했더니 12명 전원 하나도 빠짐없이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 하루 빨리 맞춘다’였다”며 허허 웃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축구에서 생각하는 것, 즉 상상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하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특히 히딩크 감독은 앞으로 한국 축구가 생각하는 축구, 상상력을 발휘하는 축구로 변화해야 한다고 힘주어 강조한다.

아울러 그는 유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면서 때릴 경우 지나치게 위축되거나 한 가지에 집착하게 되어 균형감을 잃기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유소년 지도자들에게 제발 때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축구가 ‘한 사회의 축소판이구나’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하기야 축구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아니고, 그들이 이 땅에서 커 온 사람들이기에 고스란히 우리의 습성이 배어있을 수 밖에 없다.

축구의 문제는 곧바로 한국 사회의 문제로 연결시켜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상상력의 부족, 생각의 부족은 앞으로 축구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사회의 모든 면에서 양적 사고로부터 질적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을 맞았다.

진통 끝에 도입되는 주 5일제만 해도 그렇다. 주 5일제가 도입되면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 시간 중에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뿌리를 내리는 데는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 5일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물 즉, 일하는 방식이나 업무 처리하는 방식은 과거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그것은 참으로 낭패다. 생산성의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의 부족, 상상력의 부족을 생각할 때면 아이들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명문대생의 60~70%가 고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사법고시의 장래는 그다지 밝지는 안다. 매년 1,000명의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그냥 보통 자격증에서 약간의 프리미엄이 붙는 것 밖에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학생들이 고시에 목을 매고 있다. 그만큼 젊은 사람들이 희망을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16년 정도의 교육투자를 한다.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상에 16년 정도로 투자하는 곳이 교육말고 어디에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교육이 제대로 아이들의 미래 준비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자기 성찰이 있어야 한다.

축구인들의 목소리에 나오는 폭력에 대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많이 허물어지긴 하였지만 위계와 집단이란 부분이 묘하게 상호 작용을 이루고 있는 곳이 한국 사회다. 환란이란 암울한 상황이 왔을 때 나는 한국의 구습이 상당 부분 날라가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기대에 불과했다.

핵심 멤버들로 이루어진 이너 서클에 들지 못하면 앞날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조직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러다 보니 한 개인의 투자는 수익성이 높은 곳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한국 축구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나쁜 습성을 고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쳐야만 개인이나 국가나 일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gong@gong.co.kr

입력시간 2002/06/1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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