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골목골목에 멋과 맛, 역사가 고스란히…

■ 인사동 가고 싶은 날
디자인 하우스 펴냄

서울 인사동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상투 튼 노인이 햇볕 속에 졸며 않아 있고 그 앞에서 귀를 세 개나 뚫은 젊은이들이 궁합을 보고 가슴까지 뜨끈한 십전대보탕과 향긋한 에스프레소가 함께 유혹하는 바로 그런 곳이다.

‘인사동 가고 싶은 날’에는 인사동 멋과 맛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사동의 가게 370여 곳을 소개한 두툼한 가이드북이다. 그렇지만 실용정보 위주로 짜여진 기존의 가이드북과는 사뭇 다르다. 내용과 편집이 고급 예술서적처럼 품격을 갖추고 있어 전통문화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인사동 가게의 정감어린 상품 모습들을 담은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 각 가게의 주인들이 추천하는 상품을 촬영해서인지 사진의 생동감이 다소 떨어진 것이 아쉽다.

이영미 디자인하우스 편집장은 “힘들어서 잠꼬대를 할 정도로 인사동 거리를 구석구석 헤매며 돌아다니면서 (본인을 포함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인사동의 너무나 모르고 있었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책은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입구에서부터 종로 쪽으로 쭉 내려왔다가 길을 가로질러 다시 안국역 쪽으로 흝어보며 올라갈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좁은 골목마다 버티고 있는 한옥 사이에 숨어 있는 갤러리와 고풍스런 서까래에 모던한 인테리어 장식을 두른 가게들을 만나게 되고 휘적휘적 걷는 잿빛 스님과 카메라를 든 채 두리번거리는 외국인의 체취가 느껴진다.

마징 가제트, 못난이삼형제 인형 등 1960~70년대 물건을 파는 ‘토토의 오래된 물건’, 2대째 운영하는 지필묵 전문점 ‘동신당필방’, 생활한복과 가죽신발을 갖춰놓은 ‘돌실나이’, 방앗간에서 떡을 만드는 ‘종로떡집’, 골동품시계만 파는 ‘용정 컬렉션’, 인사동에서 가장 큰 화랑으로 꼽히는 ‘갤러리 라메르’ 등이 정겹다.

김주영 작가 등 8명의 문화계 인사들이 전하는 ‘인사동 촌평’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1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마다 지도를 그려넣고 책 말미에 인덱스까지 싣는 등 세심한 배려를 했다. 별책으로 묶어 낸 음식점과 찻집 소개는 인사동에서 맛 기행을 하려는 독자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듯하다.

김경철 차장

입력시간 2002/06/16 20:3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