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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의 경제서평] 금융의 정치화·관치화에 메스를 대라

■ 금융감독, 이대론 안 된다
김홍범 지음
두남 펴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로 들어간 이후 절대 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졌던 은행 등 금융기관 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IMF 체제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 것이 바로 금융 부분의 후진성이었다.

그래서 금융기관도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기관은 퇴출 시켰고, 새로 감독기구를 정비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지금은 당초 의도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아닌 밤 중에 홍두깨 식’으로 찾아왔던 경제 위기 와중에서 현행 통합 금융감독체계가 탄생했다. 그 절박했던 상황 속에서 관치 금융의 종식과 감독 효율의 제고를 기치로 도입되었던 통합 금융감독체계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불행히도 부정적이다 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4년 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재정경제부가 금융 감독에 직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오히려 금융 감독의 정치화ㆍ관치화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금융 감독에 관한 정책 연구논문 3편을 한데 묶은 것이다. 저자는 이 때문에 독자들의 읽는 순서가 아무래도 좋다고 했지만, 이 3편의 논문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아무래도 차례로 읽어나가는 것이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1장은 ‘은행 감독과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대학 졸업 후 한국은행에 근무한 바 있는 저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은의 독립성과 관련해 은행 감독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통합 금융감독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비교적 일찍부터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구체화한 것이 2000년 7월에 나온 이 논문이다.

새 감독 체제의 성립으로 은행감독권이 한은을 떠나 금융 감독당국으로 이관된 이후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살폈다. 한은은 심각한 정보 제약 등으로 중앙은행의 기본 책무인 금융 안정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현행 감독 체제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재정경제부 한은 등 여러 감독 관련 기관들 간의 행정적 이해 상충으로 효율적인 감독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2장은 연구의 초점을 금융 감독 자체에 맞춘 ‘한국의 금융감독 체계: 비판적 검토’로, 2001년 8월에 발표됐다. 새로운 체제는 오히려 금감위의 정치화와 금감원의 관치화를 초래했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따라서 금감위와 금감원을 하나의 민간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이 감독 체계 개편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이론적 해부 수준을 넘어 실천적 지침까지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 눈을 끈다.

우리의 금융감독 체제 개편에 있어 벤치 마킹 대상이 된 것은 영국이다. 당시 영국은 이미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금융 감독 부문에서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체계와 가장 비슷한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의 금융 감독 체계와 운영 방식이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떤 지를 검토한 것이 3장 ‘영국의 금융 감독: 체계와 운영 방식’이다. 여기서 저자는 아주 의미 있는 해석을 하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외국의 예를 들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좋다는 외국 제도는 다 갖다 써봤지만 우리 풍토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거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우리가 그 외국 제도에 대해 얼마나 정확히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부끄러울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맞지않는다고 비난한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국 제도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로부터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 집행자 뿐 아니라 학자들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저자의 주장은 확실하고 어느 면에서는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의 문제의식이 오늘의 우리 국민경제에 시의 적절하고 정책적 함의가 깊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4년 전 경제 위기 속에서 절박하게 추진되었던 감독개혁이 이제는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뒷걸음치는 형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책 서문과 많이 다르다. 어떤 면에서는 자신이 넘쳐 독선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그래서 책 제목도 조금은 촌스러운 ‘금융감독, 이대론 안 된다’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판은 더 이상 곤란하다. 특히 금융 감독과 같은 분야에서는 그렇다. 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입력시간 2002/06/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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