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미가가든 사찰정식

소백산 산나물이 한상 그득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 서서' 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탓인지 부석사 가는 길이 제법 복잡해졌다. 부석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무량수전으로도 유명하지만 들어가는 숲길이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정도로 단아한 멋을 풍기는 곳이다.

게다가 단양, 충주 등 멋의 고장과도 가까이 있어 연계 관광지로의 매력도 강하다. 그 아름다운 사찰 가는 길에 자리한 절밥 맛있게 하기로 유명한 곳이 있다. 영주에서도 전통사찰음식을 그대로 재현한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 집을 들 수 있다.

바로 부석사 가는 국도 변에 자리한 미가(味家)가든이다. 채식에 대해 전에 없는 열풍이 부는 요즘,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찾아도 좋을 집이다. 고기나 생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것이 사찰음식이지만 예부터 절 밥은 단번에 군침을 돌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는 음식이다.

미가가든의 박정매 사장은 대구 시내에서 한식당을 운영해오다 2년 전부터 이 곳에서 사찰음식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요즘 사람들이 관심 있는 건강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채식 위주인 사찰 음식점을 차리게 되었다고 한다.

사찰음식은 스님들의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 파, 마늘, 부추, 양파, 달래 등 '오신채'를 넣지 않으며 산 짐승을 뺀 산채, 들채, 나무뿌리, 나무열매, 나무껍질, 해초류, 곡류만을 가지고 음식을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

미가 가든은 된장찌개와 김치만 제외한 모든 음식에 오신채와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고 음식을 장만한다. 김치나 된장찌개도 사찰식으로 먹어보고 싶다면 미리 얘기하면 마늘이나 파 등을 넣지 않고 만들어준다.

갖가지 산나물과 부침, 산초 장아찌 등 18가지 반찬이 한 상 가득 메워지며 담겨져 나오는 도자기 그릇 역시 은근한 멋이 풍긴다. 그 계절에 나는 나물을 주로 상에 올리기 때문에 반찬의 종류는 수시로 달라진다.

모든 나물은 텃밭에서 자란 무공해 채소와 함께 소백산에서 자생하는 나물을 사용하고 있다. 나물은 3과 8일로 끝나는 날에 열리는 풍기장에서 직접 구입하고 있다. 요즘 맛 볼 수 있는 나물의 종류는 참나물, 두릅, 밥취, 곰취나물 등을 비롯해 모두 제철 음식이다.

사찰 음식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고 끼니때마다 준비해야 하고 양념은 적게 쓰면서 채소의 독특한 맛은 살려 주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은 감안해야 한다. 부석사 초입에 식당이 생긴지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찾는 이들이 무척이나 많다.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야채 위주로 식사하기 때문에 소화가 잘 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찰정식은 육식 위주의 식사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조상들의 지혜가 담뿍 담긴 음식임에 틀림없다.


■ 메뉴 : 대표메뉴인 사찰정식은 1인분에 12,000원, 사찰 비빔밥과 사찰 된장찌개는 6,000원.

■ 찾아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에서 신갈IC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한다. 남원주IC - 중앙고속도로 - 서제천IC에서 단양, 풍기까지 가면 부석사 표지판이 나타난다. 여기서 2차선 도로를 달리다 소수서원 앞 931번 지방도로로 빠진다. 부석사 도착 직전, 오른편에 미가 가든이 자리하고 있다. ☎ 054-633-7415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6/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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