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107)] 하나를 보면 10을 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최소한 사람보다 뛰어난 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좀더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개구리의 지능으로 개구리가 개구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뜻이다.

서양에서는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그리고 동양에서는 철학적 접근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이 일은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을 하나로 묶는 것만큼 난감하고 어려운 일이다.

물론 사람의 겉과 속을 다 알면 세상이 얼마나 싱거울까 마는, 경우에 따라서 꼭 필요하다. 특히 청소년 또는 10대들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그들의 겉과 속만큼 알기 어려운 대목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가장 열린 세대가 10대이기 때문이다. 요란한 머리염색, 귀걸이, 코걸이, 혀걸이에 힙합바지까지… 다른 세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따라 할 수도 없는 대담하고 때로는 꼴불견인 돌출표현들이기도 하다. 과연 이러한 행동은 그들의 또 다른 무엇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최근 미국의 한 의사는 청소년의 피어싱(장식을 위해 몸에 구멍을 뚫는 것)과 문신이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로체스트 대학의 소아과 의사인 티모시 로버트 박사에 따르면 구멍을 뚫은 10대 여성의 경우 구멍을 뚫지 않은 여성보다 위험한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특히 귀 이외의 신체부위에 피어싱을 하는 10대 청소년의 경우 흡연, 학교 결석, 성행위 등에 두 배로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더구나 마약이나 술을 하는 친구에게 휩쓸릴 가능성은 3배나 높으며, 절도와 벽에 낙서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다행히도 피어싱과 학업성적은 연관성이 없었다고 한다.

로버트 박사 팀은 학교에 다니는 12세에서 21세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피어싱을 분석했다. 주 대상은 14~16세까지의 청소년이었다. 다양한 문화적 환경의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기존의 범죄자 위주의 조사보다 일반화될 수 있는 통계인지라 학부모에게는 주목할 결과다.

통계에 따르면 남성 1.7%, 여성 7.1%로 여성이 남성보다 4배 이상 피어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연구결과는 상대적으로 여성에 포인트가 주어졌지만, 피어싱을 하는 남자 청소년의 경우 위험한 행동에 빠질 가능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부모가 다 있는 가정보다 홀 부모의 자녀가 피어싱을 할 확율이 2배로 높았다. 가정의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는 대목이다. 피어싱의 경우 코, 혀, 배꼽 등에 피어싱을 하는 청소년이 특정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피어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신에 있다. 문신한 청소년과 갱단 가담, 폭력, 학업성적 저조, 음주파티, 흡연중독, 미성년 성행위 등 각종 비행과 일탈이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로버트 박사는 6,072명의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전체적으로 4.5%의 청소년이 문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 문신을 새긴 청소년은 문신이 없는 청소년보다 위험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문신이나 피어싱이 직접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청소년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적지 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이 연구결과가 우리나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나를 보고 열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편견이지만, 최소한 청소년의 행동 하나에서 10가지의 잠재적인 위험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결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6/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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