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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마음의 광장이 열렸다

포르투갈과의 대전을 바로 앞둔 6월 14일 저녁, 기자는 길거리 응원을 위해 서울시청 광장을 메운 응원단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온몸을 붉은 색으로 도배하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는 등 활화산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해맑은 미소와 절제된 자세를 잃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팀의 선전은 전국민의 열망인만큼 한국팀 응원단에 대한 호감이 기자에게도 작용했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정말 멋있고 예뻤다. 신새벽을 알리는 전령사와도 같았다.

뭔가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가깝게는 1980년 후반의 민주화 열기가, 멀게는 약 100년 전 만민공동회의 개화물결이 서울의 도심을 달구었지만 양쪽 모두 시대정신을 쟁취하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길거리 응원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기존 질서를 대변하는 상징이 깨지면서 자유정신이 분출됐다. 반역과 반항의 상징이던 붉은 색이 승리와 단결의 표상이 되어 해방이후 우리를 눌러왔던 레드 신드롬이 희석됐고 너무나 존엄해 오히려 멀게 느껴졌던 태극기가 수퍼맨의 망토처럼 활용되면서 흥겨운 응원패션의 일부로 새롭게 해석됐다.

광장도 열렸다. 우리에게도 5ㆍ16광장이란 거대한 광장이 있었지만 위에서 아래로 굴림하는, 공간적 광장에 불과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밀실에서 광장으로 뛰쳐나오기를 꺼려왔다.

길거리 응원을 통해 전국민이 자발적으로 모여 마음껏 열을 낼 수 있는 마음의 광장이 열린 것이다.

새로운 생각과 행동양식을 가진 파워엘리트가 부상할 가능성도 감지됐다. 길거리 응원단은 ‘구국의 강철대오’처럼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종적 연대가 아니라 너와 내가 동등한 횡적 연대란 느슨한 결합관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일사 분란했고 역동적이었다.

시민운동과 정치문화의 새 지평이 열릴 수도 있는 것이다.

월드컵이 선사한 뜻하지 않은 큰 선물이 싹을 띄워 우리나라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묘약이 됐으면 좋겠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6/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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