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 대한민국이 대~한민국

온국민이 하나 된 순간, 환희·감동·희열이었다

“대한민국은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번 2002한ㆍ일 월드컵은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쾌거 외에 온 국민에게 뜨거운 애국심으로 하나가 되는 벅찬 감동을 안겨 주었다.

4,700만 국민은 축구를 통해 사상, 종교, 빈부, 지역감정, 계층 갈등을 넘어선 국민 화합의 희열을 온 몸으로 느끼고 확인했다. 우리가 남이 아닌, 배달 민족의 자손이라는 잊혀진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지난 2년여간 우리 사회는 각종 게이트와 대통령 아들 문제 등 추악한 권력형 비리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나 요즘 각 직장 사무실이나 학교, 거리에선 온통 국민의 길거리 응원전과 축구가 화제다.

국민 스스로도 놀란 자율적이고 질서 정연한, 그러면서도 열정적인 응원 문화를 대중 문화의 한 코드로 자리매김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16강이 확정된 14일 밤 서울 인천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대도시의 아파트 촌에선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했다.

이웃 간에도 무심했던 도시인들도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 이웃, 더 나아가 한 민족이라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된 것이다.

이번 월드컵 응원전의 특징은 그간 젊은이들에 의해서만 주도됐던 응원 문화가 가족, 직장, 학교, 단체 등의 그룹 단위로 확대 됐다는 점이다. 그간 길거리 응원전 하면 어른들은 청소년 탈선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다.

한국-포르투갈 전이 벌어지던 14일 전국의 도심에는 페이스 페인팅에 붉은 옷을 입은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응원전을 나온 가족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국에 3000만명에 가까운 인파들은 새벽까지 대한민국을 연호했지만 우려할 만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닐 봉지에 쓰레기를 주워 담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었을 뿐이다.

참교육 학부모회 윤지희 회장은 “그간 연예인이나 가수에 열광하던 우리 청소년들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문화적 충격을 받게 됐다”며 “청소년들은 스포츠를 통한 민족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됐고, 어른들은 청소년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어느 종교나 정치 지도자도 감히 하지 못한 국민 통합이 이번 월드컵 응원전이라는 건전한 대중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6/21 21:57


송영웅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