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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특집] 빨개야 팔린다

[월드컵 특집] 빨개야 팔린다

레드 마케팅…티셔츠에서 가구·가전제품까지 '확산일로'

붉은 악마 패션이 레드 마케팅(Red Marketing)으로 확산되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과 길거리를 달구었던 붉은 색을 기업들이 상품과 광고로 연결하면서 전국이 붉은 빛으로 물들고 있다.

의류 휴대전화 등은 물론 가구와 가전제품 등 내구성 소비재까지 붉은 색을 채택한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을 가름할 한국과 포르투갈의 결전을 한나절 가량 앞둔 6월 14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6층 스포츠 의류 매장은 불타는 듯했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휠라 등 유명 스포츠용품 회사의 전시용 마네킹들이 한결같이 붉은 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모자와 신발, 가방까지 붉은 색 일색이었다.


붉은 색 상품은 요술 방망이

사실 여름 색의 왕자는 흰색과 청색이다. 붉은 색이 아니다. 붉은 색은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데다 반역과 반항의 상징 색으로 각인되어 있어 기업은 물론 소비자들로부터 상품의 색상으로 각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월드컵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붉은 색은 손님을 불러모으는 요술방망이로 변했다. 서울 명동 본매장의 쇼윈도를 온통 붉은 옷과 운동화로 채운 휠라의 경우 올해 4월 이후 빨간 색 라운드멕 면 티셔츠의 판매액이 15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액수는 지난해에 비해 6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캐주얼 의류메이커인 보브는 20대 여성을 겨냥한 올 여름 신상품으로 14만 8,000원짜리 붉은 색 원피스를 선보였는데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판매가 늘어 일부 인기 사이즈는 예약판매를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나이키 매장 관계자는 “두건 손수건 타월 등 평소에 거의 팔리지 않던 품목까지 빨강색이라면 거의 품절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 신드롬’을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색 티셔츠는 한마디로 동이 났다. SK텔레콤의 광고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이 입었던 ‘비 더 레즈(Be the Reds)’ 티셔츠는 한국의 대표 응원복으로 떠오르면서 정품과 모방품을 합쳐 40만장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푸마의 붉은 색 티셔츠 매출가 지난해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나는 등 주요 스포츠 용품업체의 붉은 색 티셔츠가 예년보다 5~7배 급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인 후부(FUBU)는 월드컵 이후 올 가을까지는 붉은색 열풍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라 티셔츠, 헤어밴드, 수건, 물통 등 월드컵 관련 품목의 생산을 하반기에 10% 정도 늘린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 바람에 미리 준비했던 티셔츠의 색상을 붉은 색으로 바꾸기 위해 다시 염색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라이선스 브랜드를 생산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는 서호트레이딩은 최근 흰색으로 제작된 티셔츠 5만여 장을 붉은색으로 다시 염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붉은 색은 운동화와 구두로도 확산되고 있다. 구두업체 소다가 최근 출시한 붉은 색 운동화형 구두와 나이키 리복의 붉은 색 계통은 운동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포용품 업계는 “붉은 색의 강세는 예상한 일이지만 붉은 색에 대한 거부감을 가진 워낙 사람들이 많아 이처럼 맹위를 떨칠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기호에 민감한 전자업계도 본격적인 레드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은 유행을 잘 타고 교체주기가 빠른 휴대폰 등 휴대형 제품에 붉은색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휴대폰과 청소기, 전화기, 전기밥솥 등에 붉은 계열의 색상을 적용한 제품을 이미 판매 중이고 체리색을 일부 적용한 냉장고와 에어컨 등도 내놓았다. 전자업계는 아직까지 붉은 색 계통의 가전제품 매출에 큰 변화는 없지만 붉은 색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전통적인 ‘백색가전’의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붉은 색 관련 제품의 판매 추이 등을 집중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구업계의 레드 마케팅은 파격적인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구가 한번 들어놓으면 몇 십 년 사용하는 대표적인 내구재이기 때문이다. 보루네오 가구는 올 가을 신제품 특징을 레드 트렌드(Red Trend)로 잡고 광택 재질의 붉은색 하이그로시(High Grossy) 가구를 7월중 업계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광고업계의 붉은 색 열풍이 태풍급이다. 요즘 TV 광고는 온통 붉은 색 물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 후원사들이 준비한 월드컵 광고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뒤늦게 뛰어든 기업들도 월드컵 분위기를 살린 광고를 재빨리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광고마다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모델로 기용한 한국 대표팀 선수가 영웅으로 떠오르거나 한국팀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광고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해당 상품의 매출까지 급신장하고 있는 반면 기용한 대표팀 선수가 졸전을 펴거나 아예 출전도 못하고 있는 광고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놀라운 신통력을 보인 광고는 단연 KTF의 상금프로모션 CF다. 2편으로 이루어진 이 광고에서 인기 탤런트 겸 가수인 장나라가 골을 넣게 해달라며 키스세례를 퍼붓는 선수들이 차례로 황금골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장나라는 첫 광고에서 “황선홍 아저씨 한 골만 부탁해요”, “안정환 오빠 한 골만 더”라고 주문했고 다음 편에선 ‘유상철 아저씨’와 ‘최용수 오빠’에게도 한 골을 당부했다. 다 알다시피 네 선수 중 최용수를 제외한 3명은 폴란드전과 미국전에서 한 골씩을 넣었다.

유상철 서정원 김도훈 등 선수 3명을 모델로 기용한 대상은 청정원 순창고추장 광고를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터뜨린 유상철을 중심으로 편집해 광고하고 있고 OB맥주는 정우성과 이정재가 동료들과 ‘파도타기 샷’을 들이키는 장면을 내보내는 등 월드컵 응원열기를 광고의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최용수 차두리를 모델로 기용한 코카콜라는 두 선수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경기를 하자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눈치다. 또한 대표팀 부동의 골키퍼였던 김병지를 광고모델로 활용한 기업들은 김병지가 폴란드전과 미국전에 아예 출전도 하지 못하자 한숨을 내쉬고 있다.


광고혈전을 벌이고 있는 카드업계에도 명암이 교차하고 있다. 일단 기선을 잡은 쪽은 삼성카드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히딩크 감독을 광고로 내보내다 대표팀 부진과 함께 중단했으나 최근 히팅크에 대한 인기가 치솟자 “히팅크,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광고문안을 달아 이 광고를 부활시켰다.

이에 맞서 BC카드는 인기 탤런트 김정은을 투입해 “(경기를 잘 하면) 맛있는 거 사줄께요. BC로 사줄께요”라는 미인계를 펴고 있고 마스터카드는 축구경기 후 선수들이 상대팀 선수와 축구복을 교환하는 의식을 본 뜬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레드마케팅 열풍이 월드컵 이후에도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붉은 색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만큼 붉은 색을 활용한 마케팅이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붉은 색 강세론과 “붉은 색 열풍은 냄비처럼 달아올랐다가 월드컵 폐막과 함께 바로 식을 것”이라는 붉은 색 반짝론이 맞서고 있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6/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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