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경제서평]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경영학

■ 피터 드러커- 미래를 읽는 힘
고바야시 가오루 지음
남성진 옮김
청림출판 펴냄

경영학자 중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사람은 아마 피터 드러커 교수일 것이다. 드러커 교수는 국내 언론들이 신년이나 특별한 시기에 특집을 할 경우 매우 자주 등장하는 학자 축에 들고 있어 우리에게 낯이 설지 않다.

그의 저서는 상당 수가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 셀러가 되기도 했다. 1954년에 출간된 ‘경영의 실제’는 웬만한 경영학도라면 한번쯤은 접해 본 책으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0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경제학에 있어서의 폴 새무엘슨의 ‘경제학’과 비슷한 셈이다. 69년에 나온 ‘불연속성의 시대’, 93년 출판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그가 누구인지, 그의 사상의 핵심은 무엇인지 누가 물어보면 쉽게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정도로는 그의 방대한 학문 체계를 제대로 설명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책은 드러커를 은사로 생각하며 40여년 동안 교류를 해오고 있는 일본 산노 대학 교수가 말하는 드러커 평전이자 그의 생각ㆍ주장을 집대성한 것이다.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변할 것이며, 이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발언해 온 노학자가 과연 누구인지, 그 궁금증을 풀기에는 좋은 책이다. 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불만이겠지만, 학술적이기 보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쓰여졌다는 점이 우선 장점이다.

이 책의 제목이 ‘미래를 읽는 힘’이고, 부제 비슷한 것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이지만, 그는 보통 세상에서 말하는 ‘미래학자’는 아니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자.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했으니 올해 93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신문기자와 런던 국제은행에서 경제 분석가로 일했다. 37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사라 로렌스 대학에서 경제학과 통계학, 베닝턴 대학에서 철학 및 정치학 교수를 지냈다.

50년부터 71년까지 뉴욕 대학 경영학 교수로 강의했고, 그 후 지금까지 클레어몬트 대학 피터 드러커 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만큼 그의 경력은 다양하고, 따라서 관심 분야도 넓다. 그래서 더욱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지금 드러커가 새롭게 조명을 받는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현재의 대변혁은 경영학 경제학 정치학이라는 식의 하나의 전문적 학문 체계에 의한 접근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큰 주제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것은 복합 학문체계를 통한 거시적인 안목이며, 여기에 적합한 사람이 드러커라는 주장이다. 둘째, 정보화 시대가 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 좀처럼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예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드러커는 이를 지니고 있다. 셋째, 그의 경영학은 한마디로 인간 중심의 경영학인데, 그런 접근법이 지금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드러커는 흔히 ‘경영학을 발명한 사람’이라고 평가되지만,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회생태학자라는 칭호일 것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드러커 본인의 말을 빌리면 ‘관찰자’라는 것이다. 드러커 전기를 쓴 잭 비티는 이렇게 평하고 있다. 드러커는 자본주의하에 사는 자본주의의 아들이면서 소위 자본주의로부터 자본을 제거해온 사람이라는 것이다.

드러커 경영학의 핵심을 저자는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첫째,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약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강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내가 속한 곳에 어떻게 공헌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넷째, 지식만이 진정한 자본이다. 다섯째, 낡은 것은 모두 버린다는 등이다.

이 책은 드러커를 40년 동안이나 추종해온 사람이 쓴 책이어서 당연히 그에 대한 흠모와 찬양 일변도다. 그의 이론에 대한 반론은 찾아볼 수가 없다. 드러커 경영학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진 학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학계의 대표적인 학자에 대한 종합적인 소개서로서의 이 책의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이런 부문에 대한 책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부럽기조차 하다.

드러커의 저서는 얼마나 될까. 책 말미에 있는 목록을 보니 경영 관련이 16권, 경제ㆍ정치ㆍ사회가 13권이다. 출판 연도를 보면 1939년에서 2001년까지다. 흥미로운 것은 소설이 두 권이나 있고, 자서전도 한 권을 펴 냈다.

이상호 논설위원

입력시간 2002/06/2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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