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클리닉] 다이어트의 적 '돌팔이 유혹'

체중감량을 시도할 때에 얼마나 빼야 하는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한 달에 10~20kg 정도를 한꺼번에 빼버렸으면 하는 것이 대부분의 바람일 것이다.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번에도 이야기 했듯이 빠진 후에 다시 안 찌는 것이 중요하다. 한 보고에 의하면 비만 치료 후 1년 만에 다시 찌는 확률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비만은 장기적인 관리가 힘든 질병이다. 단기간의 성공은 큰 의미가 없다. 1, 2년이 지나더라도 안 찌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의 비만클리닉을 방문했던 한 환자의 이야기를 해 보자. A씨는 48세 된 여자 비만 환자다. 주위 친구가 한 달만에 5 kg 감량에 성공했다며 비만 치료하는 한 전문기관을 A씨에게 소개했다. 친구는 이 전문기관에 갔더니 식사감량, 운동 같은 귀찮게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 기관에서 조제해 주는 특효약을 복용하고 배에 주사를 맞았더니 체중감량에 성공하더란 것이었다. A 씨가 그 곳을 찾아갔더니 많은 비만 여성들이 누워서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고 있었다. A씨는 비용이 다소 비싼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그 기관에서 시키는 데로 치료를 받았다.

A씨는 1 달에 8 kg 정도의 체중감량을 경험하면서 무척 반가웠다고 한다. 당시 왠지 모르게 기운이 좀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소변량이 좀 느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치료가 끝난 서너 달 후 체중이 다시 불기 시작한 A 씨는 같은 곳을 다시 찾아가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앞서 치료 때보다는 덜 빠졌지만 어느 정도 빠져 다시 쉬었는데 또 다시 서너 달 후에 전보다 더 쪄 그곳을 찾았다. 하지만 체중이 더 이상 빠지지 않아 본 비만클리닉을 방문하였다고 한다.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을 받았던 내역을 살펴본 필자는 깜짝 놀랐다. 처방 내역에는 지난 번에 언급하였던, 실제 비만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공인된 약들은 싹 빠져있고, 이뇨제, 갑상선약, 항우울증제, 간질환자에게 쓰는 약 등 비만 환자에게 써서는 안될 약들이 10여가지가 처방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약제들은 사용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방제거 보다는 수분 및 체내 근육량 제거에 효과가 있을 뿐이다. 이런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초기에는 체중이 빨리 빠져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시 찌게 된다.

특히 이런 치료를 수 차례 반복해서 받으면 오히려 요요현상으로 살을 빼기가 어려운 몸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할 치료 방법이다.

특히 배에다 맞는 주사는 천식치료 약으로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A씨의 경우는 검사 결과 근육소실이 너무 심한 것으로 밝혀졌고, 몸무게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비슷한 비만도를 가진 다른 여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측정됐다.

A씨와 같은 경우를 비만클리닉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A씨는 의약분업으로 치료목록을 볼 수 있어서 내역을 알 수 있었지만, 필자가 다른 경로로 파악한 바로는 비의료 영역에서도 비슷한 치료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것은 먼저 체중 감량이 지방위주로 이루어져야지 수분이나 근육소실로 이루어 지지 않은 경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1, 2년이 지나 다시 찌는 경우는 비만치료에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비만치료에 성공하려면 비만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얻는 것이 좋다. 빠른 체중감량을 선전한다든지, 상식에 벗어난 치료를 권하는 곳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우리 주변에 제대로 된 비만치료를 하는 곳들도 많은데, 왜 이런 엉뚱한 치료와 선전을 하는 곳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지를 의학적인 입장에서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한 비만치료 학회에서 국내에서도 유명한 다이어트 방법을 개발한 두 전문가가 서로의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난상 토론 끝에 사회자는 한마디로 조용한 끝맺음을 낸 적이 있다.

그 한마디는 “두 분 다 자신의 방법으로 체중감량을 성공적으로 6개월 이상 유지한 결과를 보여 보라”는 것이었다.

오상우 일산백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입력시간 2002/06/23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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