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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빅뱅 오나] 붕어 놓치고 잉어 잡은 민노당

[정치권 빅뱅 오나] 붕어 놓치고 잉어 잡은 민노당

정당 지지도 자민련 누르고 한나라·민주에 이어 제3당, 전국정당 반열에 올라

“졌지만 이겼다.”

민주노동당은 6ㆍ13 지방선거에서 당초 기대를 걸었던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끝내 한나라당의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하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민노당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한나라당 이상으로 고무됐다. 정당지지도에서 자민련을 제치고 창당 3년 만에 제 3당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국 정당사에 한 획을 긋는 큰일을 해낸 것이다.

일반 유권자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이번 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민노당이 한방에 전국정당 반열에 동승하게 된 비결은 뭘까. 민주당의 국민경선제가 이인제 후보에 비해 약체로 평가받던 노무현 후보에게 집권당 대선 후보라는 대박을 선물한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민노당에 큰 선물을 건넨 것이다.


11개 지역서 비례대표 광역의원 배출

광역단체장 6명 등 모두 218명을 출마시킨 민노당은 16개 시도 가운데 대구ㆍ경북과 충남지역 등을 제외한 대부분 시도에서 5%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서 전국적으로 8%의 지지표를 얻었다.

시도별로 5% 이상의 득표를 하면 비례대표 광역의원을 배분 받을 수 있어 서울 부산 광주 울산 경기 강원 전남 전북 경남 부산 등 11개 지역에서 민노당 광역의원이 당선됐다.

이상현 민노당 대변인은 “이번 선거에서 울산에 이어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집권 민주당에 버금가는 득표율을 올리는 등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후보들이 전국적으로 상당한 선전을 하였고, 또 처음으로 도입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에서 자민련을 능가하는 8%의 득표를 하여 명실상부한 제 3당으로 부상하는 쾌거를 이룩했다”며 “제3 당에 걸 맞는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민노당이 제 3당으로 등장하면서 ‘정쟁’이 아니라 ‘정책’을 중심으로 정치문화가 바뀌고, ‘보수 일색’이 아니라 ‘보수와 진보가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질서가 형성되는 등 우리 정치권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당보조금 등 엄청난 위상 변화

민주노총은 민노당의 대약진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민노당이 붕어(울산시장)을 놓치고 잉어(제3당)를 잡은 격”이라며 “원내에 의석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재정부족과 언론 홀대 등 모든 악조건을 뚫고 진보 정치라는 회오리 바람을 일으킨 민노당이 2년 뒤 국회의원 총선에서 정당명부 투표만으로도 원내에 진출할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 덕에 거의 적수공권(赤手空拳)에 가까웠던 민노당의 살림까지 다소 펴게 생겼다. 민노당은 정당득표율 5%이상 득표한 당에 대해 전체 정당보조금의 2%를 지급한다는 규정에 따라 창당이후 처음으로 2ㆍ4분기 정당보조금 1억3,400만원을 지급 받게 된다.

그 동안 명멸한 여러 진보정당을 비롯해 원내 의석을 갖지 않은 군소 정당이 국고보조금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민노당은 대선 때도 선거보조금 5억원 정도를 받게 된다.

그동안 당원 2만여 명이 내는 당비(매달 1억8,000만원 가량)로만 살림을 꾸려온 민노당의 입장에서 엄청난 재원이다. TV 토론에도 제3당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갑용ㆍ이상범 당선자는 진자 노동자 출신

민노당은 민노당 간판을 단 기초단체장까지 배출했다. 울산 동구청과 북구청에서 각각 당선된 이갑용(44), 이상범(45) 당선자는 중졸과 중퇴의 학력으로 현대 주력 계열사의 노조위원장을 지낸 그야말로 ‘진짜 노동자’들이다.

현대중공업 8대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낙마했던 이갑용 당선자는 90년대 초 ‘골리앗 투쟁’으로 잘 알려진 현대중공업의 장기 파업사태를 주도했고 민주노총위원장을 지내는 등 국내 노동운동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1958년 부산에서 태어나 금정초등, 동해중학교를 거쳐 한독직업훈련원을 수료한 그는 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 87년 노동조합이 설립될 때 초대대의원이 되면서 노동운동에 몸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파업투쟁 현장의 중심에 항상 서 있으면서 구속과 석방, 해고와 복직을 되풀이하는 험난한 노동운동의 역정을 걸어야 했다.

89년 현대중공업 파업대책실장으로 128일간 파업투쟁을 했고 90년에는 13일간 높이 80m가 넘는 대형 크레인 골리앗에 올라가 투쟁했고 98년 민주노총 2대위원장으로 선출됐고 해방 후 처음 평양에서 열린 남북 노동자 축구대회의 남측대표단장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이상범 당선자는 충북 보은 출신으로 보은중학교를 중퇴하고 79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노조결성을 주도한 후 89년 9월부터 제 2대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이번 승리는 정치세력화를 염원하는 노동자와 민중의 승리”라며 “부패한 정치로부터 해방과 함께 깨끗한 정치를 열망하는 울산 북구 주민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6/2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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