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원조교제 천국 수도권 지방도시

신상공개 '극약 처방'불구 트리플 섹스 등 변태적 성 거래 늘어

‘언조족’(원조교제를 지칭하는 채팅용어)들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소년 성매매범 신상공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막혀 한동안 숨을 죽이던 이들이 지방 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명 탤런트인 이경영이 원조교제 혐의로 구속된 사건도 이 같은 붐을 부추기고 있다. 문제는 한차례 업그레이드(?) 된 탓인지 트리플 섹스 등 변태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역 주변 청소년 성매매 공공연

인천 동암역 북광장 부근. 이곳은 자정을 훨씬 넘긴 시간임에도 불구,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형형색색의 간판, 귓전을 맴도는 음악소리, 그 틈에 끼어 흐느적거리는 취객의 모습은 별천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인근 도로도 택시를 잡으려는 취객들로 절반 가량이 점거된 상태.

이중 유난히 눈에 띠는 사람이 있었다. 짙은 화장에 정장을 하고 있었지만 10대 소녀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소녀는 택시를 잡기보다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문제의 소녀 앞으로 검정색 승용차가 멈춰 섰다.

소녀는 운전사와 사전에 얘기가 있었는지 몇 마디 나누고서는 곧 바로 차에 올라탔다. 익숙한 자세로 차에 탄 소녀는 취객들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원조교제 현장이다. 부모들이 봤으면 펄쩍 뛸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유사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한다는 게 현지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의 귀띔이다.

12년째 이곳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택시기사 임모(49)씨에 따르면 동암역 부근에서 이 같은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임씨는 “원조교제 사범의 신상을 공개하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서울은 모르겠지만 인근의 인천이나 부천은 원조교제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밥 사주고 놀다가 여관가요”

최근 들어 서울 근교의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청소년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경찰의 집중 단속과 성매매범 신상 공개라는 ‘극약 처방’에도 불구하고 독버섯처럼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최근 발표된 경찰 자료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3월 전국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중 12%가 원조교제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추세는 서울을 벗어날수록 더하다. 현재 수도권 지역에서 원조교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인천 등 지방도시의 역주변. 인천 동암역, 부천역 공중전화부스, 부평역 C빌딩 앞 등이 가장 요주의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은 지하철역을 끼고 있어 소녀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역 주변에는 공중전화가 여러 개 비치돼 있기 때문에 휴대폰 통화를 싫어하는 ‘안전족’들에게 지명도가 높은 편이라고 한다.

현지 조달을 원할 경우 주로 일산 호수공원 등의 한적한 곳을 자주 찾는다. 자영업을 한다는 김모(33)씨는 “공원에서 서성거리는 애한테 농담을 걸면 알아서 ‘밥사달라’고 조른다”며 “이때 밥 사주고 같이 놀아주다가 여관에 데려가면 된다”고 귀띔했다.


10대들이 사냥감 찾아 사이버채팅

그러나 역주변이나 공원 등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정작 문제가 되는 곳은 사이버 공간이다. 익명성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원조교제는 현재로써는 속수무책이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원조교제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걸린 사람은 바로”라는 농담 섞인 말이 유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 인기 채팅 사이트인 H사의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15 필요해’ ‘인천 1:1 10’ ‘원조가 필요한 여자’ 등 원조교제를 암시하는 방제들이 눈에 띠었다. ‘재워줄래’ ‘알바녀’ ‘원조녀’ 등의 노골적인 ID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일대 일 성 관계도 부족해 여러 명이 섹스를 하는 변태적인 거래조차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1:1 섹스에 싫증을 느낀 남성들이 2:1, 혹은 3:1 섹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5월 말 트리플 섹스를 하다가 덜미를 잡힌 10대 소녀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달 초 20만원을 받고 30대 남자와 1:2로 성 관계를 가진 혐의다.

고양서의 최광엽 경사는 “원조교제를 제의해도 남자들이 쉽게 따라오지 않자 트리플 섹스를 생각한 것 같다”며 “가출한 상태라 돈이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전문가들은 원조교제의 원인에 대해 ‘기성세대의 소녀환상’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고려제일신경정신과의 김진세 원장은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금기를 깨고 싶어하는 환상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 같은 심리가 원조교제를 하도록 부추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요컨대 아끼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존재지만 그럴수록 깨트리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는 법.

어른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원조교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어떤 이유로든 10대 소녀들이 부추기니까 원조교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성세대들의 ‘소녀환상’깨야

서울 YMCA 청소년성문화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원조교제를 하는 청소년들은 크게 돈이 없어 원조교제를 하는 ‘생계형’, 성폭행을 당하고 난 후 충격으로 몸을 내던지는 ‘체념형’, 불우한 집안 환경으로 발생한 ‘스트레스형’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어른들의 심리를 부추겨 상습 성매매를 일삼는 10대 소녀들의 행동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상습 성매매를 일삼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냥감을 찾아 공원이나 사이버 공간의 채팅 사이트를 전전긍긍하는 게 특징이다.

이 관계자는 “법무부는 최근 서울가정법원 소년부 판사와 보호관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을 마련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 청소년의 경우 집중 보호관찰 대상자로 지정, 야간외출 금지령을 내리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06/28 20:3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