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는 패션리더

아르마니 정장, 페라가모 구두 등 명품 선호하는 스타일리스트

월드컵 신(新)패션이 관심을 끌고 있다. 월드컵 8강 진출의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의 단정한 명품 패션과 붉은 악마 패션에서 비롯된 화려한 색상의 의류가 패션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명장 히딩크 감독은 탁월한 리더십면에서뿐만 아니라 패션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패션 포인트는 심플한 무게감이다. 한마디로 보스(Boss) 스타일이다. 경기가 있는 날은 짙은 감색 수트에 옅은 블루 드레스셔츠, 푸른색 계열의 넥타이로 코디한다.


명품에 대한 거부감 사라져

일부 국가대표팀 감독이 유니폼이나 티셔츠를 걸치는 데 반해 주요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언제나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축구팬들을 즐겁게 한다.

깔끔한 스타일의 시계나 넥타이, 선글라스 등을 패션소품으로 사용해 포인트를 준다. 184cm의 큰 키에 하얀 피부, 옅은 갈색머리와 조화를 이룬 이러한 감각 있는 옷차림은 단연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이러한 명품 패션은 대부분 ‘조르지오 아르마니’ 제품이다. 명품 의상 가운데도 최고급으로 통하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정장은 무려 250만원에 이르는 고가품다.

흐르는 듯이 자연스런 양복선과 가벼운 착용감이 아르마니 정장의 특징이다. 정통 멋쟁이들이 고집하는 드레스 와이셔츠는 대략 40만원대이다.

넥타이는 페라가모 제품을 선호한다. 레드 열풍에도 불구하고 그는 푸른색, 은색 등 이지적인 느낌의 튀지 않는 넥타이를 즐겨 한다. 가격은 15만원. 역시 페라가모 제품인 구두는 45만~80만원대이다.

히딩크 패션 신드롬은 사치품으로 손가락질 받던 명품 패션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버렸다. 능력에 맞는 명품 패션을 착용하는 것은 당당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것이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공식수입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 양소영씨는 “월드컵 이후 히딩크 패션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의 세련된 패션 감각이 고급 브랜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몰고 온 화려한 남성패션

월드컵이 몰고 온 또 다른 패션 변화는 화려한 남성 패션의 부상이다. 평소 무난하고 보수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던 직장인들의 컬러 감각이 이전보다 훨씬 대담해지고 있다.

푸마코리아는 과거 여성들이 주로 찾던 레드 로고 티셔츠의 판매가 6월 들어 10배 가량 늘었고 이중 남성 고객이 6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회사측은 이에 따라 레드, 핑크, 옐로 등 여성적이지만 화려한 색상의 남성용 제품 생산량을 20% 정도 늘릴 계획이다.

30대 남성이 주고객층인 LG패션 마에스트로 캐주얼은 월드컵 기간을 전후해 레드, 오렌지, 핑크 색상의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7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남성 패션의 중요한 소품인 넥타이도 색상이 화사해졌다. 레드, 그린, 옐로, 오렌지 등 컬러풀한 색상이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잡고 있다. LG패션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남성들이 컬러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선호하는 색상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꽃미남 열풍으로 화장품 업계도 신바람
   
남성용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월드컵 붐이 남성용 화장품 업계의 호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안정환, 마이클 오언 같은 월드컵 ‘꽃미남’ 스타들의 빼어난 외모에서 비롯됐다.

이번 월드컵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의 잘생긴 축구스타들이 대거 출전했다. 영국의 오언, 파라과이의 로케 산타 크루스, 이탈리아의 필리포 인차기 같은 스타들은 축구실력 외에도 매끈한 피부에 조각상처럼 정교하게 다듬어진 얼굴, 늘씬한 근육질의 몸매를 내세워 국내 여성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8강 진입을 결정지은 골든골의 주인공 안정환은 수년 전 출연했던 남성용 화장품 TV광고가 최근 재방영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꽃미남 선수들의 인기에 자극받아 남성들이 피부 가꾸기에 발벗고 나섰다.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남성용 화장품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월드컵 경기 전에 비해 평균 3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안정환이 모델로 등장했던 남성용 기초화장품인 ‘꽃을 든 남자 이모션 세트’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달 들어 평균 판매량의 6배가 늘어났다. 휠라 레볼루션, 마리끌레르 옴므, 참존스킨 에센스 등 남성용 기초화장품과 LG생활건강의 모앤모아 탈모방지 샴푸, 태평양 모발제품 등의 매출도 급증했다.

인터파크 김선옥 팀장은 “최근 남성용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제품을 기초화장품 위주에서 세안용품, 여드름 치료 제품, 미백 상품 등 기능성 화장품으로 상품군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6/28 21:02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