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 대통령' 현실로?

대선 앞둔 정치권에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

‘12월 대선에 나와 국민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주세요.’(최모씨), ‘대선에 나오면 40대 아줌마 표는 제가 확실히 책임 지겠습니다.’(홍모씨ㆍ여)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정몽준(51) 의원이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월드컵 열기가 단순 축구 응원을 넘어 국민적 화합과 축제의 장으로 승화하면서 대회를 진두지휘한 정 회장에 대한 인기와 관심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월드컵을 통해 그 누구도 하지 못한 국민 대통합을 이뤄냈다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정 회장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여권의 제3 후보 영입이나 대선 후보 재신임, 그리고 신당 창당을 통해 정계 개편 움직임과 맞물려 더욱 관심이 끌고 있다.


정치적 입지 업그레이드 시킨 월드컵

정치권은 그간 대선 후보로서 정 회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실제 세력화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다. 한국 대표팀이 조별 예선에서 탈락할 경우 정 회장의 역할은 ‘찾잔 속 미풍’으로 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 자신도 대회 전까지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선 ‘월드컵에 전념한 뒤 생각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정 회장측은 이번 월드컵이 정치적 입지를 끌어 올릴 호기로 보고 오래 전부터 조용히 준비해 왔다.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현대중공업과 그 계열사, 그리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MJ 후원회’(회장 이홍구 전 총리) 등 공식 친위 단체를 통해 꾸준히 외연을 넓혀 왔다.

또 ‘MJ club‘, ‘MJ 매거진’, ‘MJ 방송국’ 등의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도 지지 세력을 확장했다. 이번 월드컵 응원전을 주도한 붉은 악마도 사실상 정 회장의 지지 그룹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정 회장은 특히 월드컵 개시 직전인 5월 20일부터 입법과 정책 개발을 할 대규모의 정책 보좌 인턴을 모집, 눈길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대학교수 등 각 분야 박사학위 취득자와 벤처 기업 사장 등 유력 인사 수백 명이 대거 몰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회장측은 쇄도하는 지원으로 마감 기한을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인 6월 29일로 연장했다. 모집 분야도 정치 경제 통일 외교 안보 여성 노동 환경 등 국정 전반에 걸친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어 정치권에선 대선을 염두에 둔 정책 브레인 구축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정치권이 정 회장의 포스트 월드컵 행보를 예의 주시하는 데는 정 회장에 쏠리는 엄청난 대중적 지지와 정치권 자체의 불가측성에 기인한다.

정몽준 회장은 월드컵 전까지만 해도 대선 후보 4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 노무현 후보,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월드컵 기간 중인 6월 13일 조사에서 정 회장은 이회창(29.3%) 노무현(28.6%) 후보에 이어 13.6%를 획득, 박근혜(8.2%) 대표를 밀어내고 3위로 부상했다. 정 회장은 5월 6일 한국일보의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10.9%에 그쳤으나 미국 전을 끝낸 6월 13일에는 17.2%로 급상승했다.

포르투갈전을 이겨 16강을 확정지은 뒤인 16일에는 18.7%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월드컵 막바지에 이를 6월 말에는 정 회장의 지지율이 이회창 노무현 후보에 크게 뒤지지 않는 20%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몽준+박근혜 경우 파괴력 상당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현재 정 회장을 가장 예의 주시하는 사람은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다. 박 대표는 정 회장과 초등학교 동창으로 예전 선친 때부터 함께 테니스를 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더구나 정치ㆍ이념적 스타일도 비슷해 지방선거 후 돌파구를 찾는 박 대표에게 정 회장은 매력적인 정치 파트너가 아닐 수 있다.

박 대표는 6월 19일 주간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기존 정당과의 합당이나 연합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서도 정몽준 회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한 것은 바로 이런 연유로 분석된다.

정치권은 박근혜 대표와 정몽준 회장이 연대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그 파괴력은 기존 양당 체제를 뒤흔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 가시화 될 경우 이인제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내 비주류들과 자민련의 상당 세력, 그리고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까지 가세하는 초대형 정계 개편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박근혜 대표는 미래연합으로 정 회장을 영입하길 원하나 정 회장의 높아진 위상으로 볼 때 신당 창당 쪽으로 갈 가능성이 더 높다.

6ㆍ13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도 정 회장의 동향에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 일부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내세워 ‘노 후보-한 대표’ 체제를 조기 해체하고 정 회장과 박근혜 대표를 포함한 대선 후보 재경선 실시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8ㆍ8 재보선 이후 대선 후보 재경선 카드를 들고 나온 노무현 후보도 자칫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정 회장과 후보 경선을 치를 수도 있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야, 정회장 동향 예의 주시

한나라당에도 정 회장의 갑작스런 부상은 주요 변수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가장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민주당을 비롯한 상대 당에 영남 대선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나타났듯 이 후보가 영남 출신이 아니라 상대 당에서 영남 후보가 나설 경우 영남 대표 정당인 한나라당의 상징이 희석돼 표를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정몽준 회장은 대중적 지지도가 넓은 데다 막강한 자금력 동원력까지 있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 회장 주변에는 ‘몽준 러브(MJ love)’를 포함해 다음과 프리챌에 8개 정도의 온라인 팬클럽 결성돼 세를 확장하고 있다.

몽준 러브(MJ love)의 운영자인 최민동(29)씨는 “월드컵 이후 회원이 급증한다”며 “노사모가 4만명이지만 정몽준 팬클럽을 하나로 묶어 10만명의 회원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 회장의 후원회도 최근 가입자와 후원금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축구로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른 정몽준 회장. 그가 월드컵으로 만들어진 대중적 지지를 정치로 연결시켜 고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못다한 대권의 꿈을 성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6/30 13:22


송영웅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