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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세계여행-16] 필리핀 세부(Cebu)

 초록빛 바다, 나른한 스파 그리고 웃음 띤 사람들의 땅

진정한 휴식을 맛본 게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팍팍한 삶에 던지는 쉼표 하나처럼 필리핀 세부에서 오아시스 같은 휴식을 취한다.

고민 없이 내려 쬐는 태양, 거침없이 달려드는 파도, 나긋나긋한 마사지사의 손길. 너무나 만족스러운 순간, 세상 모든 일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낯설음, 그 첫 느낌

세부로 바로 들어가는 비행기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그만큼 세부를 찾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필리핀을 이루는 그 숱한 섬들 가운데 하나인 세부는 남북으로 긴 모양의 섬 오른쪽 허리에 중심인 세부 시티가 있고, 세부 시티에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국제공항이 있는 막탄 섬이있다.

어둠 속에 내린 비행기는 우르르 사람들을 토해낸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입국 심사를 통과해 가방을 챙겨들고 나오니, '훅~'하고 온몸으로 달려드는 뜨거운 공기. 새벽인데도 공기는 식을 줄 모르고 한 낮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비로소 낯선 이국 땅에 발을 디딘 실감이 난다.

가로등도 거의 없는 한적한 길을 달려 도착한 숙소는 세부 최대의 리조트인 샹그릴라.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야자나무는 바닥에서 쏘아 올린 조명을 받아 기괴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아침에도 서늘한 기운은 없다. 바늘처럼 가느다란 이파리를 가진 잔디밭은 어제 깎은 듯 가지런하다. 잔디밭을 종종걸음치다가 날아가는 새들의 지저귐이 아침 특유의 상쾌함을 대신한다.

구불구불 놓인 산책로는 해변으로 이어진다. 나뭇잎을 엮어 올린 개방된 방갈로와 파라솔이 번갈아 가며 놓인 바닷가. 짙은 구리 빛의 건강한 웃음을 띈 여인이 밤새 밀려온 해초를 치우고 있다.

솔바람이 그윽한 우리네 해변과 달리 남국의 해변은 뜨거운 공기와 초록빛을 띄는 바다, 나른하게 늘어진 야자수로 대변된다. 해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서 지나가는 방카 보트는 길쭉한 배에 균형을 잡기 위해 한쪽에 다리를 받힌 것으로 이국적이기는 매한가지다.

어린 아이 둘이서 놀이 나가는 것인지, 고기 잡으러 가는 것인지 자기들보다 하얀 피부를 가진 동북아의 여행자를 빤히 쳐다보며 지나간다. 그들이 낯설기는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여행의 묘미는 이런 설렘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던가.


하고픈 것만 할 자유

세부에서 제일 크고 시설도 잘 갖춘 샹그릴라 리조트는 시설이 좋지만 한적한 멋을 즐기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묵는다.

발 디딜 틈도 없는 피서철의 우리나라 해수욕장에 비하면 이곳도 무척 한적한 편이긴 하지만 이왕 떠나온 휴가길, 더 고요한 곳, 그야말로 인적이 드문 파라다이스를 원하는 건 당연한 마음이다. 그렇다면 딱 어울릴 만한 곳이 있으니 바로 바디안 리조트다.

세부 시내에서 한참을 덜컹거리고 달린 뒤 작은 보트로 얕은 만을 건넌 뒤에야 도착한 바디안 섬은 해변이 썰물 때는 사람의 키를 넘지 않을 정도로 얕다. 실제로 주변의 어부들이 물 속을 걸어 다니며 고기를 잡는 모습도 보인다.

섬의 한 쪽 해안에 자리잡은 바디안 아일랜드 리조트 & 스파(Badian Island Resort & Spa)는 휴양의 개념이 강한 리조트다. 하고 싶은 것은 마음껏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다.

노 팁, 노 옵션(No tip, No option)이 원칙이며 식사도, 술도, 레포츠도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 흔히 호텔에 도착했을 때 가방을 방까지 옮겨주는 포터에게 몇 달러나 쥐어줘야 할지, 아침에 방을 치우는 청소부에게 줄 팁을 베개 위에 둘지, 머리맡 테이블에 둘지, 그냥 이불 위에 둘지 등이 고민인 해외여행에서 노 팁 제도는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무척 기분 좋게 다가온다.

바디안 리조트의 도착은 나무로 만든 선착장에서 시작된다. 소규모 리조트라 몇 시에 누가 도착하는지 모든 스태프가 알고 있고,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하던 일을 멈추고 선착장으로 달려 나온다. 스태프가 부르는 환영의 노래는 이들이 걸어주는 소박하지만 짙은 향기를 지닌 꽃 목걸이처럼 정겨운 인상을 준다.


바다가 보석이라구? 물 속을 봐!

객실에서 도마뱀이나 거미를 발견했다고 놀라지 말자.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없을 뿐 아니라 그만큼 깨끗하다는 신호니까. 이른 아침이나 밤에는 발 아래를 잘 살펴 지나가는 달팽이를 밟지 않게 조심할 일이다.

때로는 커다란 두꺼비가 바로 앞을 지나갈 지도 모른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 리조트를 건설한 덕분에 리조트 안팎에서 자연 그대로의 동식물을 만나게 되는 건 당연하다.

리조트에서 하루 종일 머물러도 사람과 거의 마주치지 않는다. 해변에 내다 놓은 파라솔에는 십여 개의 선 베드가 놓여 있지만 네다섯 개에만 사람이 있어도 많은 편이다.

해양 레포츠는 섬의 고요를 깨트리지 않기 위해 대부분 무동력으로 준비되어 있다. 패들 보트나 방카 보트, 윈드서핑, 비치발리볼, 스노클링 등 원하는 걸 골라 타면 된다.

비치 피크닉은 해변에서 즐기는 점심식사와 바닥이 투명한 글래스 바텀 보트로 엿보는 바닷속 세계, 스노클링을 한데 엮은 것으로 누구나 원하면 해볼 수 있다. 특히 신혼부부에게 인기라고.

바다 안에서도 유난히 바다가 아름다운 곳으로 글래스 바텀 보트를 몰고 가는데 가는 동안 산호초와 열대어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바위 절벽과 좁은 백사장으로 된 해변에는 방갈로와 선 베드가 마련되어 있다. 샐러드와 꼬치구이 등 뷔페로 차려진 식사를 하고 나서 낮잠을 청하거나 바다로 풍덩 뛰어들거나 마음대로 하면 된다. 바다로 몇 십 미터만 헤엄쳐 나가면 바위 절벽이 아래로 뚝 떨어지면서 갑자기 깊어진다.

산호초가 깔린 바닥이 손에 잡힐 듯 보이다가 짙은 바다 색으로 변하는 지점에 이르면 순간 섬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짜릿하기도 하다. 물안경과 숨대롱, 구명조끼, 오리발을 하고 있어서 수영을 전혀 못하는 이라 하더라도 스노클링은 손쉽게 할 수 있다.


바다에 숨은 폭포

세부 섬에 속한 곳이긴 하지만 바디안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와산 폭포는 바디안 리조트를 찾는 이라면 꼭 찾는 코스다.

바다가 주 놀이터인 필리핀 여행에서 이처럼 거대한 폭포는 독특한 경험이다. 폭포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부터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는 데 물이 맑고 시원한 기운이 주위를 감돌아 기분 좋게 등산하는 기분으로 걷는다.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수량이 많아서 근처에 가면 귀가 멍멍할 정도다. 폭포는 세부 현지인들에게도 인기 있는 여행지라서 주말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뗏목 두세 척이 보이는데 폭포로 패인 바위 안쪽을 돌아 폭포 바로 아래를 지나면서 자연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뗏목꾼들은 능숙한 솜씨를 밧줄을 당겨 폭포 뒤쪽으로 들어가 물이 쏟아지는 바로 아래 뗏목을 고정시킨다.

물살이 강해서 얼얼할 정도인데 엎드려서 다리 마사지를 하면 좋다. 뗏목 가운데 앉거나 엎드려 있어야지 가장자리로 갔다가는 물살에 휩쓸려 뗏목 밖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조심한다. 떨어지더라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은 없다.

메인 폭포에서 5분 정도 더 올라가면 규모가 약간 작은 폭포가 하나 더 나온다. 두 번째 폭포 주변에서는 꼬치구이나 민물고기 구이를 팔기도 하고, 음료나 맥주도 있다.

가와산 폭포로 오가는 길에서는 집이나 과일 농장, 고기잡이 등 현지인의 일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허름한 옷에 얇은 나무를 이어 붙여 지은 허술한 집, 손바닥만한 구멍가게는 언뜻 보기에도 무척 가난해 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비참함보다 느긋한 여유와 삶에 만족하는 미소가 보일 따름이다. 싱그러운 열대림, 강렬한 태양, 초록 바다가 이들과 늘 함께 하기 때문이 아닐까.

스파, 그 달콤한 유혹의 손길
   
바디안에서 한두 시간은 스파에 투자하길 바란다. 비록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아 꼭 한번 경험해 볼 만 하다.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마사지사의 손길에 온 몸을 맡겨 놓고 있으면 어느 순간 나른한 잠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스파의 종류는 다양하다. 비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30분 정도의 젯랙 마사지부터 두 시간, 네 시간짜리까지 부위에 따라, 원하는 내용에 따라 고를 수 있다.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보면 스웨덴 스타일로 하는 바디안 마사지, 인디안과 중국, 태국식을 고루 섞은 마사지 기법으로 온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아일랜드 파라다이스 마사지, 두 명의 마사지사가 동시에 마사지하는 바디안 디럭스 포핸드 마사지, 여성에게 인기 있는 내추럴 페이셜 등이다.

약간 어두운 듯한 실내에는 은은한 향이 감돌고 편안한 명상음악이나 자연의 소리로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오일을 바르고 피부에 스며들도록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깨를 주무르거나 두피를 자극하기도 하고 놀랄 만큼 세게 누르는가 하면 가볍게 탁탁 치기도 한다. 마사지를 받다 보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노곤해지며 기분까지 말랑말랑해진다.

여행정보
   
■ 항공 : 필리핀항공에서 주4회(수, 목, 토, 일요일) 세부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비행시간은 4시간30분. 저녁 9시50분 인천 출발, 새벽 1시25분 세부 도착. 오후 3시20분 세부 출발, 저녁 8시50분 인천 도착. 7월20일부터 8월17일까지 세부행 전세기가 매주 수, 토요일 추가된다.

■ 바디안 리조트 : 막탄공항에서 3시간 정도 걸린다. 공항에서 리조트까지 헬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6인승, 700달러) 50개의 객실이 있으며 리조트에서는 모든 시설과 식사, 음료, 주류(칵테일, 맥주 등), 레포츠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 단 객실의 미니바, 양주, 스쿠버다이빙, 스파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스파는 1시간에 50달러 정도. www.badianhotel.com

■ 여행상품 : 필리핀 전문 여행사인 락소여행사에서 바디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족여행 마부하이(항공 비즈니스석, 스위트룸 이용) 158만원, 가족 실속여행(이코노미석, 디럭스룸) 143만원, 허니문 134만원. 4박5일 일정이며 항공, 모든 식사, 현지 투어, 레포츠 등이 포함된 가격이다.

8월부터 락소여행사 한국인 직원이 바디안 리조트에 상주하면서 우리나라 여행자들을 도와준다. ☎02-569-0999

 

 

글·사진 김숙현 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7/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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