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109)] 휴대폰 강도 극성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휴대전화기는 가벼워지고 작아졌다는 이유로, 또는 기능이 많아지고 디자인이 좋아졌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새로 사는 사람 중에 상당수는 휴대전화의 성능이 개선되서라기보다는 전화를 분실해서 새로 구입하고 있다. 휴대용인 만큼 분실의 가능성이 많고 또 일단 분실되면 되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휴대폰 찾기 콜센터(7000-550, http://wwww.handphone.or.kr)에 따르면 년 간 분실된 휴대폰의 총 접수는 31만814개에 이른다. 이 중에 주인이 찾아간 경우는 불과 7만8,381개로 겨우 4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일부 분실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수령을 거부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설마 4분의 3이 수령을 거부한 것은 아닐 것이기에 이 같은 수치에 대해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분실된 휴대전화의 번호만 알면 소유주를 단번에 찾을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근본적으로 잃어버린 휴대전화가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타인의 휴대폰을 얼마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고 또 분실된 휴대전화에 대한 불법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절대로 휴대전화를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휴대전화의 정보와 ID를 복제한 사람이 쓰는 휴대전화요금까지 본인에게 부과되기 때문이다.

사실 휴대전화의 핵심정보를 복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종전의 8시간에서 단 60초로 단축됐다. 휴대전화에는 제조사들이 프로그래밍한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라고 하는 특유의 숫자가 있다.

그런데 이 휴대전화의 ID 넘버를 바꾸는 것은 워드 문서에서 앞부분을 바꾸는 것만큼 쉽다. 이 15 비트의 넘버를 바꾸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웹상에 벌써 나와있을 정도다.

이 소프트웨어와 함께 이 케이블을 휴대폰과 컴퓨터에 연결만 하면 몇 분 이내에 번호가 바뀐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휴대폰 강도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영국 경찰청에 의하면 지난 한해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방에서 70만대의 휴대전화가 도둑맞았으며, 대부분이 폭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 1월 영국 의회는 휴대폰 재프로그램 방지를 위한 법률을 확정했고 법률을 공포한 지 하루만에 23세의 전화 도둑이 4년형을 언도하기도 했다. 기업과 정부는 이 복제방지 기술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까지 휴대전화 복제범들은 휴대전화 정보를 암호화하는데 사용된 ID의 모든 가능한 변수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방식으로 복제해왔지만, IBM과 스위스 연방기술연구소(SFIT)의 합동연구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범인들은 칩이 일정한 업무를 완료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칩에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휴대전화 내부의 고유번호와 데이터를 복제하고 있다고 한다.

우선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은 휴대전화의 모든 종류의 연산작용에 걸리는 시간을 일정하게 만드는 한편 칩이 연산처리를 수행하는 방식을 변경하면 된다.

암호해독자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로스앤더슨 교수는 휴대전화 칩의 연산을 전압으로 바꾸는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휴대전화 복제를 막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BT Cellnet에 의해 개발된 방지 시스템의 경우는 훔친 휴대전화로 네트워크 상에서 거는 첫 번째 전화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추가해서 휴대폰을 훔친 범죄자를 경찰로 바로 연결되도록 조처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휴대전화의 편리라는 빛은 신종 범죄라는 피할 수 없는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2/07/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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