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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남성 갱년기

[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남성 갱년기

인생의 내리막길 아니다

남성도 여성과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갱년기를 겪는다. 갱년기란 생식기(Reproductive stage)에서 비생식기(Nonreproductive stage)로 이행하는 기간을 말한다.

흔히 여자는 월경주기가 불규칙하게 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폐경 이후 수년의 기간까지를 포함하여 말하고, 남자는 50세를 전후한 시점으로 인체 내 각종 호르몬이 부족해져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시기를 말한다.

갱년기(Climacteric)라는 말은 그리스어의 '사다리'라는 단어에서 유래했으며 인생의 내림길을 의미한다.

사람의 인생을 사과나무에 빗대어 말해 본다면 봄에 연한 녹색의 잎이 돋아 여름에 무성한 진초록 빛을 뿜어내다가 예쁜 꽃을 피우고 가을에 열매를 맺은 후 겨울에 다시 화려한 외형을 정리하고 뿌리로 거둬들이듯이 갱년기는 이 마지막 시기를 알리는 늦가을의 찬바람쯤이 아닐까 싶다.

남성 갱년기 장애의 증상은 여성의 증상과 비슷한 점이 많다. 발기력 감퇴나 성욕 저하, 낭습(고환 아래가 축축해지는 병)이 생기며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있거나 야뇨가 생기는 등의 비뇨기계 증상이 나타난다.

피로감, 소화장애, 식욕부진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현기증이나 안면홍조, 심계항진 등과 같은 순환기 장애가 올 수 있고 오십견이나 요통 골다공증 등도 발생한다. 허무함과 인생의 회의를 느끼기 때문에 우울증이나 신경과민, 집중력 상실 등과 같은 정신신경증상이 나타난다.

단 남성의 갱년기는 급속한 여성호르몬의 감소를 보이는 여성의 갱년기와 달리 서서히 진행되는 특징을 지닌다.

여성은 폐경을 경계로 급속한 난소기능 저하가 와서 여성호르몬의 급격한 감소가 나타나지만 남성은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일은 없으며 정자 생성기능도 점차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점은 여성 갱년기는 거의 모든 여성에게 나타나지만 남성 갱년기는 적은 범위의 남성에게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黃帝內經) 소문(素問)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남자가 여덟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튼튼해져 모발이 길게 자라고 치아가 새롭게 난다.

열 여섯 살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왕성해져서 정기(精氣)가 흘러 넘치게 되고 따라서 생식능력이 생긴다. 스물 넷부터 신장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고 뼈와 근육이 단단해진다. 서른 둘부터는 뼈와 근육이 풍부해지고 살이 차 오른다.

마흔이 되면 신장의 기운이 쇠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상하기 시작한다. 마흔 여덟이 되면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

쉰 여섯이 되면 간장의 기운이 쇠하여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없고, 정이 고갈되고,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 몸이 노쇠해진다. 예순 넷이 되면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마흔부터는 실제로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사실 40대라면 한창 자기의 분야에서 일하며 성취감을 맛보고 있을 시기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겉이 화려해 지는 때가 곧 내부가 부실해 지기 시작하는 시점임을 알 수 있다.

옛날부터 남자의 42세를 대액(大厄)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이 무렵부터 몸에 하나 둘씩 병이 생기고 육체적으로 부실해지며 정신적으로 갈등을 많이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시기를 지나 50대와 60대를 맞이하면서 갱년기라는 또 하나의 시기를 지나고 사람은 점차 성숙한 인생을 꾸리게 된다.

이 과정을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사람 구실을 하면서 점차 혈기(氣血)을 모아 자신의 몸을 채워나가다가 어떤 마디에 이르러 모았던 기혈을 다시 자연계에 돌려주며 자신을 줄여나가는 모습이 관찰된다. 인체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참 재산을 모으고 지식을 모으고 사람을 모으고 욕심을 채우고 하지만 어떤 시기가 지나면 사회에 환원하고 가르치고 업적을 남기고 하는 등의 일에 힘을 쏟기 마련이다. 내 삶의 과정만 잘 이해해도 도통하지 않을까 싶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2/07/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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