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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의 巨匠]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우리시대의 巨匠]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

 완벽과 정점을 향해 가는 마에스트로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49)이 오랜 만에 피아니스트로 고국 무대에 섰다.

6월 11일 오후 7시 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렸던 제 6회 ‘7인의 음악인들’에서는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트리오 2번’, 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작품번호 34번’ 등 세 곡이 연주됐다.

한결같이 요즘의 들뜬 분위기와는 거리 먼 묵직한 후기낭만주의 걸작들이다. 예핌 브론프만(피아노), 슐로모 민츠(바이올린), 다이신 카지모토(바이올린), 유리 바슈메르(비올라), 미샤 마이스키(첼로), 조영창(첼로).

한 번 부르려면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하는 문자 그대로 세계적 클래식 스타들이다. 그 맨 앞에 소개되는 인물이 정명훈이다. 그가 이번에는 지휘자가 아닌 피아니스트로 고국과 만난 것이다.

정명훈은 현재 파리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와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는 특별 고문으로 가끔 지휘를 한다.

1997년 한국 중국 일본 등 3국의 대표적 연주자들이 모여 매년 1회 연주를 펼치는 아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는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활동중이다. 그는 6월 19~20일 일본에서 도쿄 필하모닉 연주의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세 아들 중 둘째 선은 재즈 기타리스트로 아버지와 가끔 협연을 가질 정도의 실력이다. “재즈 하는 아이는 클래식을 무슨 재미로 하느냐고 묻죠. 나는 이렇게 답해요. 클래식은 일평생을 완벽과 정점을 위해 치닫는 거라고.”

이들 부자는 2000년 8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반주로 함께 팝스 콘서트를 갖는 등 크로스오버를 주제로 음악적 만남을 갖는 동료이기도 하다. 파리서 고등학교 재학중인 셋째 민은 콘트라베이스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첫째 진은 미국 브라운대 재학중이다.


한 국가의 음악적 척도는 오케스트라

“저의 출발점은 독일의 이름 없는 오케스트라였습니다.”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정명훈은 6월 4일 오후 7시 45분 세종문화회관 교향악단 연습실에서 젊은 음악 학도들에게 40분간 마스터 클래스를 가졌다. 이 시간은 공교롭게도 한국과 폴란드전이 열리고 있었다.

바로 옆 광화문에는 그야말로 송곳 하나 꽂을 틈이 없이 인파가 들어 차 있었다. 줄리어드 수학 시절 축구 선수로 뛰었던 정명훈은 자리에 앉자 마자 일문일답 형식으로 자신의 음악론을 펼쳐갔다. 소란한 바깥에도 불구, 행여 놓칠세라 한마디 한마디에 젊은 음악인들은 귀를 기울였다.

그는 “젊은 지휘자의 실수를 참고 따라준 그들의 참을성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었다”며 젊은 후배들에게 자신도 무명의 존재로 출발했음을 상기시켰다.

정명훈은 “제일 못 하는 게 말”이라며 “마이크 잡으면 더 못 한다”고 너스레를 떨어 긴장해 있던 젊은 음악 학도들이 웃음보를 터뜨렸다. “외국에 있으면 우리나라의 음악 수준이 계속 상승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가 가장 기쁘죠. 미국이나 이탈리아에 가면 여기가 한국이 아닌가 착각까지 할 정도죠.”

그러나 후학들을 염려하는 대선배로서 그는 먼저 우려의 목소리를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의 오케스트라는 너무나 취약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솔로들의 기량을 비교하면 격차는 하늘과 땅이라는 것이다. 정명훈은 그 원인이 한국 특유의 오디션과 콩쿨 지상주의로 지적했다.

그는 “한 나라의 음악적 수준의 척도는 오케스트라”라며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래 한국인의 성격은 오케스트라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뜨거운 열정을 오케스트라 작업으로 순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후원이 너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기업의 예술적 관심을 촉구했다.

프랑스의 바스티유 오케스트라, 영국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을 조련해낸 그는 “국내 오케스트라들도 자신만의 개성적인 소리를 가져야 한다”며 지적했다. 그는 “투티(tutti:일시에 함께 소리 내는 것)는 75%가 스트링(현악)에 달려 있다.

이것이 곧 오케스트라의 소리”라고 강조했다.현을 길들이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바꿔 말한 것이었다. 그는 “단 한 음을 갖고도 개성적 색깔을 얻으려면 오랜 기간 공들여야 하는 스트링 주자들이 가장 훌륭하다”고 말했다.

일은 제일 많은데, 겉으로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어느 오케스트라를 맡던 그가 똑 같은 소리를 200~300번 반복하는 것은 그와 오케스트라 만이 낼 수 있는 독창적 소리를 찾기 위해서다.


음악적 판단능력이 지휘자 최고의 덕목

그는 거장 특유의 솔직함으로 젊은 음악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사실 단원과 청중의 수준이 낮으면 지휘자만큼 쉬운 게 없다.

음악을 전혀 몰라도 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휘자란 박자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은 엄청난 오해”라며 “음악적 판단 능력이 최고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의 지적 중 국내 오케스트라의 상황에 대한 언급은 솔로 양성에만 치중하는 국내의 음악계가 특히 귀담아야 할 부분이었다.

그는 “한국 오케스트라의 편차는 개인 실력차가 아니라 후원이 얼마나 계속 오랫동안 이뤄질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정적 후원 시스템 아래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육성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는 결론이다.

장병욱 차장 aje@hk.co.kr

입력시간 2002/07/1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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