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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균의 개그 펀치] "北, 당신들 실수한거야"

웨이터 출신의 김남일을 월드컵 대표선수로 발탁해서 한국이 4강 신화를 이룩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히딩크는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어 축구가 전후반 몇분 경기인지, 오프사이드가 무엇인지, 옐로 카드가 뭔지도 모르던 여자 연예인들도 히딩크의 열성 팬임을 자처하며 열렬한 축구팬임을 선언하고 나섰다. 여자 연예인 A양은 자기가 히딩크 전문가라며 김남일과 히딩크의 첫만남을 조작해서 떠들어 댔다.

"히딩크가 우리나라에 처음 와서 고향 네덜란드 생각이 나서 나이트 클럽에 가 술을 한잔 마시는데 술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손님들에 맞서 몸싸움을 하는 웨이터를 보고 축구한번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는데 그게 바로 김남일이었어."

원래 김남일이 축구선수였던 것을 모르고 아는 체를 해대는 A양이 그래도 귀엽게 보인 것은 우리나라가 4강에 까지 오른 감격 때문일 것이다.

히딩크가 우리나라에 와서 월드컵 16강을 목표로 선언한 말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 였다. 지나치도록 자신만만한 히딩크의 말을 완벽하게 믿은 사람이 몇이나 있었을까. 하지만 히딩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우리조차도 믿을 수 없는 4강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었다. 세계를 놀라게 한 게 어디 그뿐인가. 터키와 3, 4 위전을 치룰 때 터키의 첫 골이 경기 시작 11초만에 터져 월드컵 신기록을 수립하며 세계를 정말로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낯선 외국인 감독에서 이제 히딩크는 가슴 찡한 피붙이처럼 우리의 마음을 점령해버렸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라며 히딩크를 등장시켰던 광고의 믿음처럼 히딩크는 어느새 우리 축구사의 전설이 되어버렸다.

히딩크와 상의하면 뭐든지 이루어질 것 같은 예감과 희망이 강해서일까. 요즘 남편들은 아내들이 '당신의 정력을 보여주세요' 라며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밤마다 덤벼드는 통에 죽겠다고 난리란다.

월드컵 기간 동안 우리는 행복했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뭐든지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이땅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는 모처럼의 안도감이 들었었다.

하지만 월드컵 막바지에 일어난 서해교전이 우리의 잔칫상에 찬물을 확 끼얹어 버렸다. 연평도 앞바다에서 북한이 작정을 하고 우리 해군을 향해 총격을 퍼부은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고 원통하다.

우리가 목이 터져라 축제 분위기에서 응원을 하고 있을 때, 그 잔칫상을 지켜준다고 망망대해의 뜨거운 햇살 아래 서있던 우리의 아들들이 어이없이 죽어갔다고 생각하니 새삼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믿어 준만큼 이방인 히딩크도 약속을 지켰는데 우리와 같은 민족인 북한은 철저하게 배신을 한 셈이다. 같은 민족끼리 한번 잘 지내보자고 굳게 약속했는데 결국 짝사랑의 처절한 아픔으로 남았다.

마치 70년대 애정영화처럼 ‘마음 주고 몸 줬더니 돌아오는 건 처절한 배신이더라’는 싸구려 결말로 우리의 믿음을 짓밟았다.

시쳇말로 뭐 주고 뺨 맞은 격이다. 어쩌면 이미 예고된 짝사랑의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순진했던 우리는 지금이 휴전 중이었다는 것을 너무 쉽게 망각해버렸다. 50여년의 휴전상태가 너무 길었던 탓이었을 것이다.

확실하게 각인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휴전 중이다. 축구처럼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의 긴장된 상황인 것이다. 후반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경기가 끝났다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다 어이없이 한방 먹은 꼴이 되어버렸다.

우리 축구팀이 약체라고 희희낙락했을 포르투갈이나 이탈리아, 스페인이 '이럴수가…' 라며 망연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던 모습을 북한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순진하다고 단물만 빨아먹고 걷어차려 했던 연인이 매서운 눈빛으로 후반전을 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월드컵을 계기로 하나가 되는 충만함을 경험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국전쟁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 오- 필승 코리아' 를 외치며 우리 군을 든든히 받쳐줄 것이라는 것도 북한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입력시간 2002/07/1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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