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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지 않곤 못 배긴 '여걸' 주혜란

튀지 않곤 못 배긴 '여걸' 주혜란

한국판 힐러리의 몰락, 경기은행 이어 파크뷰 로비 수뢰혐의로 영어의 몸

‘윤락녀의 대모’ ‘에이즈 박사’ ‘사교계의 여왕’ ‘경기도의 힐러리’ ‘도지사 남편보다 더 바쁜 부인’

임창열 전 경기지사의 부인 주혜란(54)씨의 닉네임이다.

주씨는 1998년 임창열씨가 경기지사로 취임한 후 숱한 화제를 뿌리다 곧바로 경기은행 퇴출 저지 로비와 관련해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온 세상에 알려졌다.

주씨 주변에서는 소외된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유별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여의사’라는 호평과 ‘너무 튄다’는 악평이 교차한다.

주씨는 부모가 모두 의사인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서울 무학여고와 고려대 의대를 나와 일본 쇼와(昭和) 의대에서 공부한 후 충북 청원 보건지소장, 의정부-서울 강동-서울 강남구 보건소장 등을 거쳤다.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만류 때문에 자서전 출간의 꿈을 접었지만, 그녀는 자서전 초고에서 “어린시절 도시락을 못 싸오는 친구들을 위해 도시락을 몇 개씩 싸 가지고 다녔다”고 회고했다.

대학 재학시절 서울대 법대생과 결혼했으나 성격차로 갈라섰으며 임 전 지사와는 1990년 미국에서 동생 소개로 만나 이듬해 재혼했다.

주씨는 “대학 졸업 후 농촌 보건소 근무를 자원했으나 보건복지부(당시 보사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발령내지 않았다”며 “결국 복지부 차관실까지 찾아가 애걸복걸해 충북 청원군 현도면 보건지소장으로 발령 났다”고 말했다.

일부 인사들은 당시 의사고시에 불합격한 주씨가 보건소 근무 경력으로 의사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점을 이용하기 위해 보건소 근무를 시작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나 사실 여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사자머리 한 보건소장’ 화제

주씨는 1984년 우리나라 최초로 에이즈 감염자를 발견한 후 에이즈 근본대책을 정부에 건의하고 틈만 나면 전국 기지촌을 돌며 에이즈 예방법을 강의했다고 자랑한다.

80년 서울 지역 최초의 여성보건소장으로 재직한 뒤 용산 보건소장 때는 당시 미스코리아 출신의 머리스타일인 ‘사자 머리’를 하고 다녀 화제를 모았다. 그녀가 대학 재학시절 미니스커트를 주저하지 않고 입고 다닌 점 등을 고려한다면 쉽게 이해할 대목이다.

그녀의 튀는 성격은 임창열 전 경기지사와의 만남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90년 당시 IMF 대리 대사였던 임씨와의 만남의 주씨의 여동생이 주선했다. 주씨는 “그는 시골아저씨처럼 수수하고 소박했으며, 그러면서도 아주 당당해 보였다”고 첫인상을 밝혔다.

이혼남인 임씨도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주씨의 활달한 성격에 빠졌다. 주씨는 당시 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임 대사가 아주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니 꼭 결혼해라”고 말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이들의 재혼은 순탄치 않았다. 첫 결혼에서 얻을 두 사람의 딸들이 ‘아저씨’ ‘아줌마’로 호칭한 것 때문에 아이들끼리도 다투는 등 껄끄러웠던 것이다. 주씨는 95년 서울 양재동에 ‘주 클리닉’이란 종합건강검진 전문의원을 개설했다.

남편의 ‘후광’때문인지 포항제철, SK텔레콤, 수자원공사,해양수산부, 한국도로공사 등 단체 건강검진을 맡기도 했다. 주씨는 이 곳에 미니 카페를 만들어 차도 마실 수 있게 했으며, 피아노도 들여 놓고 직접 연주와 노래도 했다고 전해졌다.

주씨의 행적이 노출되기 시작한 것은 ‘도지사 사모님’으로 직함이 승격된 이후부터다. 98년 8월에는 경기 파주 지역 수해현장을 위로차 방문했다가 임 지사를 대신해 브리핑을 받아 주위의 눈총을 샀다.

이듬해 5월 28일. 임 전 지사 생일날 도지사 공관에서 도내 기관장 부인, 교회 교인, 연예인 등을 대거 초청, 대규모로 생일파티를 열었다. 결국 방문객들로 인해 지사 공관 인근 도로의 교통이 마비돼 생일파티가 널리 알려졌다.

또 같은해 전국문화원 연합회 경기지부가 주최한 ‘우리한복 패션쇼’에 프로 모델 16명과 함께 한복 모델로 나서 명성을 과시했다. 경기오페라단이 기획한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도시국가 ‘나폴리’의 여왕 역으로 출연, 수원 군포 서울을 돌며 공연해 다시 한 번 관심을 끌었다.


도지사 남편보다 높은 도지사 사모님

올해 5월에는 성남시 주최의 어버이 날 행사에서 축사를 했다가 한나라당으로부터 “아무런 공직도 없는 사람이 국가기관의 공식행사에서 축사를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주변 인물에 대한 파격 인사로 경기도청 주변에는 늘 “주씨가 도지사인지 남편이 도지사인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그녀의 튀는 성격은 ‘로비’에도 적용됐다. IMF 환란 위기 때 남편이 캉드쉬 IMF 총재를 집으로 초대할 때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고, 캉드쉬 부인과도 통화할 정도로 교분을 넓혔다. 또 99년 옷 로비 파동 때는 주씨가 민주당 김옥두 의원의 부인에게 월 200만원씩 내는 보험에 가입한 사실도 밝혀졌다.

로비의 압권은 경기은행 퇴출 저지 때다. 임 전지사 부부가 모두 구속될 당시 임 지사는 1억원을, 주씨는 4억원을 받은 것으로 밝혀져 누가 몸통이고 누가 깃털인지 의구심마저 자아냈다.

이 사건으로 주씨는 2000년 1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주씨는 구속 수감될 당시에서도 여 교도관에게 “늦은 시간에 고생이 많다. 잘 부탁한다”고 말해 그녀의 사교적인 성격을 보여줬다.

주씨가 다시 공식 나들이에 나선 것은 2000년 7월이었다. 수원시 팔달산 서장대에서 열린 스페인 카탈루냐주 푸졸 총리 환영식장. 다소 초췌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집행유예 상태인 주씨는 행사 참석을 꺼렸으나 외국 귀빈이 부부로 올 경우 우리측도 부부가 영접해야 한다는 외교 관례에 따라 참석했다고 경기도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 행사 이후 비공식 행사인 도 공연장 등에서 주씨는 예전의 활기찬 모습을 과시했다. 지난해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뮤지컬 공연장에서 혼자 기립박수를 쳐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이 같은 주씨의 돌출행동으로 임 전지사와 잦은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측근은 “임 지사가 동행할 때 반드시 (자신의) 뒤에 설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또 한 측근은 “주 박사 때문에 지사 부부가 자주 다툰다”면서 “부부 싸움 끝에 주박사가 집을 나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타고난 튀는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주씨는 결국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성남 분당구 백궁ㆍ정자지구의 한 아파트 건설업체로부터 또다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영어의 몸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그러나 음습한 곳을 빠져 나와 밝은 곳에서 건전하게 튀는 ‘주혜란’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다.

송두영 기자 dysong@hk.co.kr

입력시간 2002/07/1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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