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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남·김대웅 호남 검참시대 몰락의 상징

신승남·김대웅 호남 검참시대 몰락의 상징

정권에 따라 명암 교차되는 5년 주기설

태풍 ‘라마순’의 북상으로 잔뜩 찌푸린 7월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승용차 뒷좌석 문이 열리며 회색 정장차림의 노신사가 내리자 수 십여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어둡던 청사를 환하게 밝혔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었다. 6개월 전만해도 2,200여명 검사들의 총수이자 검찰권의 상징으로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그였지만 이날은 피조사자 신분으로 청사에 발을 디뎠다.

결코 편할 리 없는 검찰출석이지만 그는 예전처럼 가벼운 미소와 함께 취재진에게 “토요일에 고생이 많다. 오래간만이네” 라고 말을 건넸다.

이에 앞서 오전에는 김대웅 광주고검장이 대검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 전 총장과는 달리 차에서 내리자마자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없이 곧장 11층 특별조사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MK검찰, 역사의 뒤안길로

이날 대검 청사는 물론 전국 일선의 검찰청사에서는 근무시간 내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전직 총수와 현 최고위직 검찰간부의 동시소환이라는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소환배경도 부하검사를 통해 보고 받은 수사정보를 김대중 대통령 차남인 홍업씨 측근에게 알려줬다는 것으로 검사라는 신분으로써는 치명적인 것이었다.

30대 총장인 신 전 총장 이전에도 22대 김기춘(현 한나라당 의원)씨와 28대 김태정(전 법무부 장관ㆍ현 변호사)씨 등 전직 총수가 친정식구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이들은 검사직무와 관련된 혐의는 아니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오늘처럼 검사라는 직업이 부끄럽고 가슴 아프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정작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 소환이 검찰 안팎에 던지는 파장은 현 정권을 풍미한 이른바 ‘MK 검찰’의 시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MK 검찰’은 목포-광주 출신의 검사들이 현 정권 출범이후 검찰의 요직을 차지하며 출세가도를 달린 것을 빗댄 말이다. 이 말은 지역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탓에 올바른 표현은 아니지만 집권층과 검찰 인맥간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유력한 도구로 곧잘 사용돼왔다.

신 전 총장과 김 고검장은 알려진 대로 호남출신의 대표적인 검찰간부로 안기부예산 선거자금 지원사건, 언론사 탈세 고발사건 등 현 정권에서 진행된 각종 사정작업을 진두 지휘해왔다. 전남 영암 출신의 신 전 총장은 목포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했다.

그는 이후 약관의 나이에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전국의 공직자를 암행 사찰하는 청와대 사정담당 행정관에 발탁됐다. 박 대통령이 그를 얼마나 아꼈던지 영애(令愛)를 맡기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는 제9회 사법고시에서도 수석으로 합격한 뒤 검사로서도 줄곧 선두를 달렸다.

그러나 그는 YS 정부가 출범한 1993년 3월 서울지검 3차장으로 부임한 후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6개월도 안돼 서울고검으로 좌천됐다.

표면적 이유는 재산공개에서 드러난 수 십억원 대의 유산(遺産)이었지만 수사과정에서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화근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그는 고검에 있던 2년 동안 계속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는 쓴맛을 경험했다.

나락까지 떨어졌던 그의 검사생활은 현 정부 들어 극적인 반전(反轉)을 맞게 된다. 1998년 ‘검찰의 꽃’이라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필두로, 99년 대검차장을 거쳐 지난해 5월 검찰총수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언젠가 “내가 이 자리에 오른 것은 슬롯머신 사건이후 까치발로 다녔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중 ‘이용호 게이트’등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의 부실수사를 공격한 야당과 충돌을 빚다 탄핵소추의 위기까지 몰렸으며 결국 이용호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동생 승환씨가 1월 특검에 구속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부침 거듭한 호남대표주자들

검사로서 김 고검장의 부침도 신 전 총장과 궤를 같이했다. 전남 나주 출신인 그는 광주일고를 나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시13회에 합격해 검사의 길을 걸었다.

‘불곰’이라는 별명처럼 김 고검장은 뚝심의 소유자지만 측근들은 오히려 어떤 위기에서도 출구를 찾아내는 그의 상황 판단력을 높게 산다.

정밀한 일처리와 정치적 감각 없이는 버티기 힘들어 ‘지뢰밭’으로 불리는 대검 중수3, 2과장과 서울지검 특수3, 2부장을 연달아 지낸 것도 그의 능력을 보여주는 일단이다.

그러던 그도 신 전 총장처럼 YS 정권 때 서울고검으로 밀려났으나 98년 국민의 정부과 함께 검사장 승진 1순위로 불리는 서울지검 동부지청장을 거쳐 대검 강력부장, 중수부장, 서울지검장으로 승승 장구했다.

그는 사석에서 신 전 총장을 ‘형님’으로 부르는데 주위에서는 이를 호남 특유의 정서에다 비슷한 인생역정을 걸어왔다는 유대감이 버무려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두 사람을 정점으로 하는 ‘MK 검찰’의 다른 간부들도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지난 해를 기점으로 각종 비리사건에 연루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옷을 벗었다.

호남출신의 대표적인 공안 검사였던 임휘윤 전 부산고검장이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으며 같은 이유로 임양운 전 광주고검 차장과 이덕선 전 군산지청장도 낙마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신광옥 전 법무부 차관은 진승현 게이트와 관련 브로커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근에는 김진관 전 제주지검장이 역시 업자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은 것이 문제돼 사표를 냈다. 이외에도 줄잡아 10여명의 MK 검찰 간부들이 권력 핵심 또는 사건 관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로 지탄을 받고 인사상 불이익을 입었다.


“예정된 운명” 시각도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MK 검찰’의 몰락에 대해 ‘5년 주기설’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6공 정부 이후 집권층은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음습한 이미지의 정보기관 대신 검찰을 직ㆍ간접적으로 활용해왔다.

이에 따라 집권층은 자신의 의중을 법 집행과정에 실현할 수 있는 같은 지역 출신의 검사들을 검찰총장 및 ‘빅 4’로 불리는 서울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ㆍ공안부장 등 요직에 발탁했다.

6공 때는 ‘TK(대구ㆍ경북)’출신이, 문민 정부 때는 ‘PK(부산ㆍ경남)’출신이, 국민의 정부에 들어와서는 ‘MK’출신이 예외 없이 득세했다.

5년 주기설로 인해 한때 “광어-도다리-잡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신라시대 골품제처럼 출신지역과 대통령의 고향간 근접성에 따라 검사들을 삼등급으로 분류한 것이다.

결국 새로운 집권세력의 등장은 지역만 달랐지 정치권과 유착된 새로운 정치검사의 등장을 동반했다. 국민의 정부 초기 출세 길로 불리던 청와대 파견검사를 지낸 한 법조계 인사는 “밖에서는 검사를 독립 관청이니 준사법기관이니 하지만, 정권에서 보기에 검사는 서가에 꽂힌 장서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 이유를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고 쓰고 나면 다시 넣어두면 되니까….”라고 설명했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입력시간 2002/07/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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