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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上] 인터뷰/홍석주 조흥은행장

[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上] 인터뷰/홍석주 조흥은행장

"은행의 경쟁력은 탄탄한 영업조직"

올해로 창립 105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장수(長壽) 법인기업(1897년 설립) 조흥은행의 홍석주(49)행장. 그는 과거 금융기관의 보수적인 관행과 격식의 틀을 벗어 던지기 위해 몸부림치는 국내 은행업계에서 젊고 역동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목 받는 '40대 은행장'이다.

홍 행장은 은행의 토요 휴무제가 처음 실시된 7월6일 조흥은행 서울 관악 점과 시흥 남 지점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 영업중인 일부 전략 점포를 방문해 고객의 불편을 직접 살피는 등 현황점검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현장근무 중인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수고했다"며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식사값을 선뜻 내주기도 했다.


현장 영업 중심의 조직개편

3개월 전 '파격적'이란 수식어와 함께 그의 행장취임은 그 놀라움이 채 가라앉기도 전 은행 내 조용한 변화의 회오리를 몰고 왔다. 취임일성으로 '시장 중심ㆍ인재 중심의 경영'을 화두로 던진 홍 행장은 임원ㆍ부서장 인사에 이어 대대적인 조직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은행조직에 대한 홍 행장의 철학은 우선적으로 향후 효율ㆍ수익성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앞으로 3~5년 후 과연 은행의 수익성 있는 사업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둔 조직문화 만들기에 골몰해있다.

영업조직 활성화와 책임경영 체제 확립이 최우선 과제다. 은행ㆍ보험ㆍ증권 등 업종간의 벽이 허물어지며 날로 격화하고 있는 금융업계의 치열한 경쟁에서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영업조직은 바로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최근 부점장 공모제를 실시했다. 공모대상은 본부 부서장과 영업점포장, 기업금융점포(RM)지점장, 점포신설 제안 및 동 점포장 등으로 4급 이상 직원이라면 누구라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생물학적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홍 행장은 이번 응모 결과를 바탕으로 7월중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할 계획이다.

그는 "외환위기 이후 사업부제를 도입해 조직개편을 단행했지만 시장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다"며 "조직이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홍 행장은 은행의 심장을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현장에서 찾았다. 입행 이후 줄곧 기획통으로 지점장은 물론 영업 점 경력 한 번 없는 홍 행장이 밝히는 영업점에 대한 청사진은 오히려 강한 확신감이 배어난다.

그는 "지난 3년간 은행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매달리다 보니 모든 무게중심이 중앙으로 몰려 현장의 목소리가 위축돼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젠 고객과 직접 맞닿는 각 지점들에 권한을 대폭 늘려주고 적극적으로 자체운용에 힘을 실어 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조흥은행은 최근 공격적인 영업점 확장을 위해 C은행과 H은행 등에서 점포영업에 노하우가 뛰어난 ‘영업맨’들을 대거 스카우트했다. 또 자회사 등 투자부문에서는 외부나 내부 전문가를 적극 발탁하되 영업부문에서는 창의성을 겸비한 뜨거운 가슴을 가진 젊은 인재들을 중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수익성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조흥은행은 소매금융 우위전략을 지속하되 하반기 중반께 대금업 시장 진출 및 신용카드 분사와 방카슈랑스 판매사업 등 자산운용부문 강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홍 행장은 “지난해 상무로 재임할 당시 대금업 시장 진출에 대한 각종의 연구와 검토를 이미 끝내놓은 상태”라며 “다만 은행 간판을 걸고 하기엔 각종 리스크 등 여러 가지 부담이 커 이 분야에 노하우가 뛰어난 외국 전문기관과 손 잡고 대금업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 은행들이 파이낸스 등 각종 자회사를 설립, 운용하며 부실화했던 원인에는 고객들에 대한 신용분석 방식을 은행식 기준에 맞췄기 때문”이라며 “대금업 시장에 맞는 리스크 분석능력 노하우만 제대로 있다면 다핵화 되고 있는 금융시장에서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그는 특히 “금융지주회사 설립 추세는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탄탄한 영업 조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금융상품의 딜리버리 채널 확보와 결제기능 등을 갖춘 은행은 어느 금융업종 보다 실제로 수익성을 늘리기에 유리한 고지에 있어 보험 증권 등이 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당히 적극적이다. 그는 “상업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가 어우러져야 한다”며 “범위의 경제는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이룰 수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위해선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은행간의 합병 바람은 또 한 차례 세게 불 것”이라고 전망하는 홍 행장은 “다만 지금은 조흥은행이 독자 생존할 기반이 마련된 상황이며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통한 민영화가 시급한 만큼 합병을 위한 합병을 서두르지는 않겠다”고 못박았다.


젊어진 기업문화, 거센 변화에 바람

홍 행장은 은행권의 ‘40대 기수’라는 상징성 만큼 젊다. 그리고 시장 지향형이었다. 그가 투자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시장중심의 경영이다. 그는 취임이후 “현재 조흥은행의 주가는 내재가치에 비해 디스카운트(할인)돼 있다”고 단언해왔다.

그는 “최근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가보면 많은 투자자들이 구조조정 내용보다는 향후 은행의 수익사업과 지주회사 설립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며 자신의 정책을 확신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동안 서울 광교 조흥은행 본점 앞에는 대형 ‘월드컵 응원문구 게시판’을 내걸었다. 게시판엔 국가대표팀 응원 메시지가 가득했다.


■ 약력

1953년 광주 출생

광주서중/ 경복고/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 와튼 경영대학원 (MBA)/ 한국과학기술원(KAIST) 최고 경영자과정 수료.

경력 1976년 조흥은행 입 행/ 국제부 런던지점 대리/ 종합기획부 과장ㆍ 부부장/ 리스크관리 실장ㆍ기획부장/ 상무(재무기획본부장)/ 2002년 3월29일 은행장 취임

가족 김인자 여사와 1남1녀

32개 출전 국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행원에서부터 페이스 페인팅 행사에 홍 행장이 직접 참여하는 등 105년 역사의 조흥은행의 기업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NHK방송은 “한국축구 뿐 만 이 아니라 가장 보수적성향을 가진 은행까지도 젊은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고 보도할 정도였다. 조흥은행의 대주주인 정부는 당초 은행장 후보의 덕목으로 '젊고 국제적인 감각이 있으며 개혁적인 사람'을 꼽았다.

이 조건에 맞는 사람으로 홍 행장이 뽑혔고 조흥은행은 재도약의 발판을 다지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만큼 변화에 나서고 있는 은행업계는 과연 홍 행장이 한국 금융산업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을 지 주목하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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