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上] 전문가에게 듣는다

"고객위주의 영업환경 구축이 우선"
최병길 우리은행 부행장 겸 경영기획본부장

“지난 3년간 은행의 변화는 과거 30년에 이룩한 것을 능가한다. 개구리도 서서히 불 위에 달구면 익숙해 튀어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갑자기 강한 충격을 받으면 곧 반응을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금융 구조조정 차이는 이점에서 온다.

외환위기는 유동성 관리 보단 신용 관리 문제에서 비롯됐다. 신용이란 금융제도와 인프라, 인재가 함께 확보될 때 그 가치를 평가 받는다. 은행도 고객위주의 영업환경 구축을 위한 조직과 시스템, 인프라가 우선 갖춰져야 한다.

우리은행은 7월중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영업점을 고객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은행은 기업의 자본금 회수 보다는 위기에 처하기 전 사전검진을 통해 이상 여부를 가리고 기업에 대한 컨설팅을 통해 상호 수익성을 보존하는 장기적인 ‘윈-윈 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


"조직개편은 수익중심에 초점"
지동현 조흥은행 상무 겸 기관고객/자금본부장

“은행조직의 변화는 우선 지배구조에서부터 비롯된다. 은행에선 처음으로 40대 CEO의 등장과 자행이 아닌 타 행 출신 금융인의 경영진 등극이 이뤄지고 있다. 은행의 기업문화 역시 놀라울 만큼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또 타 은행은 물론 타 업종 인사의 교류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는 아직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 외국인 사외 이사들의 소신 있는 행동은 정부 여신정책에 반기를 드는 ‘깜짝 쇼’를 연출하며 관행을 파괴하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은행의 사업부제로의 조직개편은 이미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기업과 고객 전담 영업 조직에서는 한층 더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조직재편은 사업목표에 초점이 맞춰지고 결국 수익중심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고객자산의 집중화 가치추구 충족이 관건"
권태균 하나은행 전략기획본부팀 부장

“3년 후 은행은 더 큰 변화를 맞게 된다. 4,5개의 리딩 종합 금융그룹만이 살아 남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판매가 본격화 한다. 은행 매장에서 보험 판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금융상품과 판매채널의 분리기능에 관계없이 고객니드 충족을 위한 상호 판매의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는 은행은 경쟁력에서 뒤떨어 진다. 규모의 경제는 물론 상품이나 마케팅 개발에 대한 역할도 크다. 은행간 합병과 보험ㆍ증권사 간의 전략적 제휴는 가속된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상품 상호판매를 위한 영업기반 구축이 핵심이다. 은행 내 조직통합과 제휴 처와 자회사의 조직통합도 이뤄진다. 고객들은 향후 가치 추구를 위해 자신의 자산 집중화를 통해 은행에 원-스톱 서비스 욕구가 더 커질 것이다.”


"행장의 여신관리 참여 배제가 큰 수확"
김임근 신한은행 신용관리부 차장

“외환위기를 겪으며 은행 내 가장 큰 혁신을 이룬 것을 꼽는다면 여신제도 부문이다. 단적인 예로 은행장을 여신심사 협의회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외부의 압력에 자유롭지 못한 각종 독단적 폐해를 줄였다.

또 여신관련 결제단계를 축소시킴으로써 책임소재를 분명하게 하는 한편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전문 심사역 제도를 도입함으로 전문성을 갖춘 여신 전담 원의 역량을 집중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 담당자가 여신 전결권을 갖고 기업의 신용등급 체계를 세분화함으로써 변별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신한은행은 외환위기 직전보다 고정이하 여신을 7배 이상, 연체율 역시 5배 이상 각각 줄일 수 있었다. 기업구조조정팀과 산업정보팀, 여신감리팀 등의 신설도 이에 큰 몫을 했다.”


"올 하반기 화두는 은행의 대형화 "
박성준 보스톤컨설팅그룹 은행담당 수석팀장

“주가에 대한 각 은행들의 반응은 어느 업종 보다 민감하다. 시장의 요구와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선 은행조직 역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극적 변화 수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장이 바뀐다면 현재의 조직 역시 바뀌어야 한다.

올 하반기 은행업계의 화두는 단연 대형화에 포커스가 맞춰 있다. 국민은행의 독주를 견제하기위해 우리ㆍ신한ㆍ조흥은행 등 시중 대형 은행간의 합병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조달금리의 저리 혜택을 보고있는 국민은행도 방심할 순 없다.

두 이질적인 기업문화의 융합이 과연 인력감축 없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합병 비용의 15%정도를 인력감축 효과에서 찾아야 한다. 은행의 향후 경쟁력은 인력조직의 전문화와 다양한 금융상품 세일즈 영업에서 판가름이 날 것이다.”

입력시간 2002/07/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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