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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 사태와 한반도] 북·미 대화 끈 잘라버린 도발

美대북특사 파견 취소, 매파 득세로 대화분위기 복원에 시간 걸릴 듯

서해 교전사태로 해빙을 기대했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냉각되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7월 2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난밤(1일 저녁)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에 당초 10일 예정했던 특사 방북을 더 계획하고있지 않다고 통고했다”며 “그 이유는 우리가 아직까지 적시에 (특사방북에 대한) 평양측의 답신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미국은 동시에 서해상에서 일어난 남북한 간 해군 함정 교전이 미북 회담을 진행하기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을 북한 측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우리의 특사파견 제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사라졌다”며 “미북 회담 일정을 다시 잡기는 현재로서는 어렵고 미래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의 의도적 도발로 판단, 강경으로 선회

미국은 6월 14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미국 특사 방북 시기에 대해 가장 적절치 않은 시점이 있으면 통고해 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북한 측은 아무런 전제조 건없이 일정을 통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6월 25일 미국 특사 방북일정을 7월 10일로 못박아 ‘7ㆍ4 독립기념일 연휴’를 감안해 적시에 답신을 줄 것을 전화로 통고했으며 이어 6월 27일 다시 북한측과 접촉해 시의 적절한 답변을 촉구한 바 있다.

이로써 임동원 대통령 특사의 4월 초 방북을 계기로 추진된 미국 특사 방북 계획은 약 3개월간에 걸친 우여곡절과 남북한, 미국간 끌고 당기는 막후 조율 끝에 사실상 불발로 끝나게 됐다.

워싱턴의 외교 관계자들은 이처럼 미국이 특사 파견을 철회한 것은 서해 교전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들은 서해교전 사건을 계기로 미국내 강경파가 힘을 얻고 있다며 미국은 북측 답신이 계속 지연되는 상황에서 서해에서 무력도발이 자행되자 이를 의도적 도발로 판단하고 결국 강경으로 돌아섰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고위급 대북특사 방북은 조지 W 부시 정부 출범 후 한국측이 줄곧 미국측에 요청해 오던 사안으로, 북미관계가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바람에 올 초까지는 제대로 가시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이 3월 두 차례에 걸친 뉴욕채널을 통해 대화 용의를 미국측에 처음으로 전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후 4월초 방북한 임동원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잭 프리처드 특사의 방북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받아온 뒤 4월 말 미국이 공식적인 특사방북 의사를 보였다.

미국은 5월 들어 특사 방북단 구성과 대화의제 등에 대한 내부조율을 거치면서 북한과의 접촉을 이어갔고, 북한은 6월 14일 뉴욕채널 접촉에서 “미국이 원하는 때면 언제든지 와도 좋다”는 의사까지 전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6월 17-18일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자신들의 특사방북 계획을 한일 양측에 공식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6월 19일 임성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워싱턴에 급파, 의미 있는 대화진전을 위해 특사의 격을 높여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미국은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당초 예정했던 프리처드 대사 대신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특사의 격을 높였다.

6월 28일 서해 교전사태가 발발하자 한국 정부는 6월 29일 미국에 “답변시한을 넘겼지만 좀 더 북한측 답을 기다려 봐야 한다” “특사방북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미국은 “주 초까지는 더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말이 지난 1일까지도 북한측의 가부간 대답이 없자 미국은 2일 특사방북 계획을 철회키로 결정하고 이를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한국 정부도 더 이상 미국을 기다리게 할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북정책에 상당한 차질

미국의 대북특사 방북이 무산되면서 한반도 주변정세가 다시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부시 정부 출범 18개월 만에 한국 정부의 중재로 성사직전 단계까지 갔던 북미대화는 앞으로 상당기간 재개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북정책에 대한 국내 비판여론의 확산, 미국내 대북 강경론자들의 입지강화 등이 맞물리면서 북미, 남북관계 경색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현정부 임기 말 남북관계 개선의 견인차를 마련하려던 김대중 정부의 계획도 상당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또 북미관계도 정체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북한내 과거핵 의혹 문제가 조속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현재 진행중인 경수로 건설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내년부터 무슨 일이 있어도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미국내 강경론이 득세할 수 있다.

또 내년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시한으로 정해놓은 데다가 당초 경수로완공 목표연도 였다는 점도 북미대화 무산과 함께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더욱 가중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특사 방북무산은 미국내 대북 불신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계기도 됐다. 결국 앞으로 북미대화가 우여곡절 끝에 재개되더라도 이같은 대북 불신감이 가중된 상태에서의 대화 진전은 쉽사리 낙관할 수 없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은 서해교전을 ‘무력도발’로 규정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은 7월 2일 “서해상에서 유혈 군사충돌이 있었다”며 “우리는 북한 함정이 남쪽으로 월경해 도발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다만 북한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했는지 아니면 우발적으로 도발했는지 여부를 말할 입장에 있지 않다”며 “이는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의 강경기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국 정부는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8월 7일 북한 경수로 공사현장 콘크리트 타설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 미국측 이사자격으로 함경남도 신포 금호지구를 방문할 예정인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의 방북 등을 통해 북미간 대화여건 조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7월 말 브루나이에서 열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 회의에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과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동시에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책검토에 나섰다.

그러나 온건파인 파월 장관마저도 입지가 어려운 상황에 있어 한국 정부의 노력이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1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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