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기남 민주당 최고위원

"개헌 통한 모종의 음모 있다"

민주당 신기남(50) 최고위원은 “민주당에는 노무현 후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해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며 “이 세력이 개헌을 통해 정계 개편으로 판을 키운 뒤 다른 후보를 내세우려 하고 있다”고 개헌 음모론을 처음 제기했다.

신 위원은 7월 4일 ‘주간한국’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8ㆍ8 재보선 이후 민주당에 이합집산이 있을 것”이라며 “노무현 후보가 불만이라서 함께 못하겠다면 갈라서야 된다”고 말해 분당(分黨)도 감수할 수 있다는 강경한 의지를 밝혔다.

신 위원은 “노풍을 되살리기 위해선 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 등 과감한 과거 절연이 필요하며 실제 당내에 강한 여론이 잠복해 있다”며 “노 후보도 그런 여론을 잘 알고 있으며, 8ㆍ8 재보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노풍에 김심(金心)이나 박지원 비서실장의 도움이 작용한 것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나 박지원씨가 나서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부인하면서 “일부에서 박지원 비서실장을 과대 평가하는 데 박 실장은 다들 배척하는 사람으로 박 실장에 의해 노무현 대세가 만들어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위원은 “정몽준 의원과 박근혜 대표 등과의 연대는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후보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홍일의원 탈당ㆍ아태재단 사회환원 해야


-6ㆍ13 지방 패배 후 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진화되지 않고 있는데.

“무엇보다 정치 부패를 근절할 개혁을 해야 합니다. 법 개정과 더불어 당 차원에서 (정치 부패를)단호히 응징하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과거 부정적 이미지와도 단절해야 합니다.

개혁을 해나갈 효과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당 내부엔 아직 소수가 독점적으로 이끌어 온 낡은 정치 시스템이 있습니다. 과거 이미지를 빨리 끊어야 합니다.”


-과거와의 단절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탈 지역 정당과 탈 DJ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 일환으로 김홍일 의원이 탈당하고, 아태 재단의 사회 환원, 그리고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비서실진이 국민의 신망을 얻는 사람으로 교체돼야 합니다. 과거 지역 정당, 소수 가신에 의해 이끌려지는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민주당의 집단지도체제가 구심점이 없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을 혼란이나 분란이 아니라 정상적인 발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당내에는 침울하고 억누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행위로 간주해 어딜 가서 얘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픈 곳을 찌르거나 문제를 논의하려고 하면 회유나 압력을 가해 진압하려고 하는 폐쇄적인 시스템이 있었습니다.

그간 당의 언로가 폐쇄되고 인사 독점, 부정부패에 있던 당이 새롭게 변화해 가는 과정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DJ와의 단절에 실패해 지지율이 추락했는데.

“소장파들은 단호하게 해주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노 후보는 당 전체를 보고 가야 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못한 점은 이해가 갑니다.

사실 노 후보는 당을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내에서 노 후보의 부상을 달갑지 않게 생각해 트집잡아 ‘어떻게 하면 뒤집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 마당에 강력히 추진해 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개혁ㆍ쇄신파들은 노 후보에게 빨리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고, 노 후보도 점차 이를 이해해 가는 것 같습니다. 이번 중립내각 주장에서 보듯 이제 노 후보도 이런 방향으로 추진해 갈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개헌 논의가 ‘노 후보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런 오해를 충분히 받을 만합니다. 점점 세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당내에는)노 후보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다른 대안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자꾸 그런 계기를 여러 곳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개헌론 같은 것을 제기해 판을 키워 정계개편 한 뒤 다른 후보를 내세우려는 것입니다. 또 8ㆍ8 재보선을 (노 후보) 심판의 기회로 삼으려고 합니다. 물론 명분도 대안도 없는 것들입니다. 노 후보가 심판 받겠다는 것은 결의의 표현이고 정치적 언사 입니다.

(8ㆍ8재보선을)재신임의 평가 잣대로 삼겠다는 것은 타당치 않습니다. 노 후보는 어디까지나 12월 대선용입니다. 그 때까지 노풍을 다시 살리면 됩니다. 당의 책임을 노 후보에게 뒤집어 씌워서는 안됩니다.

8ㆍ8 재보선까지 민심을 돌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나 개헌 논의 자체는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개헌이 현실적으로 가능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대선 후가 적당합니다.”


노후보 주축의 ‘노+정ㆍ박’ 구도로 가야


-민주당이 정몽준 의원이나 박근혜 대표와 연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대가 되면 좋지요. 우선 노무현 후보가 주축이 되야 합니다. 정몽준 박근혜 의원이 역사적 사명감을 느끼고 보수 수구당인 한나라당에 대항해 (민주당에)오겠다고 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그것은 언어 도단입니다. 그 분들은 아직 검증도 안됐습니다. 박근혜 대표 쪽과 우리 당은 다소 이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추락했는데.

“저는 국민경선 이전부터, 다시 말해 노풍이 불기 이전부터 노무현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개혁 세력을 단일화해 이인제 대세론을 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한나라당과 싸워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개혁 세력의 단일화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단일화해서 가자고 했는데 말을 안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중에서 노무현이 최상의 카드라고 생각해 노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저희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노풍은 깜짝 쇼가 아닙니다. 여건만 만들면 노풍은 되살아 납니다. 이회창 후보가 살아난 것 보십시오. 노 후보의 기본 지지층은 무너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으로 뭉쳐진 보수세력과 지역 감정을 깰 유일한 인물이 노무현 입니다. 노무현이 전략 상품입니다. 앞으로 5개월이 있습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노풍을 살릴 구체적인 방안은?

“우선 과거와 절연해야 합니다. 상식이고 대세입니다. 노 후보도 이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당명을 바꾼다든지 신당을 창당하는 것도 포함 됩니다. 다같이 검토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잘한 공적은 이어가 돼 구태정치는 단절해야 합니다.

국민의 지탄을 받는 이미지는 빨리 단절해야 합니다. 노 후보는 과감해야 합니다. 또 그렇게 갈 것입니다. 당은 국민이 바라는 대로 과감한 개혁 정치를 펴나가야 합니다. 정책이나 입법은 물론 인물까지도 바뀌어야 합니다.

부패청산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당 시스템도 새 인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가야 합니다.”


-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습니까?

“(공식적으로는)없었습니다. 그 말이 나오면 당내 보수적인 중진들이 억제하는 분위기 입니다. 지금 민주당내에는 금기 시, 터부시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국민 여론은 있는데 당에서 쉬쉬해서는 안됩니다. 그런(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 방법도 생각해야 합니다.

아직 공론화는 안됐는데 앞으로 논의 될 것입니다. 창당하면 일부 세력이 뛰쳐나가 분당이 될까 두려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을 찬성합니다.

전에 잠깐 이 문제를 제기했다가 ‘분열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어 잠재한 상황입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컨센서스가 있어 다시 수면위로 오를 것입니다.”


-노 후보와도 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의 논의가 이뤄진 상태 입니까?

“노 후보와는 이야기가 돼 있지는 않습니다. 노 후보는 그간 너무 개혁이나 변화 단절에 있어서는 너무 신중하게 움직였습니다. 노 후보도 아마 이런 여론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 동안에는 6ㆍ13지방선거와 8ㆍ8재보선으로 당명 개정이나 신당 창당에 대한 논의할 시기가 없었습니다. 8ㆍ8재보선이 끝나고 나면 해결책의 한 방안으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항상 잠복해 있고 여론은 강합니다.”


청와대ㆍ박지원실장 나서면 될일도 안돼


-개혁 연대나 노무현 후보의 부상에 DJ 김심(金心)이 작용하지 않았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역경을 무릅쓰고 노 후보를 밀었던 저희들로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동교동계나 당 대세가 모두 이인제를 밀었습니다.”


-일부에선 박지원 비서실장의 지원이 있었다는 설도 있었는데.

“헛소문 입니다. 박지원씨가 무슨 힘이 있습니까? 박지원씨가 나서면 될 일도 안됩니다. 모두들 박지원씨를 과대평가하는 데 박지원씨가 나서서 우리 당을 어떻게 이끌고 노무현 대세를 만들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다들 배척당하고 그러는 사람인데…

(노풍은)우리가 피땀 흘려 싸우고 광주시민의 결단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너무 우리 스스로를 왜소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지금 청와대가 말한다고 됩니까. 청와대가 나서면 될 일도 안됩니다.”


-8ㆍ8 재보선 이후 민주당내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8월 재보선 후에 (선거 결과를 가지고)이합집산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노 후보가)불만이라서 못하겠다면 갈라 서는 것이지요. 개혁 정치가 그렇게 불만이 있고, 서로 사상이 다르다면 어떻게 같이 가겠습니까. 같이 정치 못하는 거지요. 아니면 주도권을 넘기고 뒤로 물러나든지...”


-민주당이 당권파, 개혁파, 중도파, 동교동 구파 등 갈라져 있는데.

“노 후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 문제 입니다. 노후보도 쇼크를 줄이면서 과정을 밟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항감을 갖는 세력이 있지만 발판을 잃어갈 것입니다.

생리상 안 된다고 하는 분은 탈당을 하겠지요. 분당이 되거나 탈당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올바른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민심을 좇아 개혁하기 위기 가는 도중에 파생되는 부작용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억지로 뭉치려고 하면 민심을 잃고 패배하게 됩니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7/12 17:11


송영웅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