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간 내면의 원초적 열정

단순히 취미로 시작한 그 어떤 일이더라도 열의와 애정이 더해지면 그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쌓이게 된다.

에를 들어 축구를 모르던 사람도 이번 월드컵 대회를 보면서 모두 축구 전문 해설가가 되었고 그것은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나라의 건승을 바라는 뜨거운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작품을 많이 감상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미술사적 지식과 취향이 생기게 된다.

이 때 감상자들의 견해의 바탕은 작품에 대한 본인의 주관적 측면 외에 작가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나 미술교육 등의 외부요인에도 사실상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작가 에밀 놀데의 작품을 썩 잘 그려진 그림으로 받아들이는 감사자들은 많지 않을 듯 싶다.

20세기 프랑스의 야수파와 함께 독일의 표현주의화가들도 자아의주관적 표현을 추구하는 감정의 표출의 예술을 지향하였다.

한 때 독일 표현주의의 한 그룹인 '다리파'에서 활동하던 놀데는 지성적 학습을 바탕으로 성장한 다른 화가들에 비해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형태의 흩어짐과 광기에 가까운 색채의 불협화음,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덧칠한 나이프와 붓의 거친 흔적 등은 너무나 조악한 시각적 자극으로 받아들여졌다.

고전주의나 인상주의 등의정해진 화파의 틀을 거부했던 놀데는 인간의 본능적인 느낌과 내면의세계를 거침없이 순간적으로 캔버스에 쏟아냈다.

서양화가로는 최초로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그는 한국의 장승이나 타 등 이국적 정물에 매료되기도 하였고 어릴 적 추억의 장소인 놀데라는 이름을 그대로 딴 것과 같이 동경하던 자연에 대한 도취와 원주민 예술의 감정적 열광을 부조화의 주관적 색채로 표현하였다.

"나의 작품만을 보고 나라는 존재는 예술의 뒤로 사라지기를 원한다" 라고 놀데가 말했던 것과 같이 원초적 세계와 인간에 대한 그의 끊임없는 갈구는 모든에술적 비평을 뒤로한 채 그의 작품안에서 격렬한 빛을 발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7/14 14:46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