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DVD] 백악관의 숨막히는 암투

레이건 저격 사건

정치 스릴러는 우리 영화사의 취약 부분이다. 김호선 감독의 <서울 무지개>,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밡톱을 보았는가>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그나마 변죽만 울린 수준이고, 이후에는 아주 잊혀진 장르가 됐다.

김대중 대통령의 납치 사건을 다룬 마저 일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고, 사건 핵심층을 건드리지 못하고 하수인의 인간적 갈등을 다루는 정도에 그쳤다.

할리우드 영화계로 오면 숱한작품을 열거할 수 있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영화로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대통령의 음모>,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하야하는 과정을 그린 <닉슨>, 존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 수사를 중심으로 한 , 쿠바 봉쇄를 배경으로 한 등 이 있다.

<암살단><압솔루트 파워><프라이머리 칼라즈><왝 더 독><대통령의 위기> 등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델로 한 가상의 정치 스릴러물이다.

여기에 사이러스 노라스테스 감독의 2001년 작 <레이건 저격 사건 The Day Reagan Was Shot>(15세, 파라마운트)이 추가된다.

1981년 1월 20일에 미국의 40대 대통령 선서를 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을 배경으로 백악관의 권력 다춤을 숨가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의 내레이터는 레이건이 세계의 긴장 완화에는 관심이 없고, 국방력 강화에 몰두한 대통령이었음을 먼저 지적한다. 1982년 3월, 소련의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서기장이 폴란드 국경에 소련군을 배치하여 폴란드 자유 노조를 억압할 준비를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침공, 중남미의 공산 혁명군에 대한 지원등을 하는 바람에 레이건은 더욱 군비를 강화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취임 30일째를 맞은 레이건(리차드 크레나)이 참모들과 소련의 동향을 의논한다. 참석자는 국방장관 캐스퍼 와인버거(콜린 퍼스), 법률 고문 에드 미스, 부참모총장 마이클 디버(마이클 머피), 참모총장 제임스 베이커(케네스 웰스), 국가 안전 고문 딕 알렌, CIA 국장 윌리엄 케이시, 그리고 국무장관 알렉산더 헤이그(리차드 드레이퓨스)등이다.

회의는 사사건건 헤이그의 의견이 무시괴는 것으로 끝난다. 레이건은 워싱턴 힐튼 호텔 연회장으로 떠나며 헤이그가 올린 책 한 권 분량의 보고서에 대해 "난 큰 그림만 보는 사람이니 한 장으로 요약해 올리라"고 무안을 준다.

같은 시간, 존 힝클리는 여배우 조디 포스터에게 일곱달 동안 시와 편지를 보냈음에도 아무런 관심을 얻지 못했다며 레이건을 죽여 애정을 확인시키겠다는 편지를 발송하고 힐튼 호텔로 향한다.

연설을 마치고 나오던 레이건은 폐와 심장 사이에 총알을 맞고 조지 워싱턴 병원으로 후송된다.

이때부터 병원에서는 FBI와 대통경 보좌진, 의료진, 언론사, 레이건의 부인 낸시 여사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백악관에서는 출장 중인 부통령 부시가 돌아올 때까지의 정국 주도권을 둘러싸고 국무위원과 군장선 간에 논쟁이 벌어진다.

특히 마릴린 몬로가 드나들던 몬로 도어로 백악관에 들어온 헤이그가 이제까지의 따돌림에 대한 보복을 가하듯, 자신이 서열 3위라며 광분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라 할 만큼 엄청난 긴장을 유발한다.

케네디 암살 사건으로 대통령 유고시의 서열을 법으로 정했던 미국이지만, 대통령이 큰 수술을 받고 있고 부통령마저 부재 중인데다 소련이 핵 미사일을 배치한 상황 하에서는 이 서열이 도움이 되지 못한 듯하다.

그러나 헤이그가 이때의 실수를 인정하고 공직 사임 후, 다시는 군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에서 우리는 더 많은 교훈을 얻게 된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7/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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