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삼성과 현대의 '보험료 납부'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는 삼성과 현대의 비상임 부회장인가.’

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들이 홍업씨에게 거액의 돈을 정기적으로 활동비 명목으로 제공한 것이 최근 검찰 수사결과 밝혀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죽은 것으로 알려진 재벌의 이중 속성이 다시 한번 투명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앞에선 ‘월드컵 효과’를 경제성장의 동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덕성과 투명경영 의지를 내세웠지만 뒤로 감춰진 재벌의 정경유착 고리는 ‘정권은 유한해도 재벌은 무한하다’는 속설을 재확인시켜줬다.

특히 월드컴 등 미국 유명 기업들의 잇단 회계부정사건이 국제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며 우리 증시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출처와 용도를 알 수 없는 ‘DJ패밀리’에 대한 정기적 자금제공은 국내에서도 다시 회계부정 시비와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몰고 올 조짐이다.

참여연대는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제공된 돈 22억원이 회사 자금일 경우 횡령에 해당되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삼성과 현대 등 관련 기업들은 ‘유구무언’이라며 일체의 공식 해명을 피하고 있다. 또 홍업씨에게 각종 이권청탁을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이미 재계 내부에선 널리 알려진 A그룹과 D그룹, 3개의 H그룹, L그룹 등 10여 개 그룹 관계자들은 이 문제가 이들 두 대기업에서 멈춰주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외환위기이후 노사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해온 이들 기업 대주주와 경영진들은 권력에 밀착해 ‘직원은 떠나도 주인은 살아야 한다’는 이중 플레이를 거침없이 행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계는 최근 주5일 근무제 협상과 급증하는 노사분규 등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를 싸잡아 비판해왔지만 홍업씨 사건으로 다시 수세에 몰리는 것이 아니냐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올 초 끊임없이 터져 나온 벤처 비리 사건이후 전국경영인연합회를 앞세워 음성적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재계의 의지와 결의도 그 본질적 의도가 퇴색하게 됐다.

재계는 7월 24~27일 제주도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대선에 앞서 양당 후보의 시장경제주의적 성향을 검증하겠다고 벼루고 있다. 재계는 이들 후보 검증에 앞서 스스로 기업의 도덕성과 투명 경영의지를 우선적으로 검증해야 하는 것은 과연 아닐까.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7/19 13:35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