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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 "정도를 내줄 수는 없었다"

홍업씨 수사, 영향력 행사 움직임에 맞섰던 고뇌의 시간 엿보여

“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

7월 11일 단행된 개각으로 물러난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이 밝힌 이임의 변이다. 송 전 장관은 이임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와 관련, ‘선처 압력설’과 ‘경질설’ 등에 대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토로했다.

송 전 장관은 “160여 일의 짧았던 재임 기간이었지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물러난다”며 “수즉다욕(壽壽卽多辱) 이란 말이 있듯이 어려운 때일수록 장수하면 욕되는 일이 많은데 지금 물러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이어 “누구도 검찰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입해선 안 된다”, “누구라도 검찰상사를 이용하려 하지말고 그들의 중립과 독립을 지켜줘야 한다”, “최근 수사기밀 누설이 크게 문제되고 있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해 ‘선처압력설’과 수사정보 누설혐의로 사법 처리된 신승남 전 총장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청와대측 ‘선처’ 부탁 가능성 높아

송 전장관은 특히 임진왜란 때 동래성 전투를 언급하며 “‘명나라를 치러 가는데 길을 내달라’는 왜장의 말에 동래부사 송상현이 ‘싸워서 죽는 것은 쉬우나 길을 내줄 수는 없다’(戰死易 假道難)고 답했다”며 “법무, 검찰은 옳고 바른 길(正道)을 내줄 수 없다”며 자신이 선처 압력을 신념을 갖고 거절했음을 내비쳤다.

송 전 장관은 또 “부정부패와 싸우는 검찰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이며 다윗에게 하느님이 있었듯이 검찰에게는 국민과 정의가 있다”며 “검사는 외압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가져야 하고 스스로 주변정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부정부패 척결은 이 시대 최대의 국가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 전장관의 이 같은 말을 볼 때 실제로 청와대측은 홍업씨에 대한 ‘선처’을 상당히 부탁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측은 “법무부나 검찰에 대해 선처를 부탁한 적이 전혀 없다”면서 “홍업씨가 구속됐는데 무슨 압력이냐”며 ‘선처압력’을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법무부와 검찰 주변에서는 송 전 장관이 경질된 배경에는 홍업씨 처리 문제가 깊이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측은 5월 이후 송 전 장관과 대검 수사팀에게 수사 상황을 문의하면서 선처를 끈질기게 요구해 왔고 송 전 장관은 전직 법무부 장관 등 원로 법조인들에게 자문을 구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부 간부들이 모여 청와대측의 선처 요구를 놓고 심도 있는 토의를 벌였다는 말도 나돌았다. 청와대가 당시 송 전 장관에게 요구한 것은 홍업씨 선처를 위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인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와 검찰 간부들은 개별사건 수사에 대해 법무장관이 관여할 수 있는 수사지휘권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례가 없다는 등 이유로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검의 한 간부는 “만약 홍업씨가 구속 처리되지 않고 유야무야 됐다면 여론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불을 보는 뻔한 일”이라며 “대통령 아들 문제라서 선처 부탁을 할 수 있는 건 인지상정이지만 송 전 장관에 대한 경질로 이어진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고 꼬집었다.

송 전 장관이 나름대로 청와대측의 요구를 고심 끝에 거부했고 홍업씨 구속은 법과 순리대로 처리된 것으로 일선 검사들은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송 전 장관이 경질되자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홍업씨 선처압력 의혹 파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도 “청와대-법무, 검찰간 갈등이 확산되는 바람에 청와대측이 송 전 장관을 더 이상 신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법무부와 검찰은 김정길 전 법무부장관이 1년 2개월 만에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복귀하자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두 번 맡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 복귀, '조직안정''총장견제' 시각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김 장관의 복귀를 대부분 홍업씨 수사에 따른 파장을 조기 해소, 검찰조직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로 해석했다. 또 일각에서는 TK 출신인 이명재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용 카드’라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호남장관-비호남총장, 비호남장관-호남총장이란 현정부의 인사특징이 또다시 적용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이명재 총장과 김정길 장관 관계가 앞으로 순탄하게 유지될지 의문을 표시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7/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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