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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업씨와 돈, 그리고 권력] 아버지 덕(?)에 재산 2배 뻥튀기

DJ정부 출범 뒤 재산 급증, '베란다 금고' 운용 등 돈 관련 뒷말 무성

집 베란다 창고에 엄청난 거금을 보관하는 등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힘든 김대중 대통령 차남 홍업씨의 돈 관리 수법과 재산증식과정을 둘러싸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7월 10일 구속 기소된 홍업씨의 재산이 환란 이후 국민들의 소득이 급감한 것과는 정반대로 정부 출범이후 횡재라고 할 정도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검찰에 따르면 홍업씨 재산은 1995년 20억원 정도였으나 97년까지 28억원 대로 불었다. 98년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현대·삼성 등으로부터 받은 돈과 이권개입 대가 등으로 받은 돈 등으로 31억원이 추가로 늘었다.

31억원 중 98년부터 최근까지 17억원을 사용해 현재 재산은 현금 10억, 예금 8억, 부동산 15억5000만, 빌려준 돈 12억원 등 45억5,000만원 정도라고 검찰은 밝혔다. 95년에 비해 7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3억대 세입자서 14억원 아파트 주인으로

홍업씨의 변호인인 유제인 변호사는 “아태 재단 운영 등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기업들로부터 돕겠다는 제의를 받고 고마운 뜻에서 받은 것으로 안다”며 “(홍업씨는) 거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지만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으며 특히 (아버지인) 대통령이 강조한 방침이나 자세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죄송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업씨가 소유한 것으로 밝혀진 서울 서초동 83평형 아파트도 의혹의 대상이다. 원소유주가 홍업씨에게 5억원을 제공한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인 것으로 드러난 데다 홍업씨가 2000년 7월 이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가면서 시세보다 5억원 가량 싼 가격에 임대차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유제인 변호사는 “홍업씨가 홍은동에 가지고 있던 아파트 매매금 3억5,000만원, 대출금 3억원, 보유하고 있던 자금 등을 합쳐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유 변호사는 또 “홍업씨가 외국인 임대 등으로 생활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이 아파트를 구입했다”며 “홍업씨가 들어가 살 생각도 했지만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주위 조언에 따라 현재 비워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3억5,000만원의 전세에 살고있던 홍업씨가 갑자기 시가 14억원에 이르는 고급 아파트를 구입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유 변호사의 설명은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23층 꼭대기에 위치한 이 아파트는 ‘펜트하우스’로 양 옆에 베란다가 있는 고급형으로 현재 매매가가 16억원을 호가한다는 게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아파트는 99년 분양 당시 평당 분양가가 1,970만원으로 일반분양 아파트로는 최고가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천연대리석으로 꾸민 거실바닥, 도금한 수도꼭지와 샤워기 등 초호화 아파트로도 유명했다.


베란다 창고에 돈 쌓놓고 돈세탁

홍업씨가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관리해온 수법도 눈길을 끌고 있다. 홍업씨는 홍은동 자택 베란다 창고를 기업체로부터 받은 돈을 보관하는 비밀금고로 이용했다.

삼성·현대의 돈 22억원과 선거 활동비 등으로 받은 10억여원 대부분을 사과상자에 차곡차곡 쌓아 베란다에 넣고 가구를 쌓아 가린 뒤 1년 이상 보관했다. 홍업씨는 이 베란다 금고에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자신이 부이사장으로 일해온 아태재단의 김병호 행정실장 등 직원들을 동원해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시킨 뒤 새 수표로 인출해 다시 베란다 창고에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홍업씨측은 “돈을 금융기관에다 맡기지 않고 집에다 보관한 것은 정권의 감시를 받았던 야당 정치인 아들시절 생긴 습성”이라며 “도움을 준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되도록 돈을 노출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선잔금 6억원도 관리

홍업씨의 재산 중에는 청탁의 대가로 받는 돈 이외에도 97년 대선 때 쓰고 남은 돈(대선잔금)도 포함되어 있다. 검찰은 “홍업씨는 96년 말과 97년 지인들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대선 후원금으로 11억원을 받았고, 이 중 선거기간에 5억원을 쓰고 6억원을 남겨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홍업씨는 이에 앞서 95년 ‘밝은세상’이라는 선거·홍보기획사를 차린 후 96년 총선 때 국회의원 후보 20여명으로부터 홍보자금 명목으로 6억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대선 후원금을 받고 이를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소시효(3년)가 지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업씨가 관리한 대선잔금은 민주당 또는 부친인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증여 받은 돈으로 봐야 하고, 이에 따라 세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유제인 변호사는 “그 돈은 민주당이나 김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홍업씨 개인이 대선기간에 사용하라고 받은 돈으로, 정확히 표현하면 대선자금이 아니고 대선과 관련된 돈”이라고 해명했다.

룸살롱 정치까지…형철 빼 박은 홍업
   
국민들이 또 하나 열받는 대목은 홍업씨의 비리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사건과 너무 흡사하다는 사실이다.

현철씨 사건이 대통령 친인척 관리에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들은 5년이 지난 지금 홍업씨가 현철씨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우선 전현직 대통령 아들들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5년 1개월이란 시간적 간격에도 불구하고 거의 판박이나 다름없다. 홍업 현철 등 두 김씨가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돈에 대해 조세포탈죄가 적용된 것이 똑같고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도 똑같다.

친구가 비서실장, 집사로 행세하며 청탁하는 사람들의 돈을 받은 것도 닮은 꼴이다.
심지어 청탁을 받는 장소로 애용한 술집까지 똑같다.

공소장에 따르면 홍업씨는 서울 서초동 지안이라는 룸살롱을 기업인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는 장소로 활용했다. 이 룸살롱은 1997년 구속된 현철씨도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홍업씨는 2000년 6월 대한주택공사 최고 간부를 만나 “공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부하 직원들로부터 8,000만원을 갹출해 대정부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내사를 받고 있는데 선처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2,000만원을 받는 등 이 룸살롱을 ‘청탁 사랑방’으로 가동했다.

이 룸살롱은 1985년 영업허가를 받았다. 1960, 70년대 ‘요정정치’시대처럼 이 룸살롱은 옆방 손님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내부구조를 만들어 보안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정치인과 고위 인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본 술값은 1인당 40~50만원으로 5명이 술을 마실 경우 술값이 보통 500만원에 이르는 등 강남 일대 룸살롱 중 최고급 수준이다. 시사상식에 능통한 미모의 20대초반 여종업원들이 접대를 하고있으며 이들중 상당수는 외국어까지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일본에서 포르노비디오를 찍어 화제가 됐던 J양도 한 때 이 룸살롱에서 일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7/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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