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中] 인터뷰/황수영 우리은행 삼성기업금융본부 지점장

"뛰지 않으면 자리 보전 못해요"

서울 태평로2가 삼성본관 2층에 위치한 우리은행 삼성기업금융본부. 과거 삼성 그룹 주거래은행인 상업은행의 남대문지점으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1999년 1월 상업ㆍ한일은행이 합병하면서 우리은행 삼성기업금융본부로 특화된 기업전략 영업 점포다.

이곳에는 중소기업 금융,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 3개의 부서에 8명의 지점장 등 총 86명의 은행원(아르바이트 사원 포함)이 근무하는 국내 단일 영업 점포망 중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이곳 기업금융부서 앞에는 6자리의 담당 지점장 석을 가리키는 안내 표지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삼성 그룹 계열사 전체를 담당하는 점포이기 때문에 그 만큼 세분화된 조직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한 회사만 놓고 봐도 국내 상장기업 전체 시가총액의 10%, 연간 수출규모의 15%를 각각 차지해 은행이 이 회사와 거래에서 생기는 외환매매익과 수출입 LC 수수료 등 연간 수익은 은행 전체 기업고객본부 수익의 14%에 달할 정도다.

황수영(47) 우리은행 삼성기업금융본부 기업금융지점장(Relationship Manager)은 삼성전기와 삼성SDS, 르노삼성자동차 등 삼성 계열사들을 거래하는 전담 RM이다. 우리은행 삼성기업금융본부내 기업금융 전담 6명의 지점장 중 한명인 그는 이곳에 근무한지 올해로 만 5년째를 맞았다.

4년 전 만 해도 50대를 눈앞에 둔 ‘남대문 지점장’이라면 웬만해선 자리를 뜨는 경우가 없었지만 황 지점장은 점심 식사 시간 때부터 마감이 다가오는 4시까지 매일같이 삼성본관과 주변 회사건물을 오르내리며 재무담당 임원과 실무 담당자들을 만나느라 구슬땀을 흘린다.

황 지점장은 “예전엔 지점장 일이라면 내부관리가 90%, 영업이 10% 수준이었던 반면 최근엔 오히려 영업ㆍ마케팅이 전체의 90%를 차지할 정도 역전됐다”며 “매일회사의 실무 담당자를 직접 만나 자금 변화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더 이상 지점장 자리에 붙어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변화의 실상을 토로했다.


직급파괴, 지점장은 영업맨

‘직접 뛰어야 한다’는 황 지점장의 위기의식은 은행의 평가체계 변화로부터 비롯된다. 과거엔 평가체계의 기준이 지점 단위였던 반면 지금은 동일 점포내 6명의 지점장들 개개인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지점장들을 직접 현장 속으로 뛰어드는 동인으로 작용한다. 동일 점포 동급 지점장 간에도 연봉이 1.5~2배 차이가 나는 것이 현실이다.

황 지점장은 “30대 초반의 회사 재무담당 실무자들과 우선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선 50대 지점장도 나이의 장벽과 고정관념을 벗어 던져야 한다”며 “‘은행의 꽃’으로 불리던 지점장도 이젠 은행권에 거센 직급파괴의 소용돌이속에서 철저히 강한 ‘영업 맨’으로 개화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기획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현장을 뛰어 다니는 ‘기업금융 전담원 RM’. 고2와 중3 두 자녀를 둔 황 지점장은 앞으로 5년간 더 현업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빠끔하게 꾀고있는 ‘준비된 세일즈맨’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고객이 원한다면 스스로 ‘인기 탤런트 원 빈’으로 까지 변신할 수 있는 능력과 서비스 정신을 길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7/19 15:44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