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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中] 지점장은 '시든 꽃'인가?

대출 세일즈맨으로 변신…무한경쟁이 몰고 온 수난시대

‘은행의 꽃’으로 불리던 지점장의 화려한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C은행 광화문 지점의 이모(49)기업금융 지점장은 대기업에 대출세일을 하러 갈 때 먼저 화장실로 직행한다.

가슴에 단 은행 빼지를 떼기 위해서다. 대기업의 재무팀장이나 국제금융팀장을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찾을 때 마다 타 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들이 몇 명씩 줄을 서 있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부터 생긴 습관이다.

최근 기업들이 여러 은행에 대출 오퍼를 내고 가장 싼 곳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확대되면서 은행 지점장들이 ‘대출 세일즈맨’으로 변신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유지돼 온 기업과 은행의 이른바 ‘갑을관계’는 역전된 지 오래다.

30대 기업중 하나인 L사와 거래하는 K은행 서울 소공로 지점장은 “당좌대출한도를 전혀 쓰지 않고 있어도 신용장 개설 수수료, 외화자산 예치 수익 등이 나는데다 계열 건설사의 주택금융을 유치하거나 협력업체의 대출을 따 올 수 있기 때문에 관계를 소홀히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W은행 서울 종로X가 지점장은 “기업은 물론 그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금리인하는 당연하고 임원이 바뀔 때 마다 화환을 보내거나 개인 취미생활을 사전에 파악, 골프접대 등을 하는 것은 기본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라며 “은행간 경쟁 속에 지점장들이 밀림 속으로 내몰린 격”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꽃’은 옛날얘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은행마다 일선 지점장들의 업무추진비 현실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500만원의 개인대출도 전결권이 없는 일선 지점장들로선 다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금융에 치중해 온 은행들이 대부분 외환위기 이후의 경영난에서 이제야 간신히 벗어난 상태로 충분한 ‘실탄’을 지급하기는 현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K은행의 A지점 김모(45) 지점장은 모두가 가고 싶어 하던 지점에 부임한지 6개월 만에 최근 본점 업무추진역으로라도 발령을 내달라고 인사부에 요청했다. 거래기업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계속 자기 주머니를 털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기업대출 자체가 줄어들고 은행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진까지 줄어들자 은행들마다 대기업 대출에 따른 지점장 평점을 줄이고 중소기업 신규여신 개척에 더 많은 가산점을 주며 지점장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리스크 부담도 적지 않은데다 우량중소기업의 경우 덤핑에 가까운 금리인하나 부대서비스에 따라 주거래은행 자체를 바꿔 버리는 경우가 생겨나면서 해당 지점장들에게는 또 다른 고충거리가 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결산, 세무 등 업무를 무료 또는 염가로 대행해주고 전산망을 지원하는 등 금리 이외에도 여러 가지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도 금리덤핑과 당좌한도확대 등을 제시한 은행으로 통째로 거래선을 옮기면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요즘 우량 중소기업 들조차 ‘안면은 안면이고 거래는 거래’라는 식으로 생각해 주거래은행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들의 무리한 출혈경쟁이 제살 깎기가 되면서 상거래 관행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현찰보유와 은행들의 대체수익 찾기 경쟁 속에서 ‘은행의 꽃’으로 불리던 지점장들의 수난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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