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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채 든 보따리 장사

LPGA투어의 한국 낭자들, 샤워도 못한 채 밴으로 이동하는 '고행길'

“프로 골퍼들은 좋겠다. 재미 있는 골프치고 돈도 벌고, 이곳 저곳 여행도 하고…” 미국 동부에서 중부, 서부로, 또 프랑스로 돌아다니며 한 대회에서 몇 만 달러 씩 벌어들이는 여자프로 골퍼들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프로 골퍼들의 화려함 속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7월 7일(한국시간 8일 새벽) 미국 캔사스 주의 시골마을 허친슨에 자리잡은 프레어리 듄스CC. 2002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그 시간 이미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은 꼭 티 오프 시간 만큼의 간격을 두고 나흘동안 악전 고투했던 그 곳을 떠났다.

줄리 잉스터(42ㆍ미국)가 단독 선두에 나서자 각 홀 갤러리 스탠드에서 스코어 보드를 지켜보던 미국 골프 팬들이 ‘고(Go) 줄리’을 목청껏 외치고 있을 때였다.

가장 먼저 티 오프 했던 문수영(18)에 이어 동반 라운드 했던 고아라(22ㆍ하이마트)와 이정연(23ㆍ한국타이어)이 출발했고, 곧 이어 장정(22ㆍ지누스)과 박지은(23ㆍ이화여대), 박희정(22ㆍCJ39쇼핑), 그리고 한희원(23ㆍ휠라코리아), 김미현(25ㆍKTF), 박세리(25) 등이 각각 승용차에 올랐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들만의 애환

박지은과 김미현, 박세리 등 이미 LPGA투어에서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다음 날 비행기로 이동하기 위해 그 동안 묶었던 숙소로 돌아갔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그 차림 그대로 온갖 살림을 다 싣고 다니는 대형 밴 또는 지프형 승용차에 지친 몸을 실었다.

모두 샤워는 하지 않은 채였고, 클럽하우스 식당에 마련된 뷔페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선수들도 있지만 대부분 길 떠나는 일이 우선이었다.

나흘 내내 선수들보다 더 마음을 졸였고, 선수들보다 훨씬 먼 거리를 돌아다니며 한 타 한 타에 울고 웃었던 부모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지체 없이 클럽하우스 입구에 차를 대고 딸들의 클럽을 실었다.

이번 대회에서 몇 등을 했고 상금을 얼마나 탔는지 궁금했지만 우선 길을 떠나는 것이 중요했다. 다음 대회인 제이미파 크로거 클래식이 열리는 오하이오주 톨레도까지 무려 990마일(약 1,600㎞)의 대장정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상금은 통장으로 들어온 뒤 확인하면 그만이다. 특히 컨디셔널 시드권자인 고아라 같은 경우 다음날 이른 아침에 월요 예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바빴다. 쉬지 않고 달려도 자정이 지나서야 톨레도에 닫을 수 있고 또 몇 시간 후 다시 필드에 나서야 한다.

결국 고아라는 그 먼 거리를 달려 월요 예선전에 참가했지만 탈락해 제이미파 크로거 클래식에 출전하지 못했다.

월요 예선전에 탈락할 줄 알았다면 그 먼 거리를 달리지 않았을 텐데, 길 떠날 때는 어디 생각이 그런가. 이번에는 반드시 내 실력을 보이리라, 다짐에 또 다짐을 거듭하는 모습들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친 후 고아라가 떠났다는 소식을 접한 한희원은 “나도 지난해 그랬다”며 “대회 끝나자마자 다시 다른 대회장으로 달려가는 생활을 거듭하다 보면 왜 이렇게 사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희원은 이제 풀 시드을 확보해 월요 예선전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지난해 고생했던 생각이 나는지 고아라 선수 걱정을 했다.

그리고 자신도 곧 대형 밴에 올라 타고 고아라 선수를 뒤쫓아 톨레도로 향했다. 월요 예선전에 출전하지 않아도 되지만 빨리 가야 코스 적응 훈련도 하고, 경기 때 좋은 성적을 내야 내년에는 좀 더 여유 있게 투어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컵라면ㆍ인스턴트 밥으로 식사 해결

선수들은 비행기로 다니면 더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고, 또 갈아타고, 도착해 자동차를 빌리고 다시 반납하는 일이 보통 힘겨운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대형 밴에 갖가지 살림을 싣고 훌쩍 떠나 어두워지면 인근 모텔에서 잔다. 밥을 해먹거나 한국 식당이 있는 곳이면 대회 기간 내내 출근 도장 찍듯 드나들기도 하지만 이번 US 여자오픈 대회처럼 시골 구석에서 대회가 열릴 경우는 늘 가지고 다니는 컵 라면이나 인스턴트 밥 등으로 식사를 해결하기도 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심한 감기 몸살로 고전했던 박지은은 뜨끈한 국물을 구할 수 없어 라면 국물로 대신하기도 했다. 스폰서 계약이후 처음으로 후원사인 CJ39쇼핑 직원들이 현지에 응원을 왔던 박희정은 중국 식당에서 쌀 국수로 감기 기운을 달랬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 친구들과 깔깔거리며 한창 놀러 다닐 나이의 한국 여자프로 골퍼들은 낯선 땅 미국에서 이렇게 고달픈 일정을 감당하고 있었다.

허친슨(미국 캔사스주)=김진영 서울경제신문 기자 eaglek@sed.co.kr

입력시간 2002/07/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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