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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의 문화읽기] 소리바다! 공유와 복제의 딜레마

TV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다 중계유선 채널에서 ‘영웅본색’을 중간부터 보게 되었다. 학력고사를 치르었던 겨울, 퀴퀴한 냄새가 배어나는 3류 극장에서 보았던 영화가 아니던가.

문득 영웅본색 시리즈의 주제가가 듣고 싶어서 소리바다에 접속했다. 7월 14일 오전 2시 23분, 접속자수는 7021명이었다. 장국영의 ‘당년정’(當年情)과 매염방의 ‘석양지가’(夕陽之歌)를 검색해서 다운 받았다.

담배 한 모금과 차가운 커피 한 잔을 곁들여 두 노래를 듣는다. 그래, 이 맛이다. 글 빚에 쫓기는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검찰은 2001년 8월 국내 최대의 음악파일 공유 사이트인 소리바다 운영자를 저작권법 위반 방조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해 3월 저작권이 있는 음악파일 무료배포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미국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냅스터의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소리바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내려질지는 이미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법원이 시간을 끌었던 것은 소리바다가 냅스터처럼 서버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을 연결시키는 단순한 중개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정보 공유 권리와 문화생산자의 저작권이 충돌하고 있는 지점에서,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면밀하게 살펴야겠지만, 인터넷 문화와 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불법복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소리바다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복제는 디지털 문명의 근원적인 코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은 시각과 청각에 관련된 정보들을 비트(bit)와 2진법이라는 단일한 코드를 통해서 저장하고 보관하고 재생하고 복제하고 편집하는 일을 한꺼번에 가능하게 한다.

복제는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에 이미 언제나 전제되어 있는 가능성이다. 복제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 속에서 불법적인 복제와 적법한 복제를 가르는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음반업계의 태도이다. 현재 소리바다에 대한 음반협회의 대응방식은, 소리바다를 저작권과 전송권에 대한 불법 행위자로 규정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채권적 권리를 가지고자 하는 쪽이다.

몇 년째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음반업계의 불황을 가져온 거의 유일한 이유로 mp3 파일과 소리바다를 지적하는 태도가 과연 현실적인 해결책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이미 mp3파일을 통해서 곡 단위로 음악을 즐기게 된 소비자들이 CD단위의 앨범 구입에 예전만큼 적극적일까.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5% 정도의 가수들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음반시장의 구조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런 점에서 최근 불거져 나오고 있는 방송사 간부들과 음반 기획사들 사이의 유착과 상납에 관한 보도들은 충분히 시사적이다.

한국의 네티즌들이 소리바다 문제에 민감한 것은 결코 공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터넷 공간의 자유를 지켜나가는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축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월드컵의 거리 축제와 K-리그의 성황을 가져왔듯이, 문화를 향유하는 즐거움과 함께 문화를 지속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는 토양에 대해서도 폭 넓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쪽에서는 단순한 정보공유 활동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버티고, 다른 한쪽에서는 저작권의 침해이기 때문에 이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나선다면 해결방법은 없다. 많은 경우에 그렇듯이 법적인 해결은 서로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긴다.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문화 생산자들의 지적소유권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상호인식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비영리적인 정보 공유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보 공유의 과정에서 누군가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일정한 부분을 보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은 엄연한 현실이며 우리는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공존(共存)과 상생(相生)을 위한 균형감각이 절실하다.

소리바다에 접속한 상태로 이 글을 쓴다. 내가 오픈한 파일 중에서 17곡을 누군가가 다운 받아갔다. ‘드래곤 애쉬’의 파일을 열심히 내려 받는 사람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접속을 끊는다. 즐겁게 감상하기를 바란다.

김동식 문학평론가 tymtan@empal.com

입력시간 2002/07/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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