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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산 산] 백두산 ① 서파능선

넋을 두고 내려와도 후회는 없다

물론 지금은 우리 땅이 아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리워하는 곳이기도 하다. 마음 속의 우리 산, 백두산이다. 백두산을 오르는 코스는 크게 알려진 것만 3가지다.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은 장백폭포를 볼 수 있는 북파능선이다. 우리의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대부분 백두산 천지의 사진은 이 곳 북파능선을 타고 올라 찍은 것이다. 둘째는 남쪽능선이다.

북녘 땅으로 오르는 곳이다. 북녘 땅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것은 현재로서는 하늘이 기회를 주어야만 가능하다. 최근에는 서파능선이 새로운 천지 감상 포인트로 떠올랐다. 장백폭포는 없지만 금강 대협곡과 고산 언덕을 온통 뒤덮은 야생화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지 기자는 북녘 땅에서 오르는 남쪽능선을 포함해 백두산의 세 코스를 모두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서파능선부터 백두산 산행을 시작한다.

북파능선과 마찬가지로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출발한다. 북파능선이 버스로 약 5시간 정도 걸리는데 반해 서파능선은 7시간이 넘게 걸린다. 북한과의 국경을 타고 난 좁은 도로를 달린다. 포장 반 비포장 반이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중국의 운전기사들은 거의 시속 50~60㎞의 속도로 달리면서 감속도 안하고 좁은 길을 운행한다. 힘겨우면서도 비명이 터지는 버스 여행이다.

백두산의 위용이 눈에 들어오면서 힘겨운 버스 여행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약 1시간 정도를 남기고 매표소가 있다. 입장권부터 예사롭지 않다.

‘국가 AAAA급 풍경구’라고 쓰여있다. 중국이 백두산에 얼마나 큰 의미를 두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백두산의 중국 이름이 장백산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의 잘못이다. 장백산은 백두산을 포함해 만주 일대에 이어지는 거대한 산록을 뜻하는 말이다. 백두산은 장백산 중 천지를 둘러싼 봉우리를 일컫는다.

매표소를 지나 차는 대관령 옛길처럼 꼬불꼬불한 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간다. 거목이 이어지는 원시림, 이깔나무숲 등을 한참 들어가면 서서히 나무가 벗겨진 초지가 나타난다.

해발 2,000m를 전후해 그 위로는 바람과 냉기 때문에 나무가 살 수 없다. 대신 바닥에 바짝 엎드린 풀만이 산다. 조금 허전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 다 보면 그렇지 않다. 모두가 꽃풀이다. 크고 작은 온갖 색깔의 꽃이 지금 한창이다.

버스는 천지를 볼 수 있는 칠석봉 근처까지 올라간다. 약 20대 정도의 버스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위로 푸른 초지를 가르며 난 계단이 보인다. 약 30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천지를 보는 것은 운에 맡겨야 한다.

언제나 구름에 잠겨있다가 갑자기 앞이 걷히기도 한다. “방문객의 약 30% 정도 천지를 구경하고 간다”고 천지의 조선족 사진사는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 30%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인 풍광을 본다. 멍든 듯 푸른 빛을 품은 천지, 멀리 장군봉, 청석봉, 백운봉, 천문봉 등 천지를 호위하는 16연봉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인간의 존재가 하찮다는 것을 느낀다.

하산길에 금강대협곡을 들른다. 길이 12㎞, 폭 100~200m, 깊이 70m로 미국의 그랜드 캐년을 연상시키는 V자 형태의 협곡이다. 영원히 묻혀 있을 뻔 했다. 4년 전 산불을 진화하다가 발견했다. 포효하는 백두호랑이의 깊은 입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

권오현 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2/07/25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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