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좋은 모래섬…모래성을 쌓아 볼까나
썰물 때면 드러나는 30만평의 모래섬.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낙조와 인적 끊긴 해변. 이작도는 세상 밖으로 탈출을 꿈꾸는 이들이 찾는 서해의 외딴섬이다.
대부도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영흥대교를 지난 배가 망망한 바다를 1시간쯤 달리면 해무에 휩싸인 섬이 보인다.
대이작도와 나란히 떠 있는 승봉도다. 승봉도가 뒤로 물러설수록 대이작도가 가깝게 달려온다. 대이작도 선착장에도 해무가 자욱하다.
이작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한 26개의 유인도 가운데 하나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난민들이 돌아가지 못하고 정착했으며, 그 이전에는 해적의 소굴이었다. 섬 이름도 이작도가 아닌 이적도로 불렸다고 한다. 이작도는 큰 섬을 대이작, 작은 섬을 소이작이라 부른다. 두 섬에는 90가구 120명이 산다.
푸른 바다 빛 “서해 맞아?”
이작도에는 작은 풀안 해수욕장을 비롯해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이 5개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풀치다. 대이작도 남쪽 바다에 떠 있는 풀치는 지상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는 모래섬이다.
풀치는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부아산에서 내려다보면 남북 1㎞, 동서 2.5㎞에 달하는 혜성처럼 길쭉한 섬이 보인다. 밀물이 들면 모래섬은 홀연히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풀치는 썰물이 드는 6시간동안 해수욕장이 된다. 안전요원까지 배치가 되고, 이작도 선착장과 큰풀안 해수욕장에서 배편도 있다. 그러나 풀치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드넓은 해변을 거닐며 저 혼자 고독에 잠길 수도 있다.
단단한 모래 위에서 가족이 함께 뒹굴며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호젓한 해변을 꿈꾸는 이들에겐 지상 천국이 된다. 다만 그늘을 만들 파라솔과 식수, 음식 등은 꼼꼼히 챙겨가야 한다. 이작도 선착장에서 풀치로 가는 배삯은 5,000원이다.
대이작도 중앙에는 2개의 산이 솟아 있다. 동쪽이 소리산, 서쪽이 부아산이다. 부아산은 임도를 따라 20분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곳은 소이작도와 덕적도 너머로 지는 일몰이 장관이다. 정상에는 정자가 있고, 70m에 이르는 구름다리가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씻어준다. 부아정에 설치된 망원경으로 보면 맑은 날에는 인천 송도의 아파트까지 보인다.
자월도와 이작도를 오가는 배들의 꽁지에는 포말이 길게 이어진다. 서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푸른 바다 빛깔도 가슴을 탁 틔워준다.
부아산에서 빤히 내려다보이는 작은 풀안 해수욕장은 주말에도 호젓한 곳이다. 해변의 길이는 300m 정도. 규모는 아담하지만 풀치를 넘어온 잔잔한 파도를 즐기며 걷기 좋다.
작은 풀안 해수욕장과 이웃한 큰 풀안 해수욕장은 비포장길을 따라 가는 길이 운치가 있다.
손맛 짜릿…갯바위낚시 천국
대이작도는 낚시터로도 손꼽는 곳이다. 선착장 방파제에서도 씨알 굵은 우럭을 낚을 수 있다. 선착장 왼쪽으로 돌아가면 갯바위낚시터 천국이다.
농어·망둥어·광어·도다리·숭어·놀래기가 잡힌다. 대이작도의 낚싯배는 40척, 1일 대여료는 25만원 선이다.
작은 풀안 해수욕장에서는 밤에 작살을 이용한 광어잡기도 할 수 있다. 조금 때에 맞춰 밤에 물이 빠지면 랜턴을 물에 비춰 작살로 광어를 잡아낸다. 초보자는 쉽지 않지만 현지인들은 팔뚝만한 광어를 찍어낸다. 매점에서 작살을 대여해준다.
선착장에서 8㎞ 떨어진 계남분교는 엘리제의 여왕 이미자의 노래를 영화로 만든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다. 오래 전에 폐교됐지만 교문과 건물은 남아 있다.
■ 길라잡이 대이작도까지는 인천여객선터미널에서 하루 2회(주말 3회) 쾌속선이 운항된다. 운항시간은 인천 출발 오전 9시 30분, 오후 3시, 대이작도 출발 오전 10시 30분, 오후 4시다.
여관은 없다. 여름철에는 전 가구가 민박을 한다. 민아민박(032-834-0682), 수국민박(032-834-7582). 3만∼4만원 선. 이작리 이장(032-834-9043)에게 연락하면 민박과 낚싯배를 알선해 준다. |
입력시간 2002/07/25 20:0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