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뉴스포탈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서울경제
KoreaTimes
주간한국  
www.hankooki.com  


 
주간한국 홈
구독신청
독자 한마디
편집실에서

 


   벤처 밸리 24시
   비만클리닉
   김동식문화읽기
   사이언스카페
   인터넷 세상
   한의학
   땅이름과 역사

맛이 있는 집 그림펀치 라디오 세상 스타 데이트 신나는 세계여행

 아낌없이 주는 사랑의 나무

오감을 열고 그것도 아주 섬세한 감각까지 살려 나무들이 서있는 길을 걸으면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어떤 나무가 주인인 숲이냐에 따라 땅이 조성이 다르니 발바닥에 느껴지는 푹신함과 딱딱함이 다르고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과 소리도 다르며, 초록의 시원한 느낌들은 도심에도 더러워진 눈의 피로를 한 순간에 날려보낸다.

무엇보다도 호사를 하는 것은 후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침엽수들이 배어 보내는 강렬한 숲의 향, 낙엽의 냄새, 꽃 향기…. 숲을 떠다니는 그 다양하고 말할 수 없이 그윽한 향기를 알 수 있다면 그는 남들이 알지 못하는 세상의 일부를 차지한 행복한 사람이리라.

한여름의 피나무 역시 특별한 꽃 향기로 발길을 잡는 나무의 하나이다. 피나무의 미덕은 아주 크고 아름다운 나무 그늘 일 수도 있고, 독특하게 생긴 포(苞)가 바람 따라 번득번득 움직이는 모습일 수도 있고, 한아름 되는 나무의 목재로써 주는 가치일 수도 있고, 동글동글한 열매로 만들어 내는 염주와 그 안에 담겨진 축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피나무 꽃이 만발한 큰 나무 그늘을 지나노라면 느껴지는, 달콤한 꿀 향기와 풋풋함이 함께 배어 나오는 맑고 깨끗하며 독특한 향기를 느껴본 사람들은 두고 두고 이를 지우지 못할 만큼 인상적이다.

피나무는 왜 피나무일까? 풀 중에서 피나물은 줄기에서 붉은 피같은 유액이 나와 붙은 이름이지만 나무인 피나무는 한자 피(皮)에서 유래되었다.

피나무의 나무껍질을 섬유로 이용하였으므로 한자로 피목(皮木)이 되었고 이를 피나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중국에서는 피나무를 두고 단목(段木)이라 한다.

이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피나무를 두고 잘못 부르거나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가곡 ‘성문 앞 샘물 곁에 서 있는 보리수. 나는 그 그늘아래 단꿈을 꾸었네’에 나오는 보리수 나무는 독일어로 ‘린덴바움’이니 피나무이다.

이런 오해가 생긴 것은 피나무는 한자로 보제수(菩提樹)라고도 쓰는데 이를 ‘보리수’라고 발음하기 때문이며 피나무의 열매로 염주를 만드는데 이러한 불교와의 연관이 부처님이 득도하셨다는 나무로 혼동되어 가중된 것이다.

사실 보리수 나무는 피나무와도 또 부처님과도 무관한 전혀 별개의 나무인데도 말이다. 사찰 중에는 더러 피나무나 그 형제나무를 심어 놓고 부처님께서 득도하신 나무라고도 하는데 이는 잘못이다. 사실 그 더운 나라에 사는 나무가 어찌 온대 지방인 우리나라 강원도에 겨울을 날 수 있겠는가.

피나무는 앞에서 잠깐 쓰임새를 언급했지만 껍질을 벗겨 섬유로 이용하면 그 질기기가 삼베보다 더하고 물에도 잘 견딘다.

나무의 겉껍질은 지붕을 잇고, 속껍질로는 천을 짜서 술이나 간장을 거르는 자루나 포대를 만들고 지게의 등받이, 노끈이나 새끼, 어망을 짜기도 하였으며 미투리, 약초캐는 망태, 삿자리, 조리 대신 이남박 등 여러 가지를 만들어 아주 요긴하다.

꽃에서는 꿀이 워낙 많이 나는데 맑은 피나무 꿀은 좋은 품질로 여겨지고 있으며, 꽃잎으로 차를 다려 마시기도 하고, 약재로도 쓰며 공원에 심기에도 좋은 나무이다.

피나무, 알면 알수록 좋은 나무이다. 그 동안 키우고 아낄 줄 모르고 베어 쓰는데 열중해 점차 숲에서 만나기가 어려운 나무가 되어 버렸다.

피나무 잎을 보면 하트모양으로 생겼는데 그 모양을 보면서 이젠 우리가 그 나무를 향해 사랑을 보내고 도와줄 때가 된 듯 싶었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ymlee@foa.go.kr

입력시간 2002/07/25 20:35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