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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평론] 거품후보는 이제 그만

[정치평론] 거품후보는 이제 그만

다가오는 12월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제3후보 논의가 분분하다.

그것은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에서 독립하고, 민주당의 국민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후보가 독자적인 길을 모색하면서, 그리고 최근에 들어서는 한국축구의 월드컵 4강 진입에 편승한 정몽준 의원이 새롭게 부상하면서 거듭되고 있다.

때로는 이들 모두와 자민련의 JP까지 포함한 제3후보 연대론까지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제3후보 논의의 확산에는 민주당의 약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지방자치선거 결과에서 드러난 민주당의 약화 그리고 이에 따른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지지 하락이 상대적으로 제3후보에 대한 논의를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3후보 논의와 관련하여 한국정치에서 제3후보가 어떤 의미와 성격을 지녔는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찰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때그때의 여론조사에 기반하여 제3후보 예상자의 ‘주가(株價)’를 점치는 식이거나, 단순한 지지도 계산에 의거한 ‘도상((圖上)’ 전망만이 난무할 뿐이다.

원래 한국정치에서 제3후보는 지역주의 정치의 ‘틈새시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테면 1992년 제14대 대선의 제3후보라 할 수 있었던 국민당의 정주영 후보는 전국적으로 16.3%를 얻었는데, 그것은 영남 기반의 YS와 호남 기반의 DJ의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였다.

또한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 역시 전국적으로 19.2%를 얻었는데 이 역시 영남 기반의 이회창 후보와 호남 기반의 DJ 사이의 틈새시장 지지를 획득한 결과였다.

이들은 서울을 제외한 중부권(수도권·강원도·충청권)과 영남지역에서 상당한 득표를 했다. 이는 비교적 지역주의가 덜한 중부권에서, 그리고 민자당(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을 지지할 수도 없는 영남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해의 대선에서 제3후보가 성공할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제3 후보의 성공 가능성은 다음과 같은 요소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3후보에 대한 지지는 그것이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에 의거한다는 점에서 기성 정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더욱 커져야 증대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나라당 또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은 더욱 증대되어야 하며 특히 재결집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보다 약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실망의 증대가 제3 후보 성공의 주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혐오로 인해 선거에 불참하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역시 제3 후보의 성공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 대선을 맞아 제3후보는 이 두 측면에서 과연 어느 정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기성 정당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 지지를 극대화해야 하는 전자의 경우 제3 후보는 어느 정도 지지를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제3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지기보다는 민주당 후보와 제3후보의 동시 낙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오히려 더 현실적이다.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 되는 후자의 경우 그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다.

그들의 지지를 끌어들이기에는 제3후보의 정체성과 항구성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지역주의 정치의 현실에서 제3후보 시도는 그것이 한국정치의 구조변동을 수반할 만한 것이 아니라면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제3후보 시도가 한국 지역주의 정치의 반사적 ‘잔여(殘餘)’일 뿐 그 대체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반사 지지에 의지하는 이 같은 ‘거품(泡沫)정당’이나 그 정치인들의 등장에 의해 한국의 정치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다면 제3 후보 논의는 무책임한 과잉 논의로 전락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한국정치

입력시간 2002/07/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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