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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총리 탄생] 총리 인준, 떼논 장상인가

헌정사상 최초 총리 인사청문회, 당리당략 떠난 철저검증 필요

장상(63) 총리 서리의 국회 임명 동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이번 기회에 국회 인사청문회의 올바른 전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각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7월 29, 30일 양일간 열리는 이번 청문회는 2000년 6월 제정된 국회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것으로, 헌정 사상 최초로 열리는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다.

청문회의 대상이 첫 여성 총리 지명자라는 점, 8ㆍ8재보선과 12월 대선을 관리할 이 정부 마지막 내각의 수장이라는 점, 그리고 신상과 관련된 각종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다.

여야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한 검증에 따른 총리 인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당리당략을 앞세워 정쟁을 되풀이 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장 총리 서리 인준 여부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여성계 내에서 조차 크게 엇갈리고 있다.

총리서리 지명 직후만 해도 전향적이었던 한나라당은 신상 관련 논란이 계속되면서 강경으로 방향을 전격 선회했다. 한나라당은 기본적으로 장 총리서리의 국정 수행 능력과 고위 공직자로서의 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아들 한국 국적 포기, 재산 형성 과정과 학력 의혹, 잦은 말 바꾸기 등의 심각한 도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인준을 거부할 태세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통해 현행 총리 서리 제도가 위헌적 요소가 있음을 부각 시켜 7ㆍ11 개각의 부당성을 알릴 계획이다.


한나라당 여성계의식 은근한 속앓이

하지만 한나라당은 장 총리서리가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 지명자라는 특수성 때문에 직격탄을 날리진 못하고 있다. 자칫 ‘단지 여성 총리라는 점 때문에 시비를 건다’는 식으로 인식될 경우 여성계의 공분을 일으켜 8ㆍ8 재보선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유고’ 발언을 한 김무성 후보 비서실장을 즉각 경질한 것도 이런 파장을 의식한 것이다.

인사청문특위의 한나라당 간사인 박승국 의원은 “총리 내정자의 도덕성, 국가관과 직결된 학력 위조, 부동산 투기 의혹, 아들 국적문제 등을 집중 검증할 계획”이라며 “국정을 운영하고 내각을 원활히 통할하는 자질과 능력도 검증 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원창 의원은 “장 서리가 남성이었다면 벌써 인준 반대 당론이 확정됐을 것”이라며 “첫 여성 총리 지명자라는 점 때문에 오해를 받을 수 있어 당론을 못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개적으로는 장 총리서리 인준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 재산, 학력 등의 문제는 총리로서의 리더십이나 국정 수행 능력과는 무관한 사적인 문제라는 시각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력 문제, 원정출산 문제, 호화빌라 파문 등과 연계한 비교 검증 역공으로 한나라당에 반격을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인사청문특위의 민주당 간사인 강운태 의원은 “여성 총리라고 무조건 주둔할 생각도, 반대로 불이익을 줄 생각도 없다.

중립적 입장에서 검증할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로 본다면 총리직 수행에 결정적이고 본질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여야 내에서도 서로 입장이 엇갈리면서 자유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하순봉 최고위원과 김원웅 의원 등은 청문회 결과를 지켜보되 인준은 여성계를 의식해 자유투표를 실시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도 탈DJ를 통한 개혁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선 무조건 인준 통과를 밀어 붙일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여성계 무조건 지지서 비판적 지지로 선회

여성계의 반응도 다양하다. 처음 ‘무조건 지지’로 출발했던 여성계는 총리 인준을 끌어안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도 ‘검증 절차는 신중히 해야 한다’는 ‘비판적 지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첫 여성 총리라는 이유로 무조건적인 지지를 펴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여성계 관계자는 “장 서리가 이대 총장시절 추진했던 김활란상 제정을 놓고 여성계에서도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의 성차별적 공격과 정도를 넘는 여론재판식 흔들기에는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호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장 총리 서리는 행정 경력이 풍부해 중립적으로 대선을 처리할 관리형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이라며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부 장관 등도 여성인데 한국에서 여성 총리가 나오지 못하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여성정치연구소의 서양숙 상담실장은 “여성 총리의 탄생을 환영하지만 충분한 국정 운영 자질을 갖췄느냐는 문제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여야가 정략적 이해를 떠나 진정한 인사청문회를 통해 총리로서의 수행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도 장 총리 서리에 대해 내부 고민만 할 뿐 뚜렷한 입장을 표명 하지 않고 있다. 이는 2000년 8월 송자 전 교육부장관이 취임했을 당시 이중국적,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 한일은행 사외이사 겸직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취임 23일만에 낙마 시켰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하승창 시민행동 차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장 총리서리 관련 문제는 본인의 주장과 상반되고 있어 현재로서 섣부른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며 “처음 실시되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 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정확히 검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의 모델 만드는 계기로

정치권 일각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장 총리서리 지명은 임기 말 총리 인준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나라당이 거부하기 힘든 여성 총리를 지명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 들어 국무총리 인준은 매번 난항을 거듭해 왔다. 따라서 국회 인준을 받지 못한 총리 서리가 나오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총리의 각료 임명 제청권은 자연히 사문화 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청문회가 총리 등 고위 각료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지는 전형(全型)이 될 경우, 앞으로 정실과 정치적 고려에 의한 인사 등이 없어지는 등 우리 정치에 새로운 변화의 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2/07/26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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