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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下] 리딩뱅크…인재가 지배한다

능력위주의 인사정책 등 전통적 관습 깬 경영전략

“능력 있는 인재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경기를 주도할 수 있는 경기력(업무 목적에 맞는)을 갖춘 인력을 투입하라. 이름대신 실력(성과)으로 대우하라.

어제는 잊고 새 틀(업무 중심의 교육)을 신속히 짜라. 모든 게임은 골(성과)로 승부가 난다. 멋진 전략을 세웠더라도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짜고 치밀하면서 일관된 계획이 없으면 실현되지 않는다. ”(거스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감독)


히딩크에게 배우는 게임의 법칙

은행가(街)의 변화는 혁신적인 조직도, 고도의 시스템도 아닌 인재가 바람을 이끈다.

시중은행의 최고경영자(CEO)인 은행장의 리더십은 외환위기 이후 분야는 다르지만 한국 축구사를 새롭게 쓴 거스 히딩크 감독에 견줄 만큼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월드컵을 1년6개월 앞둔 2001년 초 월드컵 첫 승과 16강 진출에 목말라 하는 우리 축구 대표팀의 CEO로 영입 된 히딩크는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일궈냈다.

히딩크의 성공비결로 꼽히는 주위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 원칙주의, 능력 위주의 인재 양성, 합리적 의사결정, 과학적인 성과 분석,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 등 5색조 리더십은 하나의 뚜렷한 목표의식으로 23명의 태극 전사들은 똘똘 뭉치게 했다.

시중 은행장들도 대부분 히딩크와 마찬가지로 외환위기 이후 부실화 된 은행 위기를 구하기 위해 플레이 메이커로 투입됐다.

이덕훈 우리은행장 (KDI 출신), 김정태 국민은행장(동원증권 출신), 강정원 서울은행장(도이체방크 출신), 이강원 외환은행장(LG투신 출신), 하영구 한미은행장(씨티은행 출신) 등 기존 은행의 관행보다는 다른 토양에 뿌리를 둔 인사들이 시중은행의 전열에 섰다.

토종 출신 시중은행장은 홍석주 조흥은행장, 이인호 신한은행장, 김승유 하나은행장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들 토종 은행장도 과거의 전통적인 은행장들과 달리 생각의 속도를 실천하는 ‘히딩크식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의 환경 속에서 게임을 지배할 리더십이 없는 CEO는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벼랑 끝 승부가 최근 은행가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원칙주의…이름대신 실력이다

시중 은행장들의 공통 키워드로 자리잡은 ‘능력위주 인사’와 ‘실적 및 내실 우선 경영전략’은 ‘능력위주 선수 선발’과 원칙주의를 내세운 히딩크의 전략과 다를 바 없다

하영구 한미은행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지연과 학연 등을 타파하고 능력과 실적위주의 인사를 단행키 위해 첫 지점 팀장 인사에서 3급 과장으로 본부팀장 3명을 발탁 임명하는 등 능력위주의 보상 및 승진체계를 확립했다.

하 행장은 특히 히딩크가 절묘한 신-구조화를 통해 우리 축구 대표팀 베스트 11을 구성했듯 각 업무분야에서 요구되는 절묘한 인사운용에 세심한 관심을 쏟고 있다.

자금운용 분야 등에는 젊고 활동적인 인재를, 여신심사나 리스크 관리분야에는 경륜있는 노하우가 풍부한 인재를 각각 배치함으로써 상하 직급간 조화를 이루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경영진(코칭스태프) 구성에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씨티은행 출신들을 대거 기용함으로써 네덜란드 축구감독시절 선수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적용한 파워 프로그램을 운영한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로 뽑은 히딩크식 조련 전략을 선택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시장 우선’ 이란 원칙을 취임이래 경영전략의 초석으로 다져왔다. 임원 등 경영진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짜여진 다국적군으로 구성했다. 또 능력과 실적위주의 인사를 현실화 하기위해 인사기록카드를 없애는 파격을 선 보였다.

올 3월 인사 때는 3,4급 과장과 대리급 직원 60명을 지점장으로 대거 발탁한 것도 히딩크의 능력위주 인사를 연상시킨다. 신임 지점장에는 여성이 31명 포함됐다.

홍석주 조흥은행장은 취임직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별 성과급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으로 최근 개인성과평가시스템 개발, 이에 대한 노조의 의사를 타진 중에 있다.

홍 행장은 “외부 컨설팅을 받은 결과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개인별 성과급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결국은 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토털 영업맨 시대, 모두가 플레이 메이커다

올 4월말 ‘수익중심의 경영’을 취임일성으로 밝힌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취임한 후 은행장 전용 엘리베이터 대신 일반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오전 7시45분에 출근하는 그는 직원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짧은 순간에도 행원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또 은행장에게 결재를 받는 임직원들도 모두가 셔츠차림으로 바뀌었다. “외은이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권위와 격식, 형식을 떨쳐 버리고 ‘날렵한 코끼리’가 돼야 한다”고 외치는 이 행장은 “행장부터 말단 행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장사꾼으로 옷을 갈아 입는 변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장도 영업수주를 위해서 주요업체의 수장을 만나기 위해 바삐 쫓아다닐 만큼 은행원 모두가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감당 하는 ‘토털 영업맨’ 시대를 맞고 있다.

취임 후 수행비서를 없애고 행장실을 미니 회의실로 바꾼 홍석주 행장은 월드컵이 한창인 6월 초 붉은 티셔츠를 입고 직접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고객들을 맞는 점포행사에 참여했다.

로베르 코엔 제일은행장은 월드컵 기간 부인과 함께 종로2가 은행 본점 부근에서 거리응원을 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직접 생수와 부채를 나눠주는 모습을 보였다.

김정태 행장은 2월에 캥거루 통장을 발매하면서 여의도 본점 개인영업부에 직접 나가 캥거루 캐릭터복장을 입고 직접 마케팅 활동을 펼쳤다. 권위 높은 시중은행장도 이젠 은행을 위해서 라면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스스로 플레이 메이커의 역할에 나서고 있다.


냉정한 현실판단, 투명해져라

히딩크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냉정히 분석한 후 우리에 맞는 해법을 찾아냈다. 은행장들도 각자가 처한 환경에 걸 맞는 경영전략을 펼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외국 유수컨설팅 회사의 조언에 따라 은행조직을 사업부제 형태로 팀별로 잘게 나눴지만 팀 별간 조율의 문제점이 발견되자 우리현실에 맞게 다시 사업단별로 조직을 바꿨다.

결국 조직체계는 시장과 현실에 맞춰 능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국민은행은 1월 4일 신문에 ‘당신을 은행장으로 모십니다’란 광고를 게재하고 .‘내가 국민은행장이라면…’이란 주제로 고객을 대상으로 경영개선을 위한 고객들의 의견을 공모했다.

당시 선정된 3,500건의 고객 아이디어 중 국민은행은 콜 센터 대기시간 예약제를 신설하는 등 고객 편의를 위한 역발상 서비스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비전과 인재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외환은행은 5월 중순 조직개편을 통해 행장 직속부서로 인재 개발실과 미래전략 추진실을 신설했다.

차세대 경영진을 찾고 발굴 양성하는 인재 개발실은 과거 연수과를 확대 개편했다. 또 종합기획실 소속인 전략팀 역시 미래전략추진실로 독립 신설했다.

은행들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히딩크식 경영전략을 취하느냐 여부가 아니다. 히딩크식 성공스토리를 가능케 할 수 있던 요인들이 은행 경영에서도 실현될 수 있느냐 여부다.

히딩크는 절묘한 신-구 조화를 이룬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했으며 이들로부터 진정으로 인정받는 카리스마를 형성했다. 또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축구협회로부터 철저하게 임기를 보장 받았다. 은행장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채택한 전략이 흔들리지 않고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세대교체 바람에 휩쓸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선수 층을 바꾼다면 진정한 카리스마를 얻기 힘들다.

지금 시중 은행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환란이후 부실을 모두 털어내고 진정한 승자를 가리기 위한 ‘진검 승부’에 돌입했다. 은행의 겸업ㆍ대형화 추세 속에 요즘 은행장들은 격전을 앞둔 여름 전사의 모습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2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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