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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下] 인터뷰/강정원 서울은행장

"대형화만이 능사 아니다"

"은행의 대형화 추세 속에서 서울은행이 매각되더라도 합병보다는 작지만 특화한 은행으로 자생력을 살려갈 수 있는 방향에서 매각이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매각 초읽기에 들어간 서울은행의 강정원(51) 은행장은 7월 20일 주간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은행의 대형화 추세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새 주인을 맞더라도 특화한 은행으로 자생력을 통한 독자생존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현재 서울은행 인수 후보자는 하나은행과 미국의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론스타 컨소시엄으로 좁혀진 상태다.

강 행장은 특히 "국내 은행들이 차별화 전략보다는 서로 몸집을 키우는데 만 신경을 쓸 뿐 금융상품이나 경영 전략적인 면에서 서로 다를 바가 없다”며 “특화한 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장기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과 론스타는 서울은행에 대한 실사작업이 마무리되는 7월말께 인수가격과 고용승계 등 구체적인 인수조건이 담긴 인수제안서를 매각 주간사에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의 인수제안서를 검토한 후 8월초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최종 협상을 거쳐 서울은행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다음은 강 행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제값 받고 팔수있게 됐다

-경영정상화를 통한 매각에 매달린 지 만 2년째를 맞고 있는데.

"1997년 12월 7,524명이던 직원은 절반인 3,865명으로, 점포 수는 367개에서 294개로 감축하는 등 꾸준한 경영혁신 등을 통해 ‘반듯한’ 은행으로 모양새를 갖춰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게 된 점이 무척 다행이다. 무엇보다 은행 직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가장 컸다. 모든 것을 수용해준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할 뿐이다."

-이번 매각 협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무엇보다 하루 빨리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점이다. 도이체은행, HSBC 등과의 잇따른 매각협상 결렬 등 그 동안 진통을 거쳤지만 이번 만큼은 원매자들이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대한생명 건과 같이 협상이 지연될 가능성은 없는가.

"최근 매각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는 대체로 원매자가 실사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자산 등을 발견해 가격산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은행은 상황이 다르다. 최근 발표한 고정이하 여신비율과 실사에서 밝혀질 내용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서울은행 매각을 위한 매력 포인트 3가지만 꼽는다면

"일단 부실자산을 깨끗이 정리해 우량은행으로 거듭났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20%까지 육박했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올해 상반기 현재 1.96%로 국내 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로 5년 만에 흑자로 전환되는 등 수익기반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점이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영업력이 회복돼 2001년 말 1,0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고 올 상반기에만 1,100억원 대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세 번째로는 과거 신탁종주은행으로서 노하우를 바탕으로 유가증권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커스터디’ 업무의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는 점도 특화 한 부분이다."

-금융 겸업화와 함께 대형화 추세로 국내금융환경이 바뀌고 있는데.

"대형화는 전세계적인 추세지만 대형화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화란 먼저 자기 자신이 처한 입장과 주변 환경에 대한 세밀한 분석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턱대고 바깥만을 쳐다보는 행동만이 세계화는 아니다.

세계유수 은행들과 국내 은행들은 서로 영업영역이 다르다. 세계적인 은행들은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많은 영업활동을 하는 반면 국내 은행들의 영업지역은 대부분 국내로 대형화만이 경쟁력을 높인다고 볼 수는 없다."

-서울은행의 매각조건으로 기존 영업중인 은행에 합병돼 대형화하는 것과 자본력 있는 대주주를 받아들여 작지만 특화한 은행으로 나가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결정은 단일 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몫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서울은행의 향후 방향은 특화한 은행으로 독자생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자산규모는 작지만 향후 신장여력은 충분하다.

특히 경쟁은행과 비교하여 자산건전성, 연체율 등이 대단히 양호하고 우수한 리스크 관리시스템도 갖춰 충분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확신한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급격한 신인도 하락에도 거래를 지속해온 360만 고객과 세일즈 전문화와 내부통제 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신 영업점시스템 등 우수한 경영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진로만 확정된다면 신인도 회복과 함께 은행의 자생력은 급속히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체질개선으로 독자생존 길 모색해야

-작지만 특화한 은행의 생존전략 방안은.

"대형은행의 등장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모기지론 등 소매금융시장 부문에서 서울은행의 신장률이 타 은행을 앞서고 있다.

아직까지는 마켓 리더를 구별할 만한 뚜렷한 금리차 현상이 없으며 금융상품에 있어서도 은행간 차별화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지점망을 바탕으로 가계금융에 주력하면서 선택적으로 기업금융과 투자은행을 확대하고 경쟁력 있는 투자신탁, 증권대행 부문 등 신탁영업을 활성화해 나간다면 대형화 추세 속에서도 서울은행만의 고유영역을 충분히 확보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은행산업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먼저 내실을 다지고 개혁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 몇 년 동안 도입해온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들을 완전히 정착시켜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나 메가 뱅크로 성장해 나가는 것도 시급하지만 지금은 체질 개선이 급선무다. 보약도 어느 정도 기력이 뒷받침 될 때 최상의 약효를 발휘하듯 은행경영도 기초가 튼튼해야만 대형화의 진정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간 차별화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

"국내 은행들은 이름만 다를 뿐 금융상품은 물론 경영전략에 있어서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주식시장이 활황일 때 경쟁적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더니 요즘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은행산업의 균형적 발전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은행마다의 특화전략이 시급하다. 장기 비전에 의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약력

강정원 서울은행장

1950년 서울 출생

일본 세이비(星美)소학교, 한국중앙중학교, 홍콩인터내셔널고, 미국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미 플랫처대학원(국제법 및 외교학석사)

1979년 씨티은행 본사 입행, 뱅크스트러스트(BTC)증권 한국대표, 도이체은행 한국대표, 현 서울은행장(2000.2 취임)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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