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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下] '패기 섬세 경륜' 새 바람이 분다

고객만족·수익 달성 두 마리 토끼 잡는 영업점포

은행의 변화는 세가지 색깔이다. 젊음, 섬세함, 경륜 이 세가지 덕목이 어우러진 변화의 바람은 은행 조직 내 신-구, 강-온의 조화를 이뤄내며 최고의 고객만족 서비스를 통한 수익 달성에 집중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은행의 영업점포 현장에서 만난 은행원들의 표정엔 자신감 넘치는 밝은 미소가 한층 아름답다.


국책은행 최초 30대 지점장 정재섭
역동적이고 젊음이 넘치는 ‘영업 드리블’

“은행지점 운용은 농구의 드리 볼과 같이 차분하면서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도매금융의 경우 모든 직원들이 협력해 올 코트 프레싱을 펄치고, 개인 고객에겐 맞춤서비스로 개인방어에 집중하면 실적은 자연스럽게 오를 수 밖에 없다.”

최근 국책은행으로는 처음 30대 지점장에 오른 정재섭(39) 기업은행 서울 풍납동 지점장은 그의 젊은 기백 만큼이나 항상 역동적이다.

시중 은행들에선 구조조정 칼 바람 속에서 30대 지점장이 더러 출현하기도 했지만 보수적이기로 소문 난 국책은행에서 30대 지점장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었다.

그러나 발 빠른 영업력과 정곡을 콕콕 찌르는 화술, 뛰어난 대인관계 등 ‘은행 세일즈맨’으로 3박자를 고루 갖춘 그는 농구코트를 휘 저듯 빠른 드리블로 은행 내 한계의 벽을 깨고 멋진 레이 업 슛을 성공시켰다.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으로 1985년 3월 기은에 입행한 그는 농구선수생활을 접고 기업금융(RM) 전문가로 변신한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그는 최근 은행영업 10년 만에 지점장 공모에서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 지점장에 골인했다.

정 지점장은 서소문지점 근무시절 당시 재일교포 사업가로부터 일거에 웬만한 지점의 총수신 규모에 해당하는 770억원을 끌어들이는 등 거금을 몰고 다니는 뛰어난 ‘영업 드리블’ 능력을 크게 인정 받았다.

농구 명문인 인천 송도고와 고려대를 거쳐 80년대 이충희(전 LG감독)와 임정명(전 고대감독) 등 기라성 같은 선배 스타들과 함께 농구코트의 ‘오빠부대’를 이끌고 다녔던 그는 현란한 드리블을 자랑하는 포인트 가드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단신(173cm)이란 약점으로 선수생활을 일찍 접어야 했던 그는 기은 입행 6년 만에 평범한 은행원으로 인생진로를 바꿨다. 은행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의 전환기를 마련해줬다.

운동선수 출신답게 친화력이 뛰어나고 저돌적인 일 처리가 돋보인 그는 기은 서울 종로 6가점, 서소문점, 성수2지점 등을 거치며 일찌감치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 받았다.

정 지점장은 1992년 동대문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대신 예금해주는 이른바 ‘파출수납방식’으로 예금을 유치했고, 95년엔 버스회사와 공중전화에서 나오는 10원짜리 동전을 모아 백화점에 이를 교환해주는 아이디어로 100억원의 예금을 모집하는 ‘10원의 기적’을 일궈내는 등 일찌감치 재목감으로 꼽혔다.

금융감독원이 99년 선정한 금융인 신지식인 33인 후보에 올랐던 그는 “ ‘농구 선수출신 들은 은행에서 일도 잘 한다’는 선배들이 이뤄온 선례에 어긋남이 없는 ‘은행의 꽃’ 자랑스러운 지점장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도전정신이 빛나는 여성 지점장 임영신
신뢰감으로 여성의 벽을 넘었다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있는 주인공은 정작 남성보다는 여성이다. 가계 재테크를 통해 은행이 사소한 이익까지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선 섬세한 관심과 신뢰감을 주는 설득력이 요구된다. 은행이 여성적일수록 고객의 신뢰감은 그만큼 커진다.”

은행을 상징하는 단어 중 신뢰감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또 부드럽고 섬세한 은행원에는 여성 만큼 천성ㆍ적성적으로 맞는 성별도 없을 것이다.

국민은행은 3월 인사에서 31명의 신규 여성 지점장에 대한 발령을 내렸다. 이는 은행업계에 앞으로 남성차별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은행원 출신 신부감이 최고”라는 말은 있지만 임영신(45) 국민은행 서울 동아미디어센터 지점장을 아직 미혼이다. 대학 졸업 후 초급으로 입행한 임 지점장은 20년간 명동 본점에만 일해오다 올 3월초 서울 광화문 복판의 한 영업점포 수장이 되면서 이곳에 새로운 둥지를 트고 알뜰하게 점포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본점 재테크 팀장을 역임한 임 지점장으로선 우수 개인 고객들이 밀집한 강남의 아파트촌 지점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구태여 수많은 은행들의 지점이 한데 몰려있는 치열한 광화문 사거리를 자원한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 일까. 여성이란 벽을 넘으려는 그의 남다른 도전의식이 빛을 발한다.

“처음 행원이 됐을 당시만 해도 여성 행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입출금 창구 직 등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임 지점장은 “최근 고객 자산관리사(PB)는 물론 기업금융에서도 외환과 심사 부문 등에서 여성 행원들의 역할과 활약은 4~5년 전과 달리 눈부실 정도”라고 설명했다.

1991년 여성으로는 흔치 않은 ‘대리’ 직에 오른 그는 80년 중반에 만든 국민은행 ‘여자대리회(여대회)’ 멤버 중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고참 회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이 같은 여성 행원들만의 모임도 3년 전 주택은행과 합병한 후 합병 조직문화 조성에 저해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로 사라져버렸다.

신입 행원 당시 여성이라는 이유로 한동안 매일 어음교환을 위해 금융 결제원에 돈을 전달하는 단순 직만을 수행하는 것이 고작이던 그는 2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행 내 여성에 대한 의식변화도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나이든 중ㆍ장년 층의 고객들이 대출을 받기 위해 지점을 찾아와도 여성지점장이라는 점에 대해 이젠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거나 별다르게 의식하지 않는다. 고객들도 은행 조직의 변화가 그들의 생활에 익숙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본점 콜 센터 팀장과 인터넷 팀장, 개인소비자금융 재테크 팀장 등 신사업 개발부문과 관련한 요직들을 두루 거친 임 지점장은 전국 모든 영업점포에 걸려오는 각종 문의전화를 콜 센터로 연결하는 후선 업무 시범운영을 주도했었다.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맡는 일 마다 큰 성과를 거둬 은행 경영진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 지점장은 최근 김정태 행장이 최근 한 기관으로부터 경영인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국민은행 여성 지점장 대표로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여성행원 후배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임 지점장은 그들에게 항상 이렇게 조언한다. “그간 선배들이 큰 돌과 작은 돌을 걸러오면서 길을 개척했다면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여자 행원이라도 스스로 자기개발을 통해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전문분야는 길러야 한다. 이젠 여성 행원들에게도 기회는 활짝 열려있다.”


평생고객을 만드는 관록의 지점장 박용길
고객에 대한 정감서비스로 승부한다

금융은 스포츠가 아니다. 젊은 기백과 섬세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수많은 경험 속에서 우러나오는 경륜의 노하우는 실전에서 한층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박용길(49) 조흥은행 안국동 지점장은 은행 노조 상임 기획부장과 비상임 쟁의부장을 각각 2년씩 잇따라 맡으며 21년간 기업ㆍ소비자 금융을 두루 섭렵한 베테랑 영업맨이다.

박 지점장의 영업철학은 ‘고객에 대한 정감(情感) 서비스’ 다. 평생고객을 만드는 것이 그의 영업전략이자 신념이다. 따라서 그는 가계대출을 받으러 오는 고객의 신용상태를 분류하는데 있어 단지 소득과 자산규모로 모든 것을 판단하지 않는다.

물론 여신과다 여부와 현금흐름, 금융비용 감당 여력 등을 살피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연령과 가족관계(독신보단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등 생활에 보다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 고객에게는 개인적으로 많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1999년 조흥은행 서울 불광동 지점장을 역임할 당시 그는 보건사회연구원에 근무하는 한 연구원이 급히 가계대출 1,800만원을 받고 싶다며 불쑥 지점장인 자신을 찾아오자 고민에 빠졌다. 외환위기 이후 가계대출에 적용되는 기준이 엄격하게 바뀌어 이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그 연구원에 대한 대출은 꿈도 꿀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박 지점장은 그의 딱한 개인사정을 들어본 후 신용상태 등을 고려해 전결 처리해주는 결단을 내렸다. 물론 그 고객은 박 지점장의 믿음에 보답하듯 3개월 후 곧장 대출금 전액을 갚았고, 이를 계기로 두 사람간에 맺어진 인연은 평생고객 이상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대출을 받았던 연구원은 최근 자신이 몸담아온 연구소의 원장이 됐다. 박 지점장은 “지점운용의 첫 번째 목표는 수익성에 있지만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은행업의 근본”이라며 “개별 고객의 입장과 사정 등에 최대한 관심을 갖고 정성으로 대하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없이는 수익도 꾸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직후 쌍용자동차 경영관리단 파견근무 등 본점 중소기업 지원부에서 워크아웃 업체들을 전담했던 박 지점장은 해당 기업의 임직원은 물론 직원 상호간의 동향과 기업의 모든 속사정까지 꿰뚫어야 하는 기업생리를 몸소 체험했다.

이 같은 노하우 덕분인지 서울 안국동 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 7개월 만인 최근 해당지역 17개 점포 중 지난해 업적 신장률이 최하위였던 이 점포를 상반기 실적 5위로 끌어올렸다.

또 지난해 대비 여신증가율 200% , 수신증가율 275% 로 각각 높이는 성과를 올렸다. 박 지점장은 특히 분당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78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안국동 지점으로 끌어오는 뛰어난 영업수완을 펼쳐 혁혁한 외연확장 효과를 거둬들였다.

박 지점장은 “은행조직이 바뀌고 금융환경이 급변할수록 그 변화의 흐름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실제로 이를 몸소 뛰며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의 정도는 주변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2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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