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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중국적 논란

“세계화 시대에 국적이 무슨 상관이냐.” “정부 고위직을 맡으려면 본인은 물론 자녀까지 국적이 한국이어야 한다.”

장상 총리 서리의 장남 국적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과연 이중 국적자는 세계화의 긍정적인 산물인가, 아니면 조국이 주는 권리를 누리면서 의무는 피하려는 비도덕적 행위인가.

몇몇 장관들이 가족의 국적문제로 능력을 검증 받기도 전에 퇴임한 전례가 있어 이번 장 총리서리를 계기로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적 문제가 자질과 상관없다는 측은 국가운영의 능력을 갖춘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젊은 시절 미국 등 해외유학 경험이 있고, 유학 시절 자녀를 얻은 상황을 감안할 경우 자녀들의 국적문제로 자질을 따지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세계화의 시대 흐름 속에서 가족의 국적문제를 문제 삼는 것은 자칫 국수주의에 치우칠 수 있다면서 이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국가관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적 문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직자의 국정운영 능력은 개인차원의 능력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애국심과 사명감에서 비롯되는 만큼 가족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속인주의와 미국의 속지주의

이중국적자란 외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아 두 나라의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외국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호적법에 따라 이를 재외 공관에 신고하게 돼 있으나 신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관계 당국은 이런 식의 이중국적자가 1만 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은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는 부모의 국적에 관계없이 일단 미국 국적을 준다.

현행 국적법에서는 만 20세 이전에 대한민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모두 가진 이중 국적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남자는 병역법 규정에 따라 만 18세가 되는 해의 1월1일까지 국적 포기 여부를 우선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중 국적자로서 외국 국적을 선택한 사람은 정해진 기간 내에 법무부 장관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이탈한다’는 뜻을 신고해야 한다.

남자는 18세 이전에 국적 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병역대상자로 편입된다. 이중 국적자 가운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가 많은 것은 1970, 80년대까지만 해도 유학과 해외근무가 가능했던 사람들이 주로 외교관,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이었기 때문이다.

이중 국적자는 무조건 비판 받아야 하는가. 이중 국적자들은 2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요즘처럼 글로벌 경영이 필요한 시대에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상당한 이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화 추세에 이중 국적자들은 부모의 나라와 자신이 국적이 있는 나라를 이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1997년에 재외동포특례법을 만들어 해외거주 한국인들에게 이중 국적자에 준하는 처우를 해주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문제는 이중국적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이를 유지하거나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특혜가 병역이다. 이중 국적을 이용해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병역 의무를 피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에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은 대사관 등에 피신하거나 외국으로 대피하는 데 최우선 권리가 있다. 미국의 대학에 진학할 경우, 외국인에게 할당된 인원에 포함되지 않아 입학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등록금, 장학금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한국의 대학에 진학할 때도 재외국민ㆍ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상대적으로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고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는 각종 시설에 출입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부모 등 직계가족을 미국 등으로 초청할 수 있다.


의무 수행할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우리의 국적법은 부모의 국적에 따라 자녀의 국적이 정해지는 속인주의(혈통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처럼 속지주의 국가에서 태어난 한국인은 당연히 이중국적을 갖게 된다.

한국이 속인주의를 고수하는 한 이중 국적에 따른 각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변호사는 “이중 국적의 가장 큰 혜택은 남자의 경우 국방의무를 면제 받는 것”이라며 “이중국적을 허용하게 되면 한국에서 전쟁이 났을 경우 모두 제 2국적지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중국적의 허용은 공론화의 과정을 거쳐 양국에서의 의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마련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무부서인 법무부도 두 나라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 충돌, 자국민 보호 문제, 국민간 위화감 조성 등의 이유로 이중국적의 전면적 허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중국적이 주는 부정적인 특혜는 결국 자녀에게 이중국적을 갖게 해주기 위해 외국에 나가 아이를 낳는 ‘원정 출산’까지 낳았다.

물론 불가피한 해외근무나 연수 유학 때문에 외국에서 출산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고의적인 ‘원정 출산’이다. 일부 부유층 가정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원정 출산’은 아이에게 미국 국적을 ‘선물’로 주기 위해 행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특권처럼 여겨졌던 해외 출산이 이제는 일반인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여행사들은 원정 출산 희망자들을 겨냥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으로 가는 3, 4개월짜리 패키지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원정 출산을 도와주겠다는 전문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중국적 덫에 걸린 사람들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초대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던 박희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당시 딸의 이중국적 때문에 10일 만에 낙마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박 최고위원의 딸이 91년 미국 국적을 갖고 이화여대에 특례 입학한 사실이 알려지자 ‘국적 심사 및 관리 업무를 맡는 법무부 수장의 딸이 대학 입학을 위해 한국 국적을 버렸다’는 비판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는 송자 전 교육부장관이 2000년 자신과 가족의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23일 만에 퇴진했다. 송 전 장관의 경우는 연세대 총장을 지냈던 90년대 초반부터 국적이 계속 문제가 돼 왔다는 점 때문에 그를 각료로 기용한 DJ 정부의 검증과정의 허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의 경우는 재직 중이던 99년 4월 미국 시민권자인 차남(당시 30세)의 국적문제가 계속 시빗거리가 되자 차남 스스로 뒤늦게 미 국적을 포기하고 귀국해 자원 입대했다.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의 경우도 재직 당시인 99년 3월 미국 시민권자인 장남(당시 32세)이 병역기피 의혹에 시달리다 공익근무요원으로 자원 입대했다.

한나라당의 8ㆍ8 재보선 공천과정에서 서울 종로에 신청했던 신영무 법무법인 세종 대표는 자식 2명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가 돼 낙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로 공천자로 확정된 박진 후보는 7월 11일 주한 미국 대사관에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20)의 미국 국적포기 신청서를 냈다.

양성철 주미 대사는 2000년 6월 대사로 내정된 뒤 부인과 자녀들의 미국 국적 보유 문제 때문에 한나라당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가 될 자격이 없다.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공격 받았지만 부인과 자녀들이 아직도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김경철 차장 kckim@hk.co.kr

입력시간 2002/07/29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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