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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접으며] 신뢰 쌓기가 우선이다

미국 증시의 폭락 여파로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월드컴 등 기업들의 회계부정에다 기업실적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다우존스 지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국발 악재는 유럽과 한국,일본 증시를 강타하고 환율마저 급격히 하락해 우리 수출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수습에 나선 조시 W 부시 미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아직 튼튼하다”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펀더멘털’ 보다는 ‘멘탈(mental: 심리)’에 있다. 한 마디로 ‘신뢰의 붕괴’가 미 증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의 붕괴’는 우리도 경험한 뼈저린 교훈이다. 국제 금융 기관들이 국내 기업들에 빌려준 돈에 대한 상환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1998년 6월29일 부실 정도가 심각한 5개 은행의 문을 닫으면서 국내 은행권에는 구조조정 칼 바람이 불었다.

은행원들 중 절반이 거리로 쫓겨났고 40% 이상의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월드컵의 붉은 물결이 쓸고 지나간 2002년 7월 은행들은 또 한 차례 거센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최근 은행권 변화는 환란 직후와는 다른 양상이다.

당시 풍향이 외부에서 내부를 향했다면 지금은 내부의 체질변화를 통해 시장을 향해 뻗어가는 ‘외연확장’의 열풍이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시중 은행들은 대형ㆍ겸업화란 선진 금융의 추세에 맞춰 은행원 개인역량 강화하는 것은 물론 효율ㆍ생산성 제고를 위한 조직 혁신과 각종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

제일은행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지점에서 5년간 근무한 이부영 차장은 고객에게 은행원이 아닌 친구나 가족임을 자처한다.

예금 상담뿐 아니라 재테크, 부동산, 세무, 외환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 주민이라면 한 번쯤 그의 컨설팅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어느 가게에 가면 싸고 질 좋은 제품이 있다는 생활정보까지 제공한다.

금융은 인간 관계의 신뢰와 신용의 창조물이다. 신뢰를 얻기 위해 효율ㆍ생산ㆍ수익성이란 전제조건이 붙는다. 은행들의 경쟁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누가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는 게임이다. 승부는 신뢰 쌓기에 달려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입력시간 2002/07/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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