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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의 대재앙이 다가온다

대량살상무기 확산으로 지구촌은 통제불능 위기

미국 정부에 불만을 품은 미 해병대들이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알카트라즈섬을 장악한다. 그들의 무기는 초록색 플라스틱 구슬에 보관하고 있는 VX 신경가스.

그들은 관광객들을 인질로 억류한 채 특수작전 중 전사한 전우들에 대한 특별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VX가 장착된 미사일을 도심에 발사할 것이라고 협박한다. 미사일 한방이면 샌프란시스코 인구 전체가 호흡곤란으로 수 초내에 몰살할 처지에 놓여 있다.

뉴욕 한복판에 일그러진 표정의 남자 1명이 나타나면서 미 보안당국이 비상에 빠진다. 서방 세계의 유고 내전 처리에 불만을 품은 보스니아 출신의 이 테러리스트가 가진 것이라고는 달랑 배낭 하나.

그러나 이 배낭에는 뉴욕은 물론 인근 도시까지 초토화할 수 있는 핵 폭탄이 들어있다. 테러리스트는 러시아 군부세력과 결탁, 이동 중이던 군용열차에서 구 소련시절 개발된 핵 폭탄을 어렵지않게 탈취하는 데 성공했다.

4~5년 전에 개봉된 '더 록'과 '피스메이커'의 장면들이다. 이들 영화들은 테러리스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도시 전체를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아 넣을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공포를 소재로 하고 있다.

21세기 현실은 이미 할리우드를 뛰어넘고 있다. 9ㆍ11테러를 보면서 사람들은 할리우드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무자비한 테러행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구는 대량살상무기가 가져올 전혀 새로운 차원의 테러리즘과 전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아마겟돈의 대재앙이 우리를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수위 넘어선 살상무기 개발경쟁

냉전 시대 세계평화의 최대 위협은 미국과 구 소련의 핵개발 경쟁이었다. 1949년 구 소련이 원자탄을 개발한 데 이어 53년 미국의 수소폭탄 시험 성공 등 두 나라는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만든 결과 수 만개의 핵탄두를 갖기에 이르렀다.

91년 구 소련 붕괴 당시 핵전쟁 위험을 알리는 '운명의 날' 시계는 자정에서 17분 전으로 늦춰지는 등 인류는 핵 공포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희망은 오래 가지 못했다. 냉전 시대 세계를 지켜준 것은 역설적이지만 미ㆍ소 양대 강대국간 힘의 균형이었다.

70년대 핵확산방지조약(NPT)이 출범한 이래 핵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으로 핵 보유 국가는 영국 프랑스 중국 등 5개 국가로 제한됐다.

국제 사회의 유리알 같은 통제와 감시 하에 각국의 핵개발 시도는 원천 봉쇄되는 듯 했다. 최근에는 핵 공포의 원인 제공을 했던 미국과 러시아가 냉전시대 방위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역사적인 핵무기 감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류평화는 이미 미국과 러시아 정상의 손을 떠나 있다. 과격 테러단체와 이른바 불량국가의 대량살상 무기 개발은 통제불능의 위험 순위를 넘어선 상태다.

지금도 러시아의 핵개발 기술과 장비는 어디론지 새나가고 있고 이라크의 한 지하 요새에서는 치명적인 생화학 무기가 개발되고 있다.

냉전시대 공포의 균형은 21세기 어떤 나라에서 어떤 가공할 무기를 개발하는지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공포의 블라인드(암흑)’ 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전에는 위협용에 불과했던 대량살상무기들이 실전용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더욱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무너진 핵균형, 확산되는 핵공포

’냉전 종식으로 대량살상무기의 빗장이 열렸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특집 시리즈를 통해 지구가 직면해 있는 대재앙의 위험을 이처럼 경고했다.

금단의 영역으로 여겼던 핵 클럽 진입은 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폭발 실험으로 사실상 용도 폐기된 상태.

중동 국가 중 상당수가 핵무장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공군보고서에 따르면 핵무기 400개를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최근 독일제 돌핀급 디젤 잠수함 3척으로 구성된 함대에 핵무기를 배치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명실공히 육해공에서 핵무기를 동원할 수 있는 3번째 핵무장국으로 등장했다. 이에 대항하는 이집트와 이라크 이란 등 아랍권 국가의 핵무기 개발도 코앞의 현실로 다가서 있다는 것이 국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구 소련시절 50년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비밀도시 사로프. 소련의 핵무기 연구 중심지로 수천명의 핵 전문가들이 상주하던 이곳은 냉전 종식 이후 황량하게 변하고 있다.

혁명의 영웅이자 최고 엘리트 대접을 받던 과학자들은 월 200달러 수준의 낮은 보수를 견디다 못해 2년 전 집단 파업을 벌이는 신세로 전락했다. 90년 중반부터 러시아 핵 전문가들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한때 6만 명에 이르던 인구는 3분의1수준으로 급감했다.

러시아 과학학회의 발렌틴 티크호노프 연구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중동 지역 및 테러단체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은 올 초 러시아 핵 전문가 두 명이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 몇 차례 접촉했다는 증거를 입수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핵확산의 중심에 러시아가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 러시아가 보유한 핵무기용 플루토늄과 우라늄은 각각 150톤과 1,500톤. 1945년 일본에 투하돼 20만 명의 사망자를 낸 플루토늄이 겨우 야구공 크기의 분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러시아에게 완벽한 핵 시설 통제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밀거래와 절도 등으로 러시아의 핵 장비와 관련 물질들이 얼마나 유출되는 지 러시아 정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의 경우 2000년 우크라이나공화국과 비밀 무기협정을 체결하는 등 구 소련지역 핵 과학자들과 활발한 지하 교류로 3~5년 안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생화학무기의 가공할 위험성

핵무기보다 더 큰 문제는 생화학무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세기가 물리학이 무기를 지배했다면 21세기에는 단연코 생물학이 무기를 지배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생화학무기는 보이지 않는 무기다. 국제 무기 전문가들은 생화학 무기가 실제로 사용되는 순간이 지구최후의 날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생화학 무기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수 초안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살상능력은 물론 사용범위와 피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다. 누군가 감염된 다음에야 무기가 사용됐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그때면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당한 후다.

풍요와 무병장수를 약속하는 바이오테크 혁명은 또 한편으로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은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국방부 소속 방위과학위원회에 몸을 담았던 조지 포스트는 “20년 전 노벨상을 타기 위해 이루어졌던 실험들이 이제는 11세 손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생물학 분야의 발전은 눈부시다”고 말했다.

그만큼 누구나 손쉽게 간단한 생물학적인 조작만으로 생화학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최근에는 미국 뉴욕대 생의학 연구팀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다운로드 받은 유전정보와 실험 기자재 공급업체에서 우편으로 구입한 염기 서열을 이용,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합성하는 데 성공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바이러스를 실험용 쥐에게 투여한 결과 즉각 마비 현상을 일으킨 뒤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실험을 주도한 에카드 위머 박사는 “유전학, 생물학 등의 발달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 실험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빈자의 무기’ 원자폭탄

생화학 테러는 이제 세계가 직면한 현실이 되고 있다. 생화학무기는 ‘빈자(貧者)의 원자폭탄’이다. 핵무기 등 전통적인 대량살상무기와는 달리 생화학무기는 소규모 시설을 통해서 값싸고 쉽게 제조할 수 있고 운반도 간단하다.

강대국들이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과격 테러리스트들이나 군소 국가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생화학무기를 은밀하게 보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전쟁을 벌이던 미군은 알-카에다 지하 벙커에서 상당히 진전된 생물무기 실험실을 찾아냈다. 9ㆍ11 테러 이후 탄저균 우편물에 감염된 환자가 속출한 사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미국으로서는 추가 공격이 생화학테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초조해 하고 있다.

대대적인 이라크 침공계획을 갖고 있는 미국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도 생화학무기 때문이다. 이미 이라크는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시 초보적 단계의 화학무기를 광범위하게 사용한 적이 있다.

미 국방정보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걸프전 이후 유엔사찰단이 2만7,000개의 화학폭탄을 제거했을 정도로 사린 등 독가스를 주성분으로 한 무기는 이라크 군에 널리 보급된 상태”라면서 “98년 사찰단이 추방된 이후 이라크는 또다시 엄청난 양의 생화학무기를 확보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 전문가들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후세인 정권이 막다른 골목에 몰릴 경우 단순히 화약탄두만 채웠던 걸프전 때와는 달리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하는 스커드 미사일에 생화학 물질을 탑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반도도 안전지대 아니다

이라크에 못지않게 위험한 나라가 북한이다. 미군은 98년9월 전세계 미군 중 가장 먼저 주한 미군에게 탄저균 백신을 대량 공급하면서 한반도를 생화학전의 제1위험지역으로 지목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존 볼튼 미국 국무부 국제안보 담당차관의 말을 인용, 북한이 수 주일 내 군사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양의 세균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튼 차관은 “북한이 생물무기를 획득하려고 국가적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생물무기금지협정(BWC)를 어기고 생물무기용 세균을 개발하고 생산해 왔다”고 지적했다.

10kg이면 10일 이내 서울 인구 절반이 피해를 입는 탄저균을 북한은1,000톤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미국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생화학무기의 관건인 운반능력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라크 파키스탄 이란 등에게 사정거리 1,000km가 넘는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과 기술을 판매, 생화학무기 확산에 관한 한 ‘악의 축’이 되고 있다.


공멸의 위기에 처한 지구촌

전세계를 생화학테러 공포에 노출시키는 최대 감염원도 또 다시 러시아다. 구 소련에서 망명한 켄 아리벡은 99년 ‘바이오헤저드’라는 저서를 통해 소비에트 과학자들이 얼마나 치명적인 세균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됐는지를 폭로했다.

아리벡은 구 소련이 백신에 견딜 수 있는 탄저균은 물론 치명적 세균을 결합한 ‘키메라바이러스’, 신경조직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죽이는 생물조절기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차원의 생화학무기를 대량으로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구 소련이 이들 기술을 자신들의 연구소에만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리벡은 저서에서 구 소련은 별도의 코스를 조직해 쿠바 리비아 인도 이란 이라크 등에서 날아온 과학자들을 위해 생화학 기술을 팔아 넘겼다고 말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허술한 보안과 인력누출은 핵무기처럼 생화학무기의 기술과 장비가 ‘세계화’하는 데 불명예스럽게 일조하고 있다.

9ㆍ11테러에서 보여지듯 테러리즘은 금기와 상식의 벽을 넘었다. 미국이 일방주의 정책을 고집하는 사이 협상이 목적이었던 과거 테러리즘은 대량 살상 자체에 목적을 두는 뉴테러리즘으로 진화했다. 새로운 테러리즘의 키워드는 공멸이다. 인류가 이 같은 재앙을 피해 갈 수 있을까.

김병주기자 bjkim@hk.co.kr

입력시간 2002/07/2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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